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초 홍명희 평전 - 민족문학의 최고봉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의 생애와 사상
강영주 지음 / 사계절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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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꺽정>의 저자이면서 최남선, 이광수와 함께 조선 3대 천재 중의 하나로 불렸다던
홍명희 선생은 겸손하고 조용한 사람이었다 한다. 사대부 가문 출신으로 앞에 나서서
사람들을 이끌고 선동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안으로 깊이 도사리고 앉아서 굳게
지조를 지키고 자신이 처해야 할 자리에 옳게 자리하고 있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사진을 보면 약골처럼 보이기는 한다. 그런데도 여러 차례 투옥 생활까지 하면서도
흔들리지 않았으니 대단하다.
평전을 쓴 강영주 선생은 참한 학자다. 20년이 넘게 홍명희 선생에게만 천착했다고 한다.
이전에 쓴 연구서가 있고 이 책은 대중에게 쉽게 읽히려고 썼다고 했으나 무난하기는 하되
책으로 읽는 재미는 특별할 것이 없다.

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냥 잊혀졌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모여서 이룬 것이
역사라면 우리는 역사를 이루는 조그만 부분들을 소홀히 함으로써 역사 자체를 소홀하게
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옛것이 반드시 고루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새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옛것을 무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반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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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책일기
고종석 / 문학동네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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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석의 이 책은 그가 한겨레 신문에 쓴 조각글을 모은 것이다.
그래서 전체는 일관성이 없다. 그래도 한 조각 한 조각은 읽을 만하다.
아니 사실은 나한테 좀 넘친다. 이 책이 나왔을 때 나는 신입생이었다.
그때 난 무엇을 하고 있었나. 아마도 선배들과 동기들의 손에 이끌려
두주불사하고 있었을 거다. 처음 술을 먹고 아스팔트가 나한테 박치기하는
경험을 한 것도 아마 이때쯤일 것이다.
내가 이렇게 뚜렷한 지향 없이 살고 있을 때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뭔가를 느끼고 실행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막 질투가 난다.
나도 나름대로 손에서 책을 멀리 두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책을 그 나이에 읽었으면 지금 내가 좀 다른 모습이 돼 있지 않을까
이미 흘러버린 시간에 '만약'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이 책을 읽다가 난 흘러간 7-80년대 평론가들의 논란과 출판의 간단한 흐름을 보았다.
기억할 만한 출판사의 흘러간 과거도 조금 보았고 고종석이란 사람이 가진
개인주의에 대한 태도도 알게 되었다.

아직도 나는 평론에 대해서 무척 안 좋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조금쯤은 수정하게 되었다. 시집을 읽으면 웬간하면 뒤에 붙은 해설은
잘 안 본다. 괜히 어려운 말로 이것저것 지껄여셔 그나마 얻었던 감흥까지
앗아가버릴까 두려워서다. 근데 딱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내 생각을 갈무리해두긴 해야겠지만 나보다 나은 식견을 가진 사람이
같은 글을 어떻게 보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적어도 그 시인에 대해서 나보다 더 많은 글을 읽었고 더 고민했을 테니까.
그러니 무조건 어려운 말로 쓴다고 해서 뭐라고 탓할 일만은 아니다.

그래도 암튼 어려운 단어와 현학에 대해서만은 아직도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다.
버거운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고종석의 글은 적어도 나에게는 그 경계의 느낌을 준다.
어려운 글을 읽을 때 좀더 앞으로 밀어주는 감각을 주는 것이다. 그 점에서 고종석의
글은 나에게 귀하다.

아직도 읽고 싶은 그의 책이 몇 권 남았다. 조금 아껴두고 읽을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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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낮은 중국
라오웨이 지음, 이향중 옮김, 퍼슨웹 기획 / 이가서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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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현대사는 그야말로 좌충우돌 울쑥불쑥 복잡하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와의 격렬한 투쟁의 현장이기도 했다가
이상을 실현하려는 혁명가와 그 혁명을 가로막으려는 보수주의자의
싸움터이기도 하고 그냥 별 생각없이 물 흐르듯 시대의 흐름대로 변화대로
흘러가는 사람들이 섞여서 비롯된 중국이라는 땅에서 벌어진 여러 가지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역사를 가장 몸에 와닿게 느끼는 방법은 이야기를 읽는 것이다. 당시를 온몸으로
부딪히면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은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역사를
말한다. 인터뷰니까 더 부드럽고 쉽게 읽힌다. 쉽게 읽힌다고 말했지만 말 그대로
쉽진 않다. 그 말들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가를 보자면 파고 파고 또 파도 끝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 들어온 중국의 관련서들은 그 스펙트럼이 별로 넓지 못하다.
입에 발린 거대한 땅 엄청난 인구로 먹고 들어가는 중국의 경제 잠재력을
다루고 경각심을 고취하거나 들어가서 돈 벌라는 얘기를 다룬 책들이 태반이고
가끔 중국 소설들이 있고 사회과학적 측면에서 다룬 책들도 간혹 있다.
문화에 관한 책 쪼끔. 삼국지 같은 고전이야 뭐 다 아니까.

