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모토 산포는 내일이 좋아 무기모토 산포 시리즈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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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작가 스미노 요루가 쓴 힐링 소설.

아.. 세상엔 이렇게 좋은게 많았지. 하는 생각이 새삼들게 해주는 책. 각종 기사와 댓글, 게시글들에서 혐오와 분노가 범람하는 시대에 12개의 '무기모토 산포는 ㅇㅇ가 좋아'로 이루어진 이 책을 읽다보면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행복은 멀리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글의 소재도 새로 들어온 도서관 후배, 미팅, 문방구 탐방, 옆집언니랑 친해지기, sns, 타투, 설날음식, 스키야키, 산토리 하이볼 등 대중없는데, '산포의 가치관은 고정되어 있지 않기'(본문) 새로운걸 틀리다고 여기지 않으며, 다름을 신기하고 재밌게 받아들인다.

"세계는 내가 원하면 속공으로 늘어나기"에 좋아하는 것도 끝없이 늘어나고 하고 싶은것도 많다. 비록 잘하진 못하지만 "애초에 산포는 매일같이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가므로 회복이 느리면 진작에 어디선가 수치사했다." 라는 표현처럼 실수하고 회복하며 다시 열심히 좋아한다.

푸른색의 상큼한 표지와 더불어 마음을 청량하게 만들어준 힐링독서였다. 산포처럼 세상을 다시 한번 열심히 좋아해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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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 개정판
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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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콤비 개그(만자이/만담)로 데뷔한 작가가 10여년에 걸친 무명생활 동안 느낀 가난과 자괴감, 이상과 현실의 괴리, 성공에 대한 열망과 개그에 대한 열정을 담아 써낸 자전적 소설.

긴 무명시절 동안 헌책방을 드나들며 한 2천여권의 독서와 (할게 없어서 했다던!) 매일의 길고 짧은 글쓰기, 산책을 통한 사유가 도움이 되었는지, 이 진솔하고 아름다우며 감동적인 데뷔작은 2015년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2016년 기준 260만부가 팔려 80년 역사의 역대수상작 단행본 판매량 최고치를 기록-옮긴이의 말)

'이보다 더 재웠다가는 문학 냄새가 지나치게 짙어져 버리는 아슬한 지점까지 잘 눌러둬서 그야말로 한창 읽기 좋을 때'라는 한 심사평이 더 없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별다른 플롯이나 기교없이 담담하게 개그계에 투신한 스무살 젊은이의 꿈과 희망, 좌절과 도전을 이야기하는데, 그 진솔함과 순수함에 반하여 글에 몸을 맡겼다.

(일본에서 나름 인기있다는) 현직 개그맨의 자전적 소설이다 보니 (때론 이해할 수 없는 감성이긴 해도)그간 봐왔던 일본 소설의 유머중 가장 재밌었고 자주 터졌다.

'피상적인 묘사, 단조로운 반복'이라는 엄한 심사평도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꾸미지 않은 솔직한 표현들과 의외로 고급진 묘사, 곱씹어볼만한 경구들로 인해 '아슬아슬한 수준의 문학 냄새'가 나는점이 마치 수십년 이어온 동네 노포 맛집처럼 좋았다.

모든 좋은 소설에는 훌륭한 기승전결이 있듯이 이 책도 더 없이 훌륭한 마무리로 화룡점정을 찍는다. 주인공의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도전은 "모두가 웃으면서 울었다. 긴 세월을 들인 이 무모한 도전으로 나는 인생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요약되는 작가가 예비해논 멋진 소설적 장치를 통해 마무리 되며, 작중의 관객과 독자를 동시에 울린다.

'살아 있는한 배드엔드라는건 없다.우리는 아직 도중이다. 이제부터 속편을 이어갈 것이다' 라는 불꽃과도 같은 작가의 열정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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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아 만든 천국
심너울 지음 / 래빗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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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5개의 장이자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은 뒷장이 앞장의 꼬리를 물고 진행되는 긴밀한 연결성을 보여주며, 전체적으로 하나의 주제의식과 큰 이야기 흐름을 완성하는 치밀한 구성력을 자랑한다.

