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류기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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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다큐멘터리와 스릴. 재미와 교훈. 정보와 가독성까지 균형있게 담아낸 작품.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미친 살인마가 십대들을 살육하는 공포영화 장르인 '슬래셔무비'라는 한물간 통속적 주제로 신선하고 창의적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가상의 다큐멘터리 형식을 띠는 초중반은 사실 살짝 지루한 편이긴 하다. 집단살육에서 살아남은, 살인마를 무찌른 최후의 생존자 '파이널 걸'의 사회 적응을 돕는 일종의 피해자 모임인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의 설정과 구성원들의 서사가 진행되는데 과거 공포영화 소개-즉 개인의 생존담-가 아닌 일종의 심리 트라우마 치료 느낌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게다가 주인공 역할인 리넷 타킹턴의 심리상태가 너무 불안하고 과대망상이란 생각까지 들기에, 초중반부 파이널 걸들이 살해되기 시작하고 사건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혹시 '믿을수 없는 화자'인가 싶어 집중이 덜 되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는 그야말로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는 압도적 몰입감과 미칠듯 뿜어지는 도파민의 연속이었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는 과도한 영상미와 해외 로케이션, 복잡한 플롯때매 오히려 1990~2000년대의 그 단순한 아드레날린 폭발을 경험하기 어려운데, 이 책이 오랜만에 그런 흥분과 쾌감을 선사했다.

복선과 반전, 2차반전에다 깔끔한 결말까지 나무랄데 없는 진행이었는데 초중반에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며 읽다보니 마지막 즈음에 삽입된 작중인물의 한페이지짜리 연설문이 탁하고 가슴도 치고 머리도 치고 뺨도 때렸다.

쉽게 말하면 공포영화에서 젊은 여성을 자꾸 죽이는데 그걸 좋다고 소비하는 너네 관객들은 그걸 보는 이유가 스스로 안전하다는 쾌감을 갖기때문 아니냐는 거다. 마치 안전한 롤러코스터를 타며 제한된 공포감을 느끼듯이.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 책의 구성에도 반영되는 듯 하다. 즉, 돌아온 살인마의 죽음의 위협에서 벗어나 온몸이 찢기고 부서지면서도 결국 살아남은 여성들을 보면서, 안전한 집구석에서 변태적인?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여성들에 대한 폭력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 실존함을 느끼고 문제의식을 갖자는 느낌이다. 물론 가르치듯 알려주면 아무도 안볼테니 재밌는 엔터테인먼트에 녹여내서.

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면 슬래셔 영화의 기원의 소개와 더불어 그 소재가 된 실제 사건의 실존-생존 인물에 대한 헌사도 나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책과 함께하며 슬래셔무비를 보며 금발미녀들이 죽어나갈때 짜릿해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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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두 죽어야 하는가
심너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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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서평단

전작 '갈아만든 천국'에서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일종의 벽을 넘어 다른 차원의 작가로 나아갈 가능성을 보였던(작가 스스로도 결과물에 상당히 만족한듯 했던!) 심너울 작가의 신작이다.

이 책은 불로불사의 신약을 만든 '도르나이 바이오틱스'와 그 대표가 숨겨논 추악한 비밀을 식약처 5급 사무관이자 약사인 주인공 서효원이 파헤치는 아드레날린 넘치는 액션 모험 스릴러다.

이런 기본 구조에다 정치인의 음모와 뒷공작, 주인공의 조력자와 빌런간 얽히고설킨 과거사와 복수, 권총이 등장하는 액션적 결말, 참회와 후회, 새로운 출발, 사랑 등 한국 드라마, 영화들이 사용하는 클리셰 종합 선물세트가 버무려져 있다.

또한, 중앙정부 부처의 근무행태와 문화 등을 리얼하게 그렸고, 작가의 말에서 '외적 핍진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그럴듯한 과학적 설명과 상상력 부분이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음모를 깨부수는 할리우드 영화의 한국판 버전을 글로 만나보고 싶은 독자에게, 직장생활에 지쳐 도파민 충전을 원하는 직장인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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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코워커
프리다 맥파든 지음, 최주원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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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감상평

핸디맨, 하우스메이드, 네버라이를 거치며 국내독자들에게 스릴러의 진정한 재미를 알려준 프리다 맥파든식 글쓰기의 전형을 볼 수 있는 작품.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그야말로 '압도적인' 몰입감을 자랑한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프리다 맥파든이 다른 영미권 작가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점은 장황한 배경, 상황묘사를 생략하고 바로 독자를 사건에 투입시킨다는 점이다.

