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악마를 꺼내지 마세요 - 국내 1호 여성 프로파일러 이진숙이 만난 악마를 꺼낸 사람들
이진숙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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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선택이고 버티기로 결정하는 것도 나의 선택이다. 선택에는 늘 책임이 따르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행복과 만족도가 크게 좌우되는데 버텨 내지 않고 포기하기를 선택하는 순간, 나는 희망이 없는 삶을 책임지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내안의악마를꺼내지마세요

#이진숙

#행성B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은 참 멋있어 보였다. 영화나 소설에서 접하는 게 더 익숙한 어쩐지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기도 했다. 그런 직업을 가진, 더구나 국내 1호 여성 프로파일러가 만난 악마를 꺼낸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호기심이 동하기 충분했다.

 

 

 

악마를 꺼내고야 만 사람들의 잔인한 범죄 이야기를 읽으며 몸서리쳤다. 그런 상대와 마주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털이 쭈뼛 설 것 같은데 프로파일러는 어떤 감정적 반응도 개인적 판단 없이 그저 심리치료사가 내담자를 대하듯 경청해야 한다. 그 사람이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진술하게 하려면 도덕적, 윤리적 판단도 일단은 미뤄둬야 한다. 얼마나 훈련이 되어야 이게 가능할까 싶다.

 

 

 

수사관들 앞에서 비협조적이던 범죄자들도 프로파일러 앞에서 자기 범죄 사실을 진술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오래된 상처까지 꺼내 보인다. ‘경청(온몸으로 집중해서 듣는 일)’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경청은 프로파일러나 심리치료사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 친구, 연인 사이에서 모두에게 꼭 필요한 소통 방법이란 생각도 하게 된다.

 

 

 

<더 글로리를 연상하게 하는 학교폭력 사건>은 특히 그런 생각을 견고하게 만들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라고 한 피해자에게 [2800만 원을 갚지 않고 빌리기만 하고, 휴지를 말아 발가락 사이에 끼워 불을 붙이고, 주짓수를 하고, 헤드록을 걸며 수없이 폭행하고선 이 모든 걸 장난이었다고 말한] 피의자는 태생부터 괴물이었을까? 장애가 있는 형으로 인해 제대로 된 돌봄이 부재했고 형의 장애로 인해 놀림을 받고 왕따를 당했지만, 부모에게도 위로받거나 의지할 수 없었던 피의자의 어린 시절 경험이 범죄를 정당화할 수 없듯 범죄와 무관하다 할 수도 없다.

 

 

 

 

예전에는 그루밍 성범죄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가스라이터들은 이성적 판단이 어려운 외롭고 마음을 털어놓을 어른이 없는 미성숙한 어린이나 청소년을 타깃으로 선택한다는 사실과 그 과정을 자세히 보고 나니 그런 범죄가 어떻게 가능한지 알 수 있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하지 말라 잔소리만 하지만, 뭔가 불만이 가득하고 혼란스러운 시기의 아이들에게 그들은 괜찮다, 힘들겠다.’ 공감하고 위로해주니 당연히 마음이 가겠구나 싶다. 내 아이가 부모가 아닌 생판 모르는 어른을 의지한다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을 이야기를 귀찮게 여기지 말고 경청하자고 다시 다짐하게 된다. 어떤 일도 아이보다 중요하지 않을테니.

 

 

 

 

 

사랑받는 경험, 보호받는 경험, 경청의 경험, 양육 환경과 사회 제도적 보조는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느낀다. 부모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인성과 책임감은 아이만 낳는다고 생기지 않는다. 내가 받아본 경험이 있어야 줄 수 있는 게 사랑이고 사랑이 있으면 아이에 대한 희생과 책임감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이를 낳아 사랑하고 잘 키우는데 집중할 수 있게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함도 당연하다.

 

 

 

 

 

저자는 악마를 꺼낸 사람들의 공통점이 결국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으로 범행을 선택하고 실행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이라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에 내가 범죄자들이 경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거라고 100% 확신할 수 있을까? 하지만 분명 같은 상황에서도 악마를 꺼내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그건 어떻게 가능할까?

 

 

 

친절하게도 그 답도 담아 놓았다. 다양한 범죄 사례를 통해 피해자나 피의자가 되지 않을 방법을 생각하게 돕는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자녀로서, 친구로서, 연인으로서 자기의 위치에서 누구나 위기 상황이 올 수 있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간절함 바람이 담긴 책이다.

 

 

 

어린 시절 경험은 어른들의 책임이지만 성인이 되었다면 현재는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 누구나 자신을 돌볼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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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위한 우리말 생각 사전
우리말알림이팀 지음, 김푸른 그림, 조현용 원작 / 주니어마리(마리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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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은 좋은 생각을 담고 있고, 못생긴 말은 삐뚤어진 못난 생각을 담고 있어요. 이게 바로 말의 비밀이에요.’

