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희나 - 내 안의 다정함을 깨우다
오한숙희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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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희나

#오한숙희

#나무를심는사람들

 

 


 

 

우리 아파트는 ㅁ자 모양으로 둘러서 있고 ㅁ자 속에 주차장이 있어 소리가 잘 울린다. 비가 오는 날이면 여지없이 어어~ 어어~ ~~”소리가 아파트에 울려 퍼진다. 발달장애 아이들을 많이 만나왔기에 내겐 익숙한 소리라 아이가 저 소리를 내는 동안 민원이 들어 올까, 맘 졸일 부모님이 걱정스럽다. 당장 우리 아이부터 이렇게 묻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엄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너무 시끄러운 거 아냐?”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날씨 변화에도 민감해서 비 오는 날은 유난히 힘이 든 것 같다고 이해해주자고 말했다. 그 뒤로는 아이들도 불평하지 않았다.

 

 

 

장애에 대해 아는 것은 이렇게 다름을 있는 그대로 보는 당연함의 태도를 장착하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딱히 장애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원하지 않는 친절을 베풀고 과도한 관심을 보이라는 것이 아니다. 책에서도 언급된 우호적 무관심과 잔잔한 응원을 말하는 것이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단순히 돌봄을 1/n 하자는 것만이 아니다. 마을 사람 열 명이 동네 아이 열 명을 지켜보아 주면 백 개의 개성이 세상에 드러난다._47

 

 

 

자폐적 스펙트럼 상에 올려놓고 자기를 해부해봤을 때 완벽히 그 스펙트럼 밖에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당장 나부터 계획에서 틀어지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고 낯선 사람과의 만남에서 설렘보다 긴장이 더 크고 후각이나 청각이 너무 예민해 남들보다 늘 두 배쯤 유별나게 군다. 둘째는 자기가 한 번 맞다고 생각한 일(누가 봐도 아닌 경우에도)에 대해 의견을 굽히거나 이해하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불가능하다.

 

 

 

소음처럼 들리던 희나의 웅얼거림을 누군가는 노래로 듣고 어른도 쉽지 않은 테이프 중앙에 곧게 붙이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어떤 아이의 능력을 타인이 발견해주기도 한다. 크레파스로 색을 계속 덧칠하는 줄만 알았는데 전문가는 색을 쌓는 작업이라고 예술적 가치를 찾아낸다.

 

 

 

 

 

날뛰는 희나가 무서워 뒤로 피하는 사람, 제 아이를 확 감싸며 혐오스러운 눈길로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 쯧쯧 하는 나이 든 분들의 표정, 그 시선들이 한 장의 사진처럼 동시에 우리 앞에 펼쳐진다._106

 

 

잠시 희나 엄마의 자리에 나를 세워본다. 희나의 엄마로 그 자리에 선다면? 나는 차분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희나를 진정시킬 수 있을까? 아니, 처음엔 미안함이겠지만 쯧쯧거리는 소리나 희나를 비난하는 말이 들리는 순간 겨우 눌러 둔 어디를 향한 것인지 모를 분노가 터져 나와 그들에게 항변할 것 같다. 버스에 올라선 더 문제다. 앉고 싶다고 의자, 의자 외치는 희나, 급기야 야아아소리까지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게 왜 병신을 데리고 버스를 타!”

 

 

뭐라고? 내 눈을 의심했다. 면허취소 정도 음주 상태가 아닌데 저런 말을 한다고? 글로만 봐도 온몸이 경직되며 화가 올라오는데 내 아이를 대상으로 저런 말을 듣는다면 도대체 나는? 나도 희나 엄마처럼 울음을 참고 아유,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영감이나 조용히 해요!”라는 할머니의 벼락같은 목소리가 얼마나 속시원하던지..

 

 

 

장애를 가지고 세상을 사는 일은 서러움과 분노를 넘어서야 하는 일이다. 장애와의 동승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현실로 인정하는 일, 희나의 길 찾기는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무서워서 외출을 피한다면 희나와 나는 진짜 자폐가 되는 것이다._109

 

 

 

이 벼락 버스의 경험이 마치 앞으로 받을 수모에 대한 예방접종이라도 된 듯이 더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나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내공이 느껴진다.