이 책은 이제까지 나왔던 중국 관련서와는 궤를 달리한다.
하층민들의 걸쭉한 입담이 담겨 있는 거다. 중국에서 이런 책을 출판하는 걸
용인했을 리 없다. 중국에서 당근 금서다.
암튼 이 책을 쓴 사람은 지식인이다. 그러니까 지식인이 하층민들을 만나서
나눈 얘기 모음집쯤이 되겠다. 변소지기부터 시작해서 날라리 아가씨, 옛 홍위병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 모두는 자기만 겪고 알고 있는 사연을 간직하고
이 지식인은 그 사연들을 끌어낸다.
그야말로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얘기인 만큼 흥미진진하고
한숨 짓게 한다.
나는 이 책을 생생한 중국 현대사 이야기라고 말해주겠다.
중국 현대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역사책을 읽고 체계를 정리해야 되겠지마는
그보다 먼저 이런 날 것의 팩트를 먼저 들어둔 다음 딱딱한 이론서 역사서를 보게 되면
더 피부에 와닿을 것이다.
좋은 책이고 보기 힘든 책이다.
중국이란 형식을 통해 인간 일반에 대해 읽고 싶거든 이 책을 보면 된다.
이 책에 소설 수십 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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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 It Up! 1 - 만화로 보는 재즈역사 100년
남무성 지음 / 고려원북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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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출간 때부터 워낙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그럴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고급하거나 마니아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지식을 대중에게 소구력을 가진 형식으로 바꿔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남무성이라는 개인이 가진 다재와 다능에 연유한 것이겠지만
(그보다도 하나에 천착한 그의 내공 덕분이겠다.)
무지무지 좋은 책이다. 이 책은 일단 저자의 성향 탓이겠지만
'오픈'되어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읽다 보면 재즈의 역사가 간단하게 머릿속에 들어온다.
그리고 뮤지션들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당근 그들의 음악이 마구마구 듣고 싶어진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미덕은 충분할 것이다.
남무성이란 사람에게서 얻은 하나의 화두는 그가 가진 전문지식에
만화라는 형식을 통한 표현이 가능했다는 것.
만화란 형식이 새삼스럽게 무척 새롭게 느껴졌다.
들어보고 싶은 음반도 엄청 생겼고 당분간은 그 생각만으로도
몹시 즐거울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흠을 잡자면 편집 상태가 엉망이라는 것이다.
만화에서 말풍선에 쓰이는 단어는 어느 정도의 '시적' 표현을
미묘한 어감을 전한다는 의미에서 허용해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의 그것은 너무 아니었다. 기본적인 띄어쓰기와 맞춤법은 물론이고
외래어표기법도 통일되어 있지 않은 구석이 많았다.
이 책의 편집자는 크게 반성해야 한다.
이렇게 좋은 책을 편집하면서 그렇게 많은 교정교열 실수를 드러내다니 말이다.


2권은 좀 구성도 느슨하고 1권보다 밀도가 떨어진다. 두 권 중에서 꼭 한 권만 사봐야 한다면 1권만 사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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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생이다 - 중국의 大문호 왕멍, 이 시대 젊은이들과 인생을 말한다
왕멍 지음, 임국웅 옮김 / 들녘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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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멍은 잘은 몰랐지만 이전부터 이름은 제법 들어왔고 꼭 그의 글을
읽어보고 싶었던 작가다.
이 글은 온전하게 그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수필이다.
그것도 중국인들을 상대로 쓴 대단히 독자대상층이 넓은 글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치와 도덕을 강변한다.
그에 대한 증거로 '~해야 한다." "~해서는 안 된다."라는 식의 문장이
거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위를 말하는 글이다. 도덕 교과서이다 보니 재미있을 수가 없다.
다만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그가 위구르 지역에
하방된 적이 있었고 그 지역에서도 탄압에 굴하지 않고 위구르어를
제대로 익혔다는 것. 이 글 전체에 흐르는 정조는 제목에서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처럼 '항상 배우는 자세를 가지자"는 것이다.
물론 좋은 얘기다. 대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살아야 한다 또는 이렇게
사는 게 좋겠다는 처세의 방법을 다룬다.
뭔가 발랄한 정신과 문장을 바랐던 나에게 이 책은 실망만을 안겨주었다.
이 책이 많이 팔렸다면 분명 그 이유가 제목을 잘 뽑았기 때문이거나
그 안에 담긴 교훈에 많은 이들이 감화를 받았기 때문일 텐데
원서의 제목은 '나의 인생철학' 그쯤 되는 따분한 제목이니까
이 책은 어찌 보편 편집력이 크게 반영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본문의 편집은 그냥 무난한 텍스트 위주의 편집인데
이 책을 읽느라 진도가 너무 안 나가서 거의 한 달도 넘게 읽은 것 같다.
아무리 띄엄띄엄 읽었다고 하더라도. 책을 한번 잡으면 끝까지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라서.
그의 수필은 이것으로 더 이상 볼 맘이 사라졌다.
그의 소설이나 뒤에 읽어봐야지.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자면 번역이 큰 오역은 없는 것 같지만
문장을 어쩌면 이렇게 지루하고 재미없게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다.
물론 원래 문장의 한계가 있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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