 

 





 

#초등학생을위한우리말생각사전

#조현용 원작 #우리말알림이팀 글

#주니어마리

 

 

우리말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말 연구가이자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한국어 전공 전공 교수이신 조현용 작가님은 어린이들에게 좋은 생각이 담긴 우리말을 알려 주고 싶어초등학생을 위한 우리말 생각 사전을 펴내셨다고 해요. 작가님이 쓰신 우리말 선물, 우리말 지혜, 우리말 교실, 우리말 소망책 속에서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말을 뽑아 우리말 연구하는 선생님들의 모임인 #우리말알림이팀 과 글로 엮은 책이랍니다. 소중한 우리말을 이렇게 연구하고 지키고 전파하기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 계셔서 고맙고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가장 아름답다 : 훌륭하고 멋지다

 

옛 우리말에서 아름라는 의미였다죠. ‘아름답다다는 말은 나답다라는 뜻이 되는 거죠. 최근 막을 내린 싱어게인을 참 열정적으로 봤던 막내가 대단한 발견을 한 것처럼 이런 말을 했어요.

 

엄마, 근데 목소리가 다 같으면 노래도 다 똑같을 거잖아. 다 다르니까 재미있고 오디션도 뽑을 수 있고 그런 거잖아.”

 

당연한 소리 같지만 서로 다름이 당연하고 필요한 이유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말이잖아요. 괜히 기특해 맞다고 마구 맞장구를 쳐주었지요. 각자가 각각 다른 나다울 때 더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아름다움을 따라하기 보단 나다움의 예쁨을 찾아보라고 말해요.

 

 

 

 

 

 

-넌 사람을 봤는데 인사도 안하니? : 사람을 마주하거나 헤어질 때 예의를 표시하는 일.

 

카페나 음식점에 들어서면 안녕하냐는 인사를 받고, 그곳을 나올 땐 안녕히 가라는 인사를 받죠. 그런 인사는 일상적이고 습관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사실 별다른 감흥이 없는데요. 이상하게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인사를 나는 했는데 점원이 하지 않으면 기분이 살짝 언짢아지더라고요. 물론 보지 못했거나 많이 바쁠 경우는 제외하고요.

 

 

 

작가님은 인사가 서로를 존중하는 일이라고 해요. 인사를 돌려받지 못했을 때 존중받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언짢아지는 거였나 봅니다. ‘인사(人事)’란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하니 우리 조상들이 인사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도 알게 되네요. 인사란 참 좋은 거 같아요. 인사 하나로 기분이 좋아질 수 있거든요. 제가 버스 기사님께 인사를 하면 생각도 안 했다가 받은 인사에 미처 답을 못하시는 분도 있으시고 뒤늦게라도 꼭 예~ 하고 답해주시는 분도 있으시고 먼저 인사를 건네주시는 분도 계신대요. 결과적으로 모두 인사를 받고 표정이 부드러워지는 걸 느끼거든요.

 

 

+생각해 보기

인사를 하는 게 어렵다면 인사를 잘 하는 사람을 관찰해 따라 해 봅시다. 어떤 얼굴과 표정과 말투를 가지고 있나요?

 

 

 

 

-까짓것, 별것 아니니까 툭툭 털어 버려 : 별것 아닌 것, 대수롭지 않은 것.

 

아무리 슬퍼도, 아무리 화나도, 아무리 짜증 나도 통하는 말이 뭔지 아세요?

 

까짓것!”

 

아니 정말 만병통치약이 아닐 수 없네요. 이 책에 좋은 말들과 또 몰랐던 의미를 품고 있는 우리 말이 많은데요. 까짓것은 이상하게 제게 인상 깊게 다가왔어요.

 

 

잘 보면, ‘까지라는 말과 관련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 말 속에는 그 정도까지는 괜찮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봐도 좋겠네요. ‘까짓것의 범위가 넓어지면 마음도 덜 괴롭고 우울함도 줄어들어요._124

 

평소 잘 알던 말이지만 이 말이 가진 힘을 과소평가 해왔던 것 같아요. 소소한 안 좋은 감정들에 휘둘리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대범함을 주는, 또 왠지 뭐든 도전해도 될 것 같은 마음이 들게 하는 말이 까짓것인 것 같아요. ^^

 

 

 

욕과 비속어, 줄임말, 놀리는 말, 감탄사를 빼면, 아이들은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우리말이 손상되어가는 요즘, 이런 책은 정말 귀하네요. 늘 귀한책 만들어 주시는 마리북스에 감사드립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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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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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무게로안느끼게

#박완서

#세계사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 수록된 글과 미출간 작품을 포함한 46편의 글이 실린 책이다. 박완서 작가님은 어쩌면 안 보이는 눈과 코와 귀와 마음을 하나씩 더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같은 현상, 관계, 자연 등을 보면서도 보통 사람보다 더 자세히 보고 더 깊이 맡고 더 귀 기울여 듣고 더 진하게 느끼니 말이다. 그 민감함에 따뜻함에 다정함에 때론 날카로움에 폭 빠져 읽었다.