 

 

 

희나와 동행하는 삶이 결코 쉽거나 마냥 행복하지 않음은 당연하다. 도망가고 싶고 엄마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생각은 나도 해본 적 있는), 어떻게든 정상에 가깝게 만들어 보려는 온갖 노력을 거친 엄마의 결론은..

 

 

지금 이대로 나는 좋다!”

 

 

 

그 동안의 과정들과 노력들, 눈물과 웃음과 기쁨, 좌절과 감사함, 그 모든 시간에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올치, 잘했지! 희나도 희나 엄마도, 이모도, 할머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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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귀 살인사건
안티 투오마이넨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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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난 내 문제를 수학으로 해결해요!

 

 

 

 

#토끼귀살인사건

#안티투오마이넨 _지음

#김지원 _옮김

#은행나무

 

 

 

 

삶의 모든 문제를 수학으로 해결하는 보험계리사가 헨리 코스키넨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팀의 개방성과 마음을 나누는 소통을 지향하는 오픈플랜식 사무실을 극도로 싫어하고 계산에 집중할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을 선호하는 이 남자는 결국 권고사직을 하게 된다. 시대에 뒤처지는 부적응아로 오해할 수 있겠지만(사실 조금은 그렇기도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이 나처럼 그의 삶 전반을 지탱하고 있는 수학적 사고와 언어의 매력에 스며들 것이다.

 

 

 

 

전 혼자 삽니다. 모든 확률 변수를 고려했을 때 그게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서요._62

 

 

 

완벽한 명료함, 정확함, 흠잡을 데 없는 균형, 빈틈없는 제시, 완전함. 나는 그걸 좋아했다._76

 

 

 

이토록 합리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권고사직형의 죽음너랑나랑탐험공원 상속 형의 빚도 함께 상속 범죄자로부터의 생명위협>이란 상황에 얼마나 당황했겠는가! 형이 남긴 편지 속의 이 한 마디가 아니었다면 그는 절대 너랑나랑공원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

 

 

날 위해서 거기가 계속 돌아갈 수 있게 봐줄 수 있을까? 그게 내 마지막 소원이야. 사실, 내 유일한 소원이지._53

 

 

늘 무계획적이고 충동적으로 일을 저질렀던 부모님을 쏙 빼닮은 형이 남긴 일들이 화가 났지만, 그는 형의 유일한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현재‘3주 하고도 5일 전을 오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늦은 밤 공원에서 칼을 던지며 쫓아오는 괴한을 커다란 토끼 귀로 마구 때리던 첫 장면은 현재다. 그리고 3주 하고도 5일 전으로 돌아간다.

 

 

 

너랑나랑공원에 매표소를 지켜야 할 벤라라는 직원은 코빼기도 볼 수 없지만, 꼬박꼬박 월급은 나가고 있고 공원 보수 담당인 크리스티안이란 근육질의 남자 직원이 벤라의 일을 대신하고 있다. 보안 책임자 에사의 방에는 늘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고 마케팅 및 영업 책임자 민투 K는 블라인드를 꼭 닫은 사무실에서 알코올과 함께 일한다. 전직 유치원 교사 삼파는 아이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컬리케이크 카페의 책임자 요한나는 나이는 조금 많아 보이지만 강철같은 구석을 가진 여자다. 어딘지 모르게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직원들과 대출금과 미지불 청구서의 총액 20만 유로. 도마뱀 사나이와 AK의 위협.

 

 

 

 

보통사람들은 이 정도 상황에서 도망치거나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는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굳이 삶의 고난을 찾기 위해 애를 쓸 필요가 없다고 믿는 편에 가깝다. 어치피 조만간 고난이 우리를 찾아올 테니까._75

 

 

갈수록 그의 사고방식이 맘에 든다. 그에게 처음으로 낯선 감정을 느끼게 한 라우라 헬란토가 그에게 한 말에 완전 동의한다.

 

 

 

당신은 무미건조하고 신랄하고, 엄격하게 사무적이면서도 굉장히 공정하고, 상냥하고······ 믿음직스러워요. 그게 얼마나 드문지 알아요?_174

 

 

 

 

 

띠지에 이렇게 적혀 있다.

 

 

헬싱키 누아르의 제왕, 유럽에서 가장 웃기는 작가가 선사하는 독창적이고 유쾌한 드라마-코미디-스릴러

 

 


어딘가 2% 부족하다.

