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세계관을 견고하게 만들 최적의 형태는 소설'일지도 모른다는 연상호 감독의 추천사가 진심으로 다가오는 책.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을 재밌게 봤다면, 그리고 그 열린듯 닫힌듯-시즌3를 예고하는 듯/여운만을 남기고 마무리한 듯한 알쏭달쏭한 결말이 못내 아쉬웠던 사람이라면 이 책은 최고의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아니다.. 거의 필수적이다.'지옥'의 세계관 차용을 넘어 시리즈 내 주요 에피소드들에서 모티브를 얻은 또는 그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인용되는 다섯편의 연작 단편집을 읽고 있자면 말 그대로 지옥의 세계관 속에서 살아 숨쉬는 느낌이다.하지만, 그 세계관 속 삶이 영상처럼 스펙타클하진 않다. 오히려 영상에서 못 다룬 필연적인 뒷 이야기들, 즉 고지받은 사람들이 그 시간까지 견뎌야 하는 인간적인 고통들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라는 묵직한 질문과 함께 절절하게 표현되어 있다.그런데 '하지만'을 한번 더 하자면, 그 처절함과 절절함을 함께하는 독자들의 발걸음이 생각보다 무겁지 않다. 아니 오히려 이토록 무거운 주제임에도 독서가 너무 재밌고 신이나는데, 이건 전적으로 작품의 완성도 덕분일 것이다.이 앤솔러지에 참여한 작가들은 신춘문예 부터 이상문학상에 이르기까지 소위 '순문학'적 글쓰기를 훈련받은 작가들이다. 훈련을 넘어 순문학적 글쓰기를 잘 한다고 인정받았다고 보는게 맞겠다. 그래서 그런지 기본기가 완벽한 안정적인 글쓰기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또한, 매 작품들이 40~50여 페이지의 짧은 분량에 그야말로 밀도있는 기승전결의 서사를 짜 넣었는데, 별다른 불만이나 위화감없이 그 흐름에 자연스레 몸을 맡기는 기분이 상당히 상쾌하다.개인적으로는 조예은 작가가 쓴 '불경한 자들의 빵'은 개인적으로 이 작품집의 백미이며 '지옥' 세계관이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것을 담아낸 웰메이드 단편이란 생각이 든다. 한두마디로 요약하기가 불경스러운 이 주옥같은 단편을 포함한 230여 페이지의 작지만 놀라운 이 작품집을 많은 지옥IP 팬들이 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