즉, 보통의 소설들이 작품 설정과 등장인물에 대해 배우고 익히는 시간(여기서 많은 독자들이 이탈한다)을 갖고, 충분히 단련된?자격있는 독자만이 작가가 고심해서 짜낸 플롯을 즐기게 한다면, 프리다맥파든은 OJT다. 사전공부는 필요없고 설정과 인물은 플롯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익혀진다.

이는 작가가 거의 마스터하다시피한 1인칭 주인공 시점덕인듯하다. 3인칭 시점이 무난한 모범생같다면, 1인칭 시점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과 같다는 생각이다.

즉, 1인칭 시점을 잘못 썼을경우 전체적인 사건의 상황파악도 제대로 안되고 주인공의 넋두리에 독자들이 지칠 우려가 있다. 1인칭만의 묘미인 신뢰할 수 없는 화자를 통한 반전도 어설프면 황당하고 불공정할 뿐이다.

하지만 프리다 맥파든은 뛰어난 심리묘사와 신뢰할 수 없어 불공정해보이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신뢰가 가는 화자라는 기막힌 스킬을 바탕으로 독자를 그야말로 이야기속으로 빨아들인다.

이 작품 역시 어찌보면 초반부부터 드러나는 영미 스릴러의 전형적인 설정에 전형적인 이야기전개- 직장내 괴롭힘, 여적여(여자의적은woman), 불륜-을 못벗어나는가 싶은데도 왜이렇게 재밌지 싶다.

주인공 '내털리'의 장과 교차되어 등장하는 '돈'과 '미아'의 이메일은 사건의 진상을 드러내주면서도 독자들에게 무언가 위화감을 심어줌으로써 긴장의 끈을 놓지못하게 한다. 갈수록 오묘해지는 이야기 진행과 (당연히 따라오는) 충격적 반전, 한번더 비틀기가 숨가쁘게 진행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한번더 비틀기는 사족이지 않나 싶었다. 작가가 독자의 도파민 부족을 걱정하는 심정은 고마운데 마지막 결말 후 결말 때문에 권선징악과 촘촘했던 이야기 전개가 흐트러져버린점은 못내 아쉽다.

막판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엔터테인먼트 소설로는 그 누구도 따라올수 없는 영역을 개척중인 작가의 신작은 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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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병과 마법사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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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훌륭한 종이책 판타지 소설을 읽은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재능있는 젊은 판타지 작가들이 죄다 웹소설 시장으로 몰려갔나 싶을 만큼 웹소는 괜찮은 작품이 많지만 종이책은 뜸했는데 간만에 걸작을 만났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가 고백했듯이 데뷔 20년 동안 이런저런 작품을 써 왔지만 나름의 방향성을 가진건 최근이라 한다. 개인적으로도 '타워'나 '화성과 나' '미래과거시제' 같은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가능성과 창의성, 실험과 난해함사이에서 작가의 작품세계를 확실히 정의하지 못하고 있었다.

SF만 써오던 작가가 김초엽 작가의 추천사처럼 '계속 좋은 소설을 갱신해 나가는' 아니 아예 전작에 비해 퀀텀점프를 해버린 비결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가 언급한 '느슨하게 이어진 동료집단의 연대' 덕분일수도 있겠다.

