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돌아오다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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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장인이 섬세하게 만든 스시 오마카세를 먹은 느낌.

단순히 식초에 양념된 밥에 대충썬 생선회를 달랑 올린 초밥한피스가 아니라 '미스터 초밥왕'에서 보듯이 쌀과 물의 산지, 철에 맞는 생선과 조업시기, 가장 맛있는 부위 선정과 칼질의 각도까지 모든걸 세심하게 고민한 예술작품 한점이다.

너무도 섬세하기에 이것저것 신경 썼구나, 이런저런 영향을 받았구나 정도 짐작만 했는데 작품 말미에 나온 작가의 말과 무려 노리즈키 린타로가 쓴 친절한 해설을 보니 개인적인 감상에 대한 확인과 확장이 이루어지며 전율이 느껴졌다. 역시 알고먹어야 더 맛있다.

작가의 말과 해설에 너무도 자세히 작품의 가치가 설명되어 있긴한데, 개인적으로 느낀 이 작품의 대표적 특징은 5개 단편의 완벽한 내적 완결성, 작품간 느슨한 연결성, 단편 배치 순서의 예술성이다

먼저 엄청 흡인력있거나 박진감 넘친다고는 못하겠지만 깔끔하고 아름다운 문체와 안정된 필력을 기반으로 곤충이라는 특이한 소재의 신선함을 더하고 꽉짜인 구조로 단편의 기승전결을 완성했다. 각 단편이 그 자체로 기승전결을 가지면서 크게 흠잡을 데 없이 전개된다.

미스터리적으로도 깔끔하고 적당한 충격적 반전이 있긴한데, 첫 두편을 읽고 살짝 실망하기도하고 심심하기도 했다. 특히 두번째 단편 '염낭거미'는 좀 으잉? 스러웠는데 뒤의 해설을 보니 작가의 전작과 대응하기 위한, 뒤의 마법같은 세편을 위한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되어있어 사후 이해했다.

첫 두편에서 탐정으로서의 정체성 부족을 넘어 캐릭터적 불명확성까지 보여 불만이었던 주인공 '에리사와 센'의 서사는 세번째 단편부터 과거와 현재를 드나들며 소개되는데, 이때부터 주인공의 인물상이 구체화되면서 그간의 모호함을 내던져버리고 가슴을 저리게 하는 마법같은 마지막 단편까지 힘있게 독자를 이끈다.

작가는 이를 의도적으로 '과도한 캐릭터화를 피하기 위해 그라데이션이 느껴지게끔 주인공의 내면을 변화시키는' 기법이라고 소개했는데,

일본 추리작가 협회 심사평에서도 '연작단편집의 배열이 뛰어나다. 특히, 후반부 세 편에서 탐정 역할인 에리사와 센의 삶이 점차부각되며, 마지막 이야기의 결말이 첫번째 단편과 호응하는 구성이 인상적'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는 작품의 몽환적이면서도 다소 쓸쓸한 분위기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안녕 요정' '왕과서커스' 및 '추상오단장' 등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는데, 작가의 말에서 요네자와 작가에게 영향받았다고 쓴 걸보니 완전 틀린 추측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초반부에는 '붉은 박물관' 정도 느낌으로 적당히 재밌지만 다소 심심했으나, 자신의 몸을 새끼들에게 먹이로 내주고 죽는다고 소개된 '염낭거미' 처럼 첫 두편을 마지막 세편의 자양분으로 삼아 이야기타래를 새로운 차원으로 인도한 작가의 배려와 역량이 느껴진 걸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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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의 49재 - 2024 제17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아사히나 아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시공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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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결합 쌍생아에 파격적 상상력이란 광고문구, 아쿠타가와상이란 후광까지 더해져 왠지 sf적 설정의 천재적인 미스터리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 느낌을 잔뜩 기대했는데.. 대신 간만에 순문학의 향취를 제대로 느꼈다.

이 작품은 무인도의 심산유곡에서 길어올린 청정수를 백만번 정제한듯한 순수 그 자체인 작품이다. 장르적 불순물?을 걷어내고 단 한방울의 문학적 정수만을 남겨놓은듯 하다.

이 책에서는 사실상 '사건'자체가 없다시피 한다. 할아버지의 죽음이란 '계기'가 있긴한데, 이는 회사에 출근하고 친구를 만나는 사소한 이벤트들과 크게 위상이 다르지 않다. 작품은 한몸을 공유하는 '안'과 '슌'이 이런 이벤트들을 통해 받게되는 자극으로 인한 존재론적 고민으로 가득 채워져있다.

먹고 마시고 배설하고 걷고 자고하는 그 모든 일상생활에서 그들은 남과 다름을 느끼고, 그 다름 속에서 자신 혹은 자신들을 어떻게 인간사회속에 자리매김할지 고민한다.