철저한 자기 관리, 수학적 근거와 합리적인 삶만 추구하던 한 남자가 사랑 노래를 이해하게 되고 가격 대비 턱없이 적은 양의 요리들이 연달아 나오는 긴~ 코스 요리조차 서로 마주 보고 앉아서 기나긴 시간을 보내라는 것이라고 깨닫게 된다. 항상 계획적으로 움직이던 사람이 하물며 목숨의 위협을 받고있는 상황에서조차 그녀와 함께 그림을 감상하러 간다.

 

 

앞에 로맨틱을 꼭 넣어주고 싶다. 그리고 공원 직원들과의 의리? ?에서 느껴지는 휴머니즘도 빼면 아쉽다.

 

 

로맨틱 휴먼 드라마-코미디-스릴러

 

 

그러고 보니 다 갖췄다. 재미, 감동, 스릴, 딱 좋은 정도의 러브씬까지! 영화화도 확정되었다니 매력적인 코스키넨 역할을 맡을 배우가 벌써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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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클래식 - 나는 클래식을 들으러 미술관에 간다 일상과 예술의 지평선 4
박소현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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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간클래식
#박소현
#커피믹스







‘클래식과 미술 작품의 콜라보’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책을 받아 보기로 했다. 제법 많은 작품을 듣고 보았지만(책을 통해), 최근 망각의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하는 것 같은 나의 뇌는 모든 작품을 항상 처음 보듯 새롭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고맙다 해야 하나?


여행을 가도 미술 작품 앞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기 일쑤라 여행 메이트로 꽝인 저자, 그림에 재능이 없어 글씨조차 악필이라 더욱 집착하는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서문에 왠지 모를 친밀감이 느껴졌다. (TMI: 만만찮은 내 악필을 극복해보고자 요즘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중이다.) 어떤 화가와 작곡가의 작품이 만나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_
‘작은 술병’이란 의미의 별명을 이름으로 사용한 #산드로보티첼리 의 <봄>과 불행한 삶 속에서도 수많은 명곡을 작곡한 #루트비히판베토벤 의 <봄의 소나타>의 조합은 개인적으로 만족도 상이다.


「통화 연결음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1악장 ‘알레그로’는 제프로스의 바람이 불어와 클로리스가 플로라로 변하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 매우 아름답다.」 _22



「4악장 ‘론도’는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대화하듯 시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특히 중간의 단조 부분에서 헤르메스 지팡이의 근엄한 명령에 따라 봄의 기운이 여기저기로 퍼지며 꽃들이 만개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_23


베토벤의 <봄의 교향곡>은 그가 청력을 잃고 가장 힘든 고뇌의 시간에 작곡된 곡이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맑고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곡을 지어낼 수 있었을까? 곡에서라도 행복감과 편안함을 느끼고 싶었을까? 적어도 듣는이에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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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화가에겐 사형 선고와 같은 말을 들은 빛의 화가 #클로드모네 의 <수련>과 돌팔이 의사 때문에 남은 한쪽 눈까지 실명하게 된 작곡가 #요한제바스티안바흐 의 <수상 음악>의 묶음은 단순히 그들이 같은 질병을 앓았기 때문은 아니다. 둘, 모두 질병에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창작활동을 이어나가 위대한 작품을 남겼기 때문이리라.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음악의 어머니 헨델을 사위로 탐냈으나 실패한 독일 당대 최고의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디트리히 북스테후데의 재밌는 사연이 짧게 소개되어 있다. 결국, 그의 딸 마르가리타가 30이 되도록 결혼을 하지 못했다는 걸 보면, 헨델이 말한 ‘큰 나이 차이’나 바흐가 말한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어쩌면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웃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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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걸 바라보는 마음은 어떤 색을 띨까?」 _45



대부분의 미술 관련 책에서 빠지지 않는, 인생 자체가 비극인 안타까운 화가 #빈센트반고흐 의 <별이 빛나는 밤>은 ‘음악극’이라는 종합예술 영역을 창시한 #리하르트바그너 의 <탄호이저>와 함께 썩 잘 어울린다.