즉, 이 작품에 앞서 존재했던 수많은 판타지, 역사 창작물들이 작가에게 느슨하게 영향을 미쳐, 작품의 빛나는 오리지날리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여러 명작들의 오색찬란한 장점을 흡수하지 않았나 싶다. 마치 작품속에 등장하는 '오색찬란한 색깔의 봉황이 황금빛을 뿜어내듯' 말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작품을 정의하자면, 이 작품은 1)십이국기 스타일의 탄탄한 역사 판타지적 세계관, 즉 꼼꼼히 고증 또는 직조된 작품속 현실에 발붙인 개연성 있는 판타지적 설정 2)눈물을 마시는 새의 건조한 문체와 작품속 세계의 완결성 넘치는 언어/논리/문화체계 정립 3)만화 킹덤이 생각나는 군대간 생생한 전투묘사 4)내부 권력싸움과 영토확장 전쟁 정도로 시작했다가 미지의 재앙과 맞서게되는 결말로 이어지는 '왕좌의 게임' 느낌의 2차원적 세계관의 확장 5)국산 명작 sf '돌이킬수 있는'의 두 주인공과 같은 사랑과 희생 그리고 세계관의 시간적 확장 등을 특징으로 한다.

사실 위와같은 점은 이 흥분되는 작품을 읽고 개인적인 경험을 반추해서 무리하게 갖다 붙인것일 수도 있다. 다만 중요한 점은 작가가 어떠한 영향을 받았든 이 작품은 여러 명작판타지들이 보여주는 장점을 '차용'이 아닌 '흡수'하고 '소화'해서 새롭게 '창작'해냈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검과 마법'이라는 서양 중세식 판타지 설정이 우리 문화권과 달라 어딘지 빌려온 느낌이 들어 한반도와 중앙아시아 초원으로 무대를 설정했다는 작가의 문제의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렇기에 제목은 '기병과 마법사' 이지만 작품은 '유목민과 주술사' 로 진행되는데, 작가가 말하듯 '이야기의 숨겨진 지향점이 바로 여기가 원본인 판타지'인덕에 정통 판타지?가 아니에도 생생함이 느껴진다. 이런 측면에서는 이우혁의 '치우천왕기'가 생각나기도.

오랜만에 등장한 고품격 역사+한국형(작품에선 한반도가 유추될뿐이다) 판타지가 너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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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용골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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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금기'라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양대 장기가 오롯이 발휘된, 캐드펠 수사시리즈처럼 시리즈로 나와주길 바랬으나 안타깝게도 한권으로 마무리 된 걸작 중세판타지 미스터리.

'흑뢰성'에서 보듯 작가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 솜씨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치밀한 자료조사는 물론 특유의 건조하고 차가운듯 하면서도 왠지 궁금증이 들게만드는, 몰입감넘치는 문체를 통해 단순 역사소설이 아닌 '역사 미스터리'에 최적화된 글을 써낸다.

이 작품에서도 작가는12세기 중세의 분위기, 아니 생활상을 눈에 보이듯 그려낸다.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읽으며 '왕좌의 게임'이나 '하우스 오브 드래곤'느낌의 판타지 세계가 머릿속에서 시각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판타지 소설에서 중시되는 견고한 세계관 구축을 기반으로 작가는 이후 본격 미스터리에서 중시하는 견고한 논리구축에 들어간다.

마치 '장미의 이름'에서 현학적인 수사와 인용을 걷어내고 판타지적 상상력을 더한듯, 마법과 저주라는 특수설정하에 본격 미스터리적 복선을 차근차근 던지고 성기사 팔크라는 탐정을 통해 차분히 사건을 해결한 후 아는사람은 아는! 이 작품만의 가슴아프고 충격적인 결말까지 독자를 인도한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특장점은 '야경', '추상오단장', '덧없는 양들의 축연' 등에서 보이는 금기사항을 다루는 솜씨, 금기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최신작 'I의 비극'도 일정부분은 비슷한 결일 수도 있는데, 일본사회든 인간사회든 당연시 되거나 금기시되는 것들을 비틀고 부숴서 독자들을 (기분나쁘지 않게!) 놀래키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스포이기 때문에 언급할 수는 없지만, 이 작품 역시 2010년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 나간 특수설정은 물론, 특정 요소에 대한 미스터리 독자의 맹목적인 신뢰를 깨부숨으로써 위대한 결말을 창조해냈다.

구판에 비해 이번 개정판은 디자인과 그립감 모두 진일보한 느낌이다. 부디 엘릭시르에서 디자인과 판형이 제각각이던 작가의 과거작들을 이런 판형으로 계속 내줬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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