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의미에서나 나쁜의미에서나 일반 sf소설 같지 않고 오히려 한편의 시집같은 책. 소설의 시대적 과학적 배경과 전제들을 지루하게 설명하기보단 레드와 블루의 편지와 사이사이의 짧은 서술들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유추하도록 하는 독특한 서술구조를 가진책이다. 문장도 유려하고 간간이 소개되는 역사적 사건들 및 각종 인문학적 지식이 버무려진 수준높은 글이지만, 오히려 이로인해 소설 본연의 재미는 다소 반감되는 느낌도 든다. 한마디로 일반sf를 읽을때의 즐거움을 기대하고 보기엔 너무 어렵다. 장미의 이름 등 움베르토 에코의 책을 읽을때 너무 현학적이라 오히려 잘짜인 플롯 자체의 흥미가 떨어지는것처럼 분명 소설의 흐름도 좋고 마지막 마무리도 나름 감동적이지만 약간 난삽하게까지 느껴지는 지식의 향연속에서 감동의 이정표를 잃어버린 느낌이든다.
백야행이나 방황하는 칼날처럼 작가가 때때로? 쓰는 사회파 추리소설이다. 얼마전에 읽은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죄의궤적과 비슷하게 선과 악, 죄와 벌의 애매한 경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소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하면 바로 생각나는것처럼 책장이 술술넘어가는 느낌이 없어 다소 당황스럽다는것이 첫인상이다. 물론 다른 작가들의 사회파 추리소설처럼 읽기 너무 힘들정도로 진지하거나 무겁지는 않지만, 작가가 작정하고 쓴게 느껴질정도로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플롯이 얽히고 설켜있어 꽤나 집중하면서 읽어야 했다. 그래도 역시 히가시고 게이고 답게 막판 반전과 전개는 꽤나 박력있고 개연성이 있다. 마지막 20프로를 스퍼트하기위해 80프로를 한발짝한발짝 걸어온 느낌이랄까. 엄청나게 재밌지는 않지만 거장의 역량과 고뇌가 오롯이 느껴지는 수작이다.
책표지 색깔처럼 시원하면서도 살짝 서늘한 소설이다. 크게 두개의 이야기가 수십년의 시차를 두고 느슨하게 결합되어있어 사실상 두개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은 책이다. 전반부에 해당하는 시소 몬스터는 마리아비틀이나 악스, 목부러뜨리는 남자..등 킬러 이야기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의 역량이 잘 드러난 시원통쾌한 이야기이다. 후반부에 해당하는 스핀몬스터는 마치 미드 블랙미러처럼 가까운 미래의 기술발전이 가져올 위험성을 다소 서늘하지만 그리 무겁지 않게 그려내고있다. 개인적으로는 시소몬스터는 짜임새도 좋고 책장도 잘 넘어갔는데 스핀몬스터 부분은 다소 개연성이나 짜임새가 덜하다는 느낌이들었다. 잡지연재분을 묶은것이라는데 연재분량이 정해져 있어서 작가가 구상한 세계관을 충분히 풀어놓지 못한건 아닌지...시소몬스터의 주인공이 스핀몬스터에 잠깐 나와서 활약할때의 반가움 말고는 용두사미스러운 급 마무리가 다소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는 돈이 아깝지 않은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이라해서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소설을 예상했는데 왠걸.. 제목과 표지그림부터 범상치않다. 시점을 교차해가며 한땀한땀 치밀하게 이어지는 스토리 전개와 절도,빈집털이에서 유괴,살인으로 가중되는 죄의무게로 인해, 때론 죄의굴레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주인공 우노 간지가 되어 때론 합동수사본부의 일원이 되어 마지막 페이지까지 숨막히는 여정을 함께하게된다. 2021년 도쿄올림픽의 해에 1964년 도쿄올림픽 시대상이 잘 고증된 소설을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사이코패스들이 난무하고 선과 악의 흑백논리에 지쳐가는 요즈음의 세태에서 우리모두는 선과악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살아가는게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와..작가한테 완전 당했다.. 우타노 쇼고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처럼 독자입장에서는 막판에 완전 허를 찔린다. 훅 들어오는 반전이 이해도 살짝안되고 작가한테 당했다는 분노?에 서술상의 허점을 찾으려고 앞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어봐도 작가가 실수한것은 없다. 단지 등장인물들처럼 나도 선입관에 사로잡혀 있었을뿐..살인범과 경찰의 시점이 교차되며 긴박하게 전개되는 글솜씨자체도 충분히 훌륭한데 마지막 반전과 오싹한마무리까지 정말 천재작가가 쓴 글인것같다. 19년에 복간된 책이라 하는데 이런 작가를 이제서야 알았다는 점이 아쉽고 작가가 더 이상 이런책을 세상에 내놓을 수 없다는 점이 더더욱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