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와인드 :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1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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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서평단

♤ 감상평

어른들이 법과 제도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해 놓은, 부조리하다 못해 미쳐버린 세상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책을 처음 열었을때 영어덜트+디스토피아 sf+반란과 저항이라는 유사한 설정의 명작?엔터테인먼트 소설(+영화) '메이즈 러너'가 생각났는데, 읽다보니 '빌러비드'와 '눈먼자들의 도시', '파리대왕' 등이 줄줄이 떠올랐다.

13세부터 18세 소년소녀들의 강제 신체 해체와 장기기증(언와인드)이 합법화(반쯤 의무화)된 사회라는 설정과 영어덜트물이라는 장르덕에 메이즈러너 내지 헝거게임 느낌의 도파민 넘치는 엔터테인먼트적 진행을 예상했으나, 책을 읽어나갈수록 이러한 편견이 그야말로 '언와인드' 되었다.

즉, 이. 작품은 사건과 이벤트 중심으로 글을 전개해나가기 보단 생명을 어떻게 규정하는가, 영혼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적 질문을 작품의 근간에 깔아두고 등장인물의 대화와 사유를 통해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나간다.(물론 필수 이벤트들이 계속 발생하긴하나 보조적인 느낌이다.)

초반에는 언와인드될 운명의 주인공들이 느끼는 불합리함과 탈주과정을 마치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에서 보듯 과거 미국의 흑인 노예 탈출과정에 빗대어 묘사한다. 이를통해 '문제아'라 낙인찍힌 '언와인드 예정' 소년소녀들의 행동들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들의 서사를 촘촘히 쌓아나간다.

미성숙하고 혈기넘치는, 통제되지 않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이기에 '파리대왕'의 야생성이 한스푼 더해진듯도 하고, 파국과 혼란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찾아나가려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선 '눈먼자들의 도시'의 편린이 느껴지기도 했다.

놀라운 점은 언뜻 보면 '열린책들 세계문학'같은 느낌의 전개를 '헝거게임'처럼 풀어내는 작가의 글솜씨다.

총4권으로 이루어진 시리즈의 첫권이므로 세계관과 인물구축에 중점을 두긴 하지만 지루하거나 어설픈 열린결말의 느낌을 받지 못했다. 즉, 이 한권으로도 자체적인 완결성을 갖는, 기승전결이 꽉 짜여진 알찬 구성이었다.

사실 영어덜트물을 별로 안 좋아하고 메이즈러너와 헝거게임만 예외로 두었는데(영화, 국내번역본에 이어 힘들게 힘들게 원서까지 읽었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대략 200여페이지 이후부터 재미란게 폭발하더니 상당히 만족스런 결말까지 쾌속질주했다.

2권이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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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 11~21 세트 - 전11권 캐드펠 수사 시리즈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외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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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수사시리즈 로열골드에디션(11~21권)
#도서협찬

꼼꼼하다 못해 철저한 자료조사를 통해 선명하게 그려낸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재기넘치는 문장과 촘촘한 구성, 놀라운 반전과 가슴따뜻한 마무리를 통해 역사 휴먼 미스터리의 새로운 재미를 알려줬던 걸작 시리즈가 마무리되었다.

이 시리즈가 가지는 특장점은 한권한권이 주는 품격있는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재미 뿐만 아니라 마치 명탐정 코난이 그러하듯 느슨하게 연결되어 이어지는 거대한 이야기의 흐름에서 느껴지는 웅장함이다.

즉, 매권마다 탐정 캐드펠이 보여주는 추리력과 행동력에 놀라고 인간 캐드펠이 보여주는 인간적 면모들에 반하다보면, 어느새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의 내전이라는 12세기 잉글랜드 역사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특앞의 이야기를 안보고 아무 책이나 집어들어도 재미있게 읽을수 있지만 요소요소마다 '킥'처럼 활용되는 이전 에피소드들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다면 이야기에 생동감이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로열골드'한 시리즈의 완성을 느낄수 있게 된다.

고물가 시대 책값도 비싼데 이런 훌륭한 작품들에 예쁜 박스까지 더한 한정판을 20프로 할인해서 140,000에 만나볼수 있다니 감사할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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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류기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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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다큐멘터리와 스릴. 재미와 교훈. 정보와 가독성까지 균형있게 담아낸 작품.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미친 살인마가 십대들을 살육하는 공포영화 장르인 '슬래셔무비'라는 한물간 통속적 주제로 신선하고 창의적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가상의 다큐멘터리 형식을 띠는 초중반은 사실 살짝 지루한 편이긴 하다. 집단살육에서 살아남은, 살인마를 무찌른 최후의 생존자 '파이널 걸'의 사회 적응을 돕는 일종의 피해자 모임인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의 설정과 구성원들의 서사가 진행되는데 과거 공포영화 소개-즉 개인의 생존담-가 아닌 일종의 심리 트라우마 치료 느낌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게다가 주인공 역할인 리넷 타킹턴의 심리상태가 너무 불안하고 과대망상이란 생각까지 들기에, 초중반부 파이널 걸들이 살해되기 시작하고 사건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혹시 '믿을수 없는 화자'인가 싶어 집중이 덜 되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는 그야말로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는 압도적 몰입감과 미칠듯 뿜어지는 도파민의 연속이었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는 과도한 영상미와 해외 로케이션, 복잡한 플롯때매 오히려 1990~2000년대의 그 단순한 아드레날린 폭발을 경험하기 어려운데, 이 책이 오랜만에 그런 흥분과 쾌감을 선사했다.