그렇기에 180여페이지의 짧은 분량에서 장르문학적 전진은 거의 없고 순문학적 침잠이 끝없이 이루어진다.이런 작품을 기획하고 써낸 작가의 천재성과 문장력엔 감탄을 금치못하지만 보다 화끈한 이벤트를 원하는 독자로서는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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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다이치 고스케 걸작선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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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시대를 초월한 가치가 있다는점을 새삼 느끼게해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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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코스트 마티니클럽 1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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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 메디컬 스릴러의 여왕으로 적혀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게도 처음 접한 작가 테스 게리첸.

작가가 추리/스파이 소설계에 얼마를 기여했는지 모르겠지만 외부정보없이 작품 자체만 말한다면, 이 책은 미래에 2000년대 최고의 스파이 소설이자 고전이었다고 꼽혀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싶은 걸작이다.

개인적으로 그 유명한 르 카레 작품을 몇 번 시도했지만 좀 지루했고 폴리팩스 부인같은 은퇴자를 다룬 이야기들은 다소 가볍거나 라떼를 과장한 느낌이 있었다. 영화로는 많이 봤지만 책으로는 크게 기억에 남는 스파이물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 책은 그 갈증을 단번에 해소해주었다.

작가는 제임스 본드와는 다른 스파이물을 쓰고 싶었다는데 오히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007 시리즈 최고의 작품이라 생각하는 '스카이폴'이 생각났다.(물론 다른007 액션물들과는 결이 다르다)

대자연에 둘러싸인 늙은 스파이의 안식처, 그 안식처를 침범하는 과거의 은원, 비밀요원들의 신상공개와 죽음 그리고 특유의 쓸쓸하면서 비장한 분위기까지.

과거 최정예 요원들의 나이듦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의 영혼에 새겨진 기술과 능력에 대한 과장없는 찬미는 은퇴한 스파이를 다루려면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지 알려주는것만 같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몇 년째 뜨거운 전쟁을 하는 현실에서 '냉전'을 모티브로 한 러시아와 미국 정보부간의 대결이라하면 사실 좀 철지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놀라운 작가는 자칫 고루할 수 있는 테마를 최신식 글쓰기 기법?인 과거와 현재의 교차배치, 인물시점의 빠른 전환, 인물별로 사족없는 적절한 서사부여, 사랑과 배신, 복수와 반전까지 모두 활용하여 너무도 솜씨좋은 한 상을 차려냈다. 마치 흑백요리사의 이균 셰프가 현대적/미국적 감각으로 전통 한식을 재해석해 냈듯이.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정말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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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 신의 실수
류시은 외 지음, 연상호 기획, 최규석 만화 / 와우포인트 퍼블리싱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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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세계관을 견고하게 만들 최적의 형태는 소설'일지도 모른다는 연상호 감독의 추천사가 진심으로 다가오는 책.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을 재밌게 봤다면, 그리고 그 열린듯 닫힌듯-시즌3를 예고하는 듯/여운만을 남기고 마무리한 듯한 알쏭달쏭한 결말이 못내 아쉬웠던 사람이라면 이 책은 최고의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아니다.. 거의 필수적이다.

'지옥'의 세계관 차용을 넘어 시리즈 내 주요 에피소드들에서 모티브를 얻은 또는 그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인용되는 다섯편의 연작 단편집을 읽고 있자면 말 그대로 지옥의 세계관 속에서 살아 숨쉬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세계관 속 삶이 영상처럼 스펙타클하진 않다. 오히려 영상에서 못 다룬 필연적인 뒷 이야기들, 즉 고지받은 사람들이 그 시간까지 견뎌야 하는 인간적인 고통들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라는 묵직한 질문과 함께 절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하지만'을 한번 더 하자면, 그 처절함과 절절함을 함께하는 독자들의 발걸음이 생각보다 무겁지 않다. 아니 오히려 이토록 무거운 주제임에도 독서가 너무 재밌고 신이나는데, 이건 전적으로 작품의 완성도 덕분일 것이다.

이 앤솔러지에 참여한 작가들은 신춘문예 부터 이상문학상에 이르기까지 소위 '순문학'적 글쓰기를 훈련받은 작가들이다. 훈련을 넘어 순문학적 글쓰기를 잘 한다고 인정받았다고 보는게 맞겠다.

그래서 그런지 기본기가 완벽한 안정적인 글쓰기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또한, 매 작품들이 40~50여 페이지의 짧은 분량에 그야말로 밀도있는 기승전결의 서사를 짜 넣었는데, 별다른 불만이나 위화감없이 그 흐름에 자연스레 몸을 맡기는 기분이 상당히 상쾌하다.

개인적으로는 조예은 작가가 쓴 '불경한 자들의 빵'은 개인적으로 이 작품집의 백미이며 '지옥' 세계관이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것을 담아낸 웰메이드 단편이란 생각이 든다.

한두마디로 요약하기가 불경스러운 이 주옥같은 단편을 포함한 230여 페이지의 작지만 놀라운 이 작품집을 많은 지옥IP 팬들이 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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