「정신병원 창문으로 보이는 샛별을 바라보며 꿈을 꾸고 별에 도착하고자 죽음을 선택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어울리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의 아리아다.」 _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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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의 <환상>을 스스로는 ‘가난에 무릎 꿇은 20대 젊은 음악가가 낭만적인 제목을 붙인 졸작’을 만들어냈다고 부끄러워했다지만, 오보에와 하프 버전의 <환상>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책에 QR코드로 연결된 유튜브 영상은 오보에와 하프 버전인데 내가 찾아서 들어본 바이올린과 하프 버전은 또 다른 빛깔로 마음을 녹여낸다. 피아노 버전은 뭔가 곡의 매력을 다 전달하지 못하는 심심한 느낌이다. #르네마그리트 의 <빛의 제국>을 보며 <환상>을 들으면 어둠 속에 빛나고 있는 가로등 빛이 클로즈업되며 내 눈앞으로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_
도시인들의 고독을 그린 #에드워드호퍼 가 남긴 말이 예술가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비통한 현실을 자위하려, 끓어오르는 사랑을 전하려, 인생의 모든 것을 담아내려고, 사회를 비판하고자, 타인에게 사랑과 희망을 주려고 그림을 그리거나 곡을 만들었을 것이니 말이다.


「말로 설명할 수 있으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 _113 (에드워드 호퍼)




많은 사랑을 받고 위대한 명작을 남긴 예술가들의 삶의 이면을 안다는 것은 흥미롭고 좋기도 하지만, 큰 안타까움과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무책임하게 가정을 버리고 타히티로 떠나서 문란한 성생활뿐 아니라 44세의 나이에 13살 소녀와 결혼한 고갱, 자신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불륜이었지만) 클로델을 매몰차게 버린 것도 모자라 그녀의 창작활동을 방해하기까지 한 로댕은 인간적으로 얼마나 치졸한가!

가족의 질병과 정신병으로 인한 불안정감도 모자라 집착이 심한 툴라 때문에 왼손 중지를 잃기까지 뭉크, 그저 조국을 사랑했을 뿐인데 간첩이란 오해로 감금과 고문을 당하고 사망하고 23년이 지난 뒤에야 고향에 안장된 윤이상 작곡가는 단순히 그들의 삶만 놓고 봤을 때 얼마나 서글픈가!



그럼에도 그들의 스토리를 앎으로써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더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으니 아무래도 이런 책은 많이 읽을수록 좋을 것이다. 다소 빈약한 삽화의 수와 낮은 해상도가 못내 아쉽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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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발바르의 순록 나무픽션 7
니콜라 펜폴드 지음, 조남주 옮김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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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황무지가 진정한 야생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스발바르의순록
#니콜라펜폴드
#조남주
#나무를심는사람들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겨우 7년 뒤인 2030년, 실존하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에 있는 스피츠베르겐섬 안에 실제 존재했던 오래된 탄광촌 피라미든을 배경으로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지도자들은 지구 기후법을 도입한다. 「화석 연료의 채굴과 연소 금지,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줄이기 위한 엄격한 목표 설정,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가 포함」된 지구 기후법으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야생 동물이 인간보다 우선시되었고 사람들은 쫓겨났는데 스발바르 제도도 여기에 포함된다.




주택은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 더이상 살 수 없게 된 로리네 역시 10층 짜리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아빠는 그런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엄마와 다툼이 잦아졌다. 삶이 다시 발전하기 위해 광산을 개발하는 것을 찬성하는 엄마와 그건 위헌한 선전일 뿐이며 모두 덜 쓰고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아빠는 서로 양보가 없었다. 단짝인 베티의 이사, 부모님의 불화는 로리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게 힘들게 했고 말이 없는 아이가 되어갔다.




지질학자인 엄마 로라는 그린라이트라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희토류 추출 프로젝트 팀에 합류하게 된다. 힘든 학교 생활에서 잠시 떠나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한 엄마 로라는 로리도 스발바르로 데려간다. 오래전 탄광에서 일어난 큰 사고로 수많은 주민이 목숨을 잃었기에 얼마 남지 않은 탄광촌 사람들은 그린라이트 사람들에게 적대적이고 로리와 엄마에게도 마찬가지다. 탄광촌에 몇 안 되는 아이들 역시 로리를 경계한다.