복선과 반전, 2차반전에다 깔끔한 결말까지 나무랄데 없는 진행이었는데 초중반에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며 읽다보니 마지막 즈음에 삽입된 작중인물의 한페이지짜리 연설문이 탁하고 가슴도 치고 머리도 치고 뺨도 때렸다.

쉽게 말하면 공포영화에서 젊은 여성을 자꾸 죽이는데 그걸 좋다고 소비하는 너네 관객들은 그걸 보는 이유가 스스로 안전하다는 쾌감을 갖기때문 아니냐는 거다. 마치 안전한 롤러코스터를 타며 제한된 공포감을 느끼듯이.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 책의 구성에도 반영되는 듯 하다. 즉, 돌아온 살인마의 죽음의 위협에서 벗어나 온몸이 찢기고 부서지면서도 결국 살아남은 여성들을 보면서, 안전한 집구석에서 변태적인?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여성들에 대한 폭력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 실존함을 느끼고 문제의식을 갖자는 느낌이다. 물론 가르치듯 알려주면 아무도 안볼테니 재밌는 엔터테인먼트에 녹여내서.

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면 슬래셔 영화의 기원의 소개와 더불어 그 소재가 된 실제 사건의 실존-생존 인물에 대한 헌사도 나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책과 함께하며 슬래셔무비를 보며 금발미녀들이 죽어나갈때 짜릿해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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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두 죽어야 하는가
심너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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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서평단

전작 '갈아만든 천국'에서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일종의 벽을 넘어 다른 차원의 작가로 나아갈 가능성을 보였던(작가 스스로도 결과물에 상당히 만족한듯 했던!) 심너울 작가의 신작이다.

이 책은 불로불사의 신약을 만든 '도르나이 바이오틱스'와 그 대표가 숨겨논 추악한 비밀을 식약처 5급 사무관이자 약사인 주인공 서효원이 파헤치는 아드레날린 넘치는 액션 모험 스릴러다.

이런 기본 구조에다 정치인의 음모와 뒷공작, 주인공의 조력자와 빌런간 얽히고설킨 과거사와 복수, 권총이 등장하는 액션적 결말, 참회와 후회, 새로운 출발, 사랑 등 한국 드라마, 영화들이 사용하는 클리셰 종합 선물세트가 버무려져 있다.

또한, 중앙정부 부처의 근무행태와 문화 등을 리얼하게 그렸고, 작가의 말에서 '외적 핍진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그럴듯한 과학적 설명과 상상력 부분이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음모를 깨부수는 할리우드 영화의 한국판 버전을 글로 만나보고 싶은 독자에게, 직장생활에 지쳐 도파민 충전을 원하는 직장인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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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코워커
프리다 맥파든 지음, 최주원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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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감상평

핸디맨, 하우스메이드, 네버라이를 거치며 국내독자들에게 스릴러의 진정한 재미를 알려준 프리다 맥파든식 글쓰기의 전형을 볼 수 있는 작품.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그야말로 '압도적인' 몰입감을 자랑한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프리다 맥파든이 다른 영미권 작가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점은 장황한 배경, 상황묘사를 생략하고 바로 독자를 사건에 투입시킨다는 점이다.

즉, 보통의 소설들이 작품 설정과 등장인물에 대해 배우고 익히는 시간(여기서 많은 독자들이 이탈한다)을 갖고, 충분히 단련된?자격있는 독자만이 작가가 고심해서 짜낸 플롯을 즐기게 한다면, 프리다맥파든은 OJT다. 사전공부는 필요없고 설정과 인물은 플롯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익혀진다.

이는 작가가 거의 마스터하다시피한 1인칭 주인공 시점덕인듯하다. 3인칭 시점이 무난한 모범생같다면, 1인칭 시점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과 같다는 생각이다.

즉, 1인칭 시점을 잘못 썼을경우 전체적인 사건의 상황파악도 제대로 안되고 주인공의 넋두리에 독자들이 지칠 우려가 있다. 1인칭만의 묘미인 신뢰할 수 없는 화자를 통한 반전도 어설프면 황당하고 불공정할 뿐이다.

하지만 프리다 맥파든은 뛰어난 심리묘사와 신뢰할 수 없어 불공정해보이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신뢰가 가는 화자라는 기막힌 스킬을 바탕으로 독자를 그야말로 이야기속으로 빨아들인다.

이 작품 역시 어찌보면 초반부부터 드러나는 영미 스릴러의 전형적인 설정에 전형적인 이야기전개- 직장내 괴롭힘, 여적여(여자의적은woman), 불륜-을 못벗어나는가 싶은데도 왜이렇게 재밌지 싶다.

주인공 '내털리'의 장과 교차되어 등장하는 '돈'과 '미아'의 이메일은 사건의 진상을 드러내주면서도 독자들에게 무언가 위화감을 심어줌으로써 긴장의 끈을 놓지못하게 한다. 갈수록 오묘해지는 이야기 진행과 (당연히 따라오는) 충격적 반전, 한번더 비틀기가 숨가쁘게 진행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한번더 비틀기는 사족이지 않나 싶었다. 작가가 독자의 도파민 부족을 걱정하는 심정은 고마운데 마지막 결말 후 결말 때문에 권선징악과 촘촘했던 이야기 전개가 흐트러져버린점은 못내 아쉽다.

막판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엔터테인먼트 소설로는 그 누구도 따라올수 없는 영역을 개척중인 작가의 신작은 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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