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철학 산책 - 고대 그리스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이야기로 읽는 서양 철학의 역사
제레미 스탠그룸 & 제임스 가비 지음, 이정아 옮김 / 시그마북스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서 여러 철학서를 뒤적여 보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철학서는 일단 접근부터가 쉽지 않았다. 첫 문장부터 난해한 철학 용어가 더 이상 진도를 나갈 수 없게 하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인용한(대부분 원전에서 가져온 것들이지만) 문장들이 서로 얽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본다고 하는 철학사를 읽으면서도 그 책만으로는 한 철학자의 대강의 논리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 책의 서문에서 말했듯이 철학서를 읽을 때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은 논쟁을 이해하는 데에 기울였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책장이 아닌 독자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따라가다가 지쳐 나가 떨어지기 일쑤다. 결국 중간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안타까운 경험만 남기도 만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런 우리의 경험에 한마디의 충고를 한다. 어떤 주장이 명백히 틀렸다고 생각되거나 결론이 믿기지 않는다면,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놓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아마 이 책의 저자들은 독자들의 이런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래서 철학을 이야기로 만들어 전달한다. 이 책은 서양 철학의 시작인 약 2500년 전 그리스부터 시작한다. 역시 옛날이야기가 재미있었나 보다. 저자들(이 책은 제레미 스탠그룸과 제임스 가비라는 두 명의 저자의 작품이다)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이어지는 스토아학파와 에피쿠로스학파, 중세의 철학에 책의 절반을 할애한다. 이야기와 명화 그리고 간략한 정리가 곁들여져 철학이 충분히 재미있는, 그리고 우리의 고민에서부터 출발한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 이전까지 누구도 물었던 적이 없던 질문들을 캐묻기 시작한다. 혼돈스러운 일상의 사건을 합리적으로 해석하려는 철학은 의심에서 시작한다. 왜 사물이 그런 모습으로 존재하는지를 알아야만 했다. 이렇게 철학자들의 관심사는 사물의 모습에서 도덕 그리고 플라톤에 이르러는 현재 서양철학이 제기하는 의제의 핵심적인 모든 것들이다. 고대를 지나 중세에 접어들면 이성은 종교를 위해 사용된다. 이런 중세에 대한 반발로 르네상스 인문주의가 나타나고 철학은 신학에서 떨어져 나온다. 근대를 지배하는 경험론과 합리론을 지나 관념론의 난해한 고지에 이르러 독자는 칸트와 헤겔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은 20세기의 주요 철학사조인 실존주의와 허무주의 그리고 분석철학을 만날 수 있다. 고대의 철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여행이 될 것이고, 근대의 철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다소 아쉬워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철학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는 독자들이 접근하기에는 좋은 철학 입문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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