하지만 친절한 사람도 있다. 빙하학자 피아와 선장 아이반, 강아지 같은 북극여우 카이쿠, 카이쿠의 주인 미칼, 미칼의 엄마... 만난 상황이 달랐더라면 보자마자 친구가 되었을 파라이든의 아이들 모두.




탄광촌 사람들은 왜 광산 재개를 반대할까? 그들의 삶의 동반자이자 생존에 필수적인 ‘순록’이 원인 모를 질병으로 하나, 둘 죽어간다. 그들은 그린라이트에서 이미 비밀리에 채굴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오염원이 노출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린라이트에서는 박테리아를 이용한 천연 기법으로 희토류를 채굴하기 때문에 자연에 어떤 피해도 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북극 위원회는 전문가들에게 안전성을 인증받은 보고서를 보면 채굴 허가를 내줄 것이다. 과연, 그들이 고용한 전문가의 말을 믿고 허가를 내줘도 될까?




미칼과 가까워지고 그를 통해 순록의 죽음을 목격한 로리는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로리가 묵는 방에 자꾸만 금발의 소녀가 나타나고, 로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공포스러웠지만, 로리는 소녀가 무언가 말하려는 것을 직감한다. 로리가 탄광촌 사람들의 편에 선다면 엄마는 곤란해질 것이다. 로리는 갈등한다.



안드레이란 인물은 개발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오로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타인의 고통이나 미래에 닥칠 부작용은 외면하는 이들. 진실을 외면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이들. 이들 주변에는 잘못되어 가는 것을 알면서도 큰소리로 “이건 아니다!”고 외칠 용기가 없는 피아같은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현대의 우리들 모두는 이런 부류일지도 모른다. 지구가 위험함을 알면서, 육류 섭취가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 알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동물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고 있는지 알면서, 좀더 편리하고 편안한 생활을 위해 지구가 얼마나 더워지는 알면서 변하지 않는 우리.





사람들은 불편한 진실은 피하고 싶어하지만, 이미 기후위기는 우리 삶 곳곳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내가 일회용품 하나 덜 쓴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대신
나부터 일회용품을 하나라도 덜 써야지! 가 필요하다. 이런 ‘나’가 늘어나면 ‘모두’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늘같이 지구가 끓어 오르는 날은 에어컨 설정 온도를 조금만 더 올려보는 것도 하나의 실천이지 않을까? 나는 선풍기로 만족한다.



아이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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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찍는 사진관 - 시간을 거슬러 색을 입힌 사진들
복원왕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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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눈에 보이는 세상은 컬러인데, 왜 오래전 모습은 모두 흑백이지?”라는 궁금증에서 시작된 두 남자의 의기투합 흑백사진 컬러 복원 프로젝트는 유튜브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이렇게 색일 찍는 사진관이라는 훌륭한 책으로 출간되었어요.

 

 

 

저는 제가 겪어보지 못한 과거 시대와 관련된 사진이나 소설 등에 원인 모를 애정을 느끼는데요. 그냥 삭막하지 않은 정감 넘치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건가 싶기도 해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듯한 익숙한 장면들이 촬영을 위해 꾸며진 것이 아니라 과거 어떤 시기에 실제 장면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신기했고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호기심과 장난기 어린 눈으로 사진을 응시하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쳐 웃게 되는 일이 많았어요. 하지만 마냥 미소만 짓다 끝나는 책은 아니에요.

 

 

 

한반도에 사진이 들어온 조선 후기부터 대한제국 시기,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 한국전쟁, 대한민국의 60년대와 컬러사진이 흔해지기 시작하는 70년때까지._4

 

 

 

좋았던 시절보다 가난하고 비참하고 억울하고 비통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더 많았을 시대잖아요. 그럼에도 우울하거나 침통하지 않아요. 저자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팩트도, 다큐도 아닌 그때 사람들이 이렇게 살았다는 드라마였다는 말처럼 그저 인생의 희노애락이 담긴 한 편의 장편 드라마처럼 때론 즐겁고 때론 슬프고 때론 심각해지기도 할 뿐입니다.

 

 

 

시골 부모님 댁에 내려갈 때 들고 가서 할부지 할머니가 살았던 시대의 살아있는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지고요. 아픈 우리 역사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과 역사의식을 심어주기에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귀하고 감사한 책입니다.

 

 

 

사진2>

 

절굿공이를 들고 사진사를 바라보는 표정들에 웃음이 납니다.

