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 신의 실수
류시은 외 지음, 연상호 기획, 최규석 만화 / 와우포인트 퍼블리싱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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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세계관을 견고하게 만들 최적의 형태는 소설'일지도 모른다는 연상호 감독의 추천사가 진심으로 다가오는 책.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을 재밌게 봤다면, 그리고 그 열린듯 닫힌듯-시즌3를 예고하는 듯/여운만을 남기고 마무리한 듯한 알쏭달쏭한 결말이 못내 아쉬웠던 사람이라면 이 책은 최고의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아니다.. 거의 필수적이다.

'지옥'의 세계관 차용을 넘어 시리즈 내 주요 에피소드들에서 모티브를 얻은 또는 그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인용되는 다섯편의 연작 단편집을 읽고 있자면 말 그대로 지옥의 세계관 속에서 살아 숨쉬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세계관 속 삶이 영상처럼 스펙타클하진 않다. 오히려 영상에서 못 다룬 필연적인 뒷 이야기들, 즉 고지받은 사람들이 그 시간까지 견뎌야 하는 인간적인 고통들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라는 묵직한 질문과 함께 절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하지만'을 한번 더 하자면, 그 처절함과 절절함을 함께하는 독자들의 발걸음이 생각보다 무겁지 않다. 아니 오히려 이토록 무거운 주제임에도 독서가 너무 재밌고 신이나는데, 이건 전적으로 작품의 완성도 덕분일 것이다.

이 앤솔러지에 참여한 작가들은 신춘문예 부터 이상문학상에 이르기까지 소위 '순문학'적 글쓰기를 훈련받은 작가들이다. 훈련을 넘어 순문학적 글쓰기를 잘 한다고 인정받았다고 보는게 맞겠다.

그래서 그런지 기본기가 완벽한 안정적인 글쓰기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또한, 매 작품들이 40~50여 페이지의 짧은 분량에 그야말로 밀도있는 기승전결의 서사를 짜 넣었는데, 별다른 불만이나 위화감없이 그 흐름에 자연스레 몸을 맡기는 기분이 상당히 상쾌하다.

개인적으로는 조예은 작가가 쓴 '불경한 자들의 빵'은 개인적으로 이 작품집의 백미이며 '지옥' 세계관이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것을 담아낸 웰메이드 단편이란 생각이 든다.

한두마디로 요약하기가 불경스러운 이 주옥같은 단편을 포함한 230여 페이지의 작지만 놀라운 이 작품집을 많은 지옥IP 팬들이 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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