특히, 판타지 소설의 핵심인 '세계관'이 너무나도 잘, 꽉 짜여져 있어 보는 내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기본적으로 21세기 한국사회의 각종 병폐에 대한 통찰력 있는 고찰을 바탕으로 '마력'이 존재하는 세계관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덧씌워 놔서 이야기 전개에 전혀 위화감이나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대학생활의 풋풋한 재미와 치밀한 빌드업의 시작을 보여주는 1장, 프로야구 선수를 다룬 2장 및 미션임파서블 급의 잠입액션과 마법전투를 보여주는 스릴만점의 4장 등 작가의 치밀한 조사와 놀라운 필력으로 구현된 각 장마다 볼거리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무엇보다 책뒤에 나온 소설가 이유리의 추천사인 '흥미진진한 세계관 속에서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을 번갈아 조명함으로써 전하는 서사적 재미, 그리고 그 끝에 남는 씁쓸한 뒷맛'이 좋다.

이 씁쓸한 뒷맛은 마지막 5장 '핏빛 귀환'의 사이다적, 히어로물적 결말과 더해져 현실에 좌절한 염세주의자가 마시는 독주의 쓴맛이 아닌, 고급 와인이 주는 타닌의 떫은맛 정도로 승화된다. 비록 21세기 한국의 현실은 다소 떫고 쓰긴하나 작가가 작품을 통해 그려낸 '사람'이 주는 희망이라는 고급진 향기가 있기에..

자극적인 장면도 없고 크게 호불호를 탈 설정도 없어 보여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대표작으로 남기를 기대하고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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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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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에 대한 완벽한 탐구, 치밀한 구성, 한시도 긴장을 늦출수 없는 스토리'라는 책날개의 자평처럼 이 책의 가독성과 재미는 두말하면 입아프다.

책은 주인공 벤이 아내의 불륜을 알게되고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기까지의 1부, 자신의 죽음을 조작하고 성공시킨후 자신이 살해한 게리 서머스를 사칭하며 도주하는 2부, 몬태나에 정착했다가 뜻하지 않게 사진작가로 대성공하여 정체가 탄로날 위기에 처하는 3부로 구성된다.

작가가 작정하고 빡세게 조사해서 쓴 덕인지 월가의 변호사, 사진작가, 신문기자 등 직업세계는 물론 플롯의 중추를 차지하는 사진기술과 카메라 장비에 대해 정성스럽고 치밀한 묘사가 작품 내내 등장하여 읽는 즐거움과 알아가는 즐거움을 동시에 준다.

아울러 이 책은 스릴러적인 긴장감에만 집착하지 않는 미덕을 보여준다. 독자에게 미국전역을 여행하는 듯한 로드무비의 즐거움(2부)을 통해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고, 몬태나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고 천재사진가로 성공하는 대리만족감까지 주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장점을 걷어낸 이 책의 기저에는 살인자의 완전범죄 성공기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개인적으로도 14년전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어쨌든 살인자이고 범죄자인데 너무 성공적으로 행복해지는게 아닌가, 정의구현이 되어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불편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작가가 이런 독자의 불편함을 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자가 너무 괴롭지는 않을 정도로만) 주인공의 죄책감을 군데군데 잘 표현했으며, 결말 역시 독특하고 그럴싸하게 잘 그려냈단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나도 고전의 가치는 영원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명작을 너무도 예쁜 리커버로 다시 읽게되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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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걷어 차인 밤 - 단편 한 입
김창현 / 책보요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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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 수작! 하드보일드 소설의 주인공은 늘 싸움을 잘할거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심적으로는 물론 물리적으로도 걷어차인 주인공의 모습이 다소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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