햇빛이 강한 야외에 나가면 저도 아기를 업은 아낙의 표정과 비슷해지거든요.

이렇게요? 이렇게 들라고요?” 라고 물으며 포즈를 취했을 것 같지 않나요? ^^

 

 

 

 

사진3>

 

복원왕의 원픽 조선 입스터라는 제목의 사진인데요. 너무 재밌죠? 국상 중에 쓴다는 백립이 선글라스와 이렇게 잘 어울려 두루마기 입은 양반님을 이토록 힙하게 만들 줄이야! 두 분 왠지 주변을 굉장히 의식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진4>

 

물론 우리나라를 자기들의 전장지로 이용하려는 계획에 시작된 일이긴 하나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수많은 사진 자료를 남겨준 헤르만 산더(주일본 독일대사관)에게 한편으론 고맙기도 하네요. 돛단배가 빼곡하게 정박되어 있는 부산항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사진5>

 

1907년 양평에서 촬영된 <데일리 메일>의 종군 기자였던 프레더릭 아서 매켄지의 저서 대한제국의 비극에 수록된 최초의 의병 사진은 의병들의 앙다문 입과 강렬한 눈빛에서 그들의 굳은 결의를 느끼게 합니다. 제대로 된 무기도 군화도 군복도 없었지만,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애국심과 용기가 있었던 분들.

 

 

 

 

사진6>

 

개화기를 거쳐 일제강점기에는 새로운 서양식 건물들이 즐비하게 건축되는데요. 경성 외곽의 조선인이 모여 사는 곳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일제는 일본인이 거주하는 곳과 관공서, 상업, 유흥시설이 있는 곳은 개발하고 조선인이 모여 사는 곳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죠._97

 

 

 

사진만으로 우리나라 수도일거라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온통 일본어, 일본 옷을 입을 일본 사람, 일본 우체통까지... 씁쓸하고 화가납니다. 독립문 거리는 일장기가 장식하고 있고요. 정말 가슴 쓰린 역사입니다.

 

 

 

사진7>

 

저자는 기생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는 취지로 기생 사진을 복원했다고 해요.

 

그들은 전문학교에서 글을 배워 쓰고 읽었으며 독서량도 많은 현대 여성이었죠. 또한 우리나라 전통음악, 서화, 무용 등을 전수받은 전문 예인이었습니다._168

 

영화나 드라마에서 현대 미인의 기준에 부합하는 기생들만 보다가 실제 그 시대 미인들이 굉장히 낯설었어요. 우리나라 얼굴이 많이 서구화되었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더라고요. 가벼워 보이지 않고 진중하고 기품이 있어 보이는 사진들을 보니 정말 기존의 기생에 대한 편견이 조금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사진8>

 

인천상륙작전의 상징적인 사진들을 컬러로 만나니 감회가 새롭고 이 이름 없는 영웅들에게 감사인사도 저절로 나왔어요. ‘성공적인 후퇴 작전이라고도 불리는 장진호 전투에서 미국군은 중공군에 밀려 내려 오지만, 그 피해만큼은 중공군이 더 했을지 모른다고 해요. 영하 40도의 혹한, , 화염과 검은 연기, 전쟁은 그들에게 치열한 현실이 색을 찾으면서 더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요. 장진호에서 시작된 철수는 흥남까지 이어졌고 흥남철수에서 피난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10만여 명의 탈출을 성공시켰다고 해요. 다 지난 과거사에 이렇게 뭉클하고 감동적일 일인가 싶지만 어쩔 수 없네요.

 

 

 

사진9>

 

한국전쟁 후 우리 나라의 눈부신 변신 과정을 사진을 만날 수 있어요. 서울 도심에 도로가 깔리고 높고 반듯반듯한 건물들이 들어서죠. 태평로 서울시민헌장 추진대회 행렬 사진을 복원할 때 풍선에 색일 칠하며 신이 났다는 작가의 말이 참 귀엽게 들립니다. 다른 사진들의 색 하나하나를 어떻게 입힐지 고민하느라 지쳤을 테니 마음껏 알록달록 칠해도 무방할 풍선을 칠하며 얼마나 신이 났을지 생각하니 웃음이 납니다.

 

 

 

 

 

즐거운 과거 여행을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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