 

 

 

 

재 속에 밤이나 새끼 고구마를 파묻고 기다리노라면 이윽고 피식하는 싱거운 소리를 내며 말랑말랑해졌다는 걸 알려왔다._69

 

고구마를 호일에 돌돌 말아서 숯불 속에 구워 먹어본 사람이라면 다들 이 문장에 미소 지을 것이다.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런 묘사가 참 좋다.

 

 

 

우상을 섬기지 말아야 하는 건 기독교 정신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정신이고 보다 나은 세상에 대한 갈망이란 바로, 참으로 그리고 골고루 민주적인 사고와 생활 방법에 대한 갈망이 아닐까. 이제 겉모양이 드높고 내부 장치가 으리으리한 고층 건물만 가지고 근대화를 뽐낼 게 아니라 그 속에 근대적인 정신을 담을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_126

 

 

1979년에 작가님이 했던 고민, 2024년 현대에는 어떻게 변했나 곰곰 생각해 본다. 우리 민주주의는 자기 편할 대로의 민주주의 같아진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고, 겉모양을 중시하는 세태는 여전히 남아있어 씁쓸하다.

 

 

 

 

<특혜보다는 당연한 권리를>

 

나는 제대로 된 논리로 펼치는 비판을 좋아한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개선을 위한 비판일 때 말이다. 박완서 작가님의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비판의 글이 참 좋다. 내 말대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여 고함치는 사람의 말을 따르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다. 무게 있는 목소리를 통해 정돈된 논리를 가진 말을 사람들은 더 신뢰한다. 하지만 요즘 그런 사람들은 극히 드물고 목청에 대세를 맡겨 버리는 소극적인 태도가 나만 잘하면 된다는 개인주의적인 사고가 대세란 사실에 또 서글퍼진다.

 

 

폭력이 용기와 다르듯이 편견은 신념과 다르다. 신념은 마음을 열고 얼마든지 남의 옳은 생각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을 살찌우려 들지만 편견은 남의 옳은 생각을 두려워하는 닫힌 마음이다. 결국 폭력이나 편견이나 똑같이 허세일 뿐 진정한 힘은 아니다. 그러니까 정말 두려운 건 목청 높은 편견이 아니라, 그 목청에 대세를 맡겨 버리는 양식 있는 사람들의 소극적인 태도인지도 모르겠다._130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마라톤 1등 주자를 보고 싶은 우리 작가님. 버스 안내양과 실랑이까지 하고 내려, 치마를 펄럭이며 달려가면서 아아, 신나라. 오늘 나는 얼마나 재수가 좋은가하고 혼잣말을 한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 귀여우셔 혼자 베시시 웃는다. 크게 웃거나 뭔가 열광하고 싶은 마음을 군중의 환호에 섞여 표출하고 싶었던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신나게 환호해주려던 1등이 이미 지나간 지 한참인 줄 알고 실망한 작가님. 그저 조금 우습고 불쌍하기만 할 줄 알았던 꼴찌의 그 정직하게 고통스러운 얼굴을 보고 박수와 환성을 보낸다. ! 이번엔 또 멋지셔! 조용한 군중 사이에서 먼저 박수갈채를 보내는 용기에 나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마라톤이란 매력 없는 우직한 스포츠라고밖에 생각 안 했었다. 그러나 앞으론 그것을 좀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그것은 조금도 속임수가 용납 안 되는 정직한 운동이기 때문에._173

 

 

 

 

1973년에 작가님이 젊은 세대에게 하신 말씀은 지금 우리나 우리보다 더 젊은 세대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다.

 

 

그래 도전을 하려거든 철저히 해라. 속 빈 강정인 기성세대에게 너희들의 알찬 내실로 맞서거라. 팝송을 들으면서라도 좋으니 지독하게 공부하고 밤새워 명작을 읽고 진지하게 고민하거라._213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은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가 없다. 오히려 진지하고 깊이 생각하는 사람을 진지충이라고 비하하기까지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가벼운 농담, 재미, 짜릿한 감정적 쾌감만을 추구하는 것 같다. 초등학교 남자아이들이 모여 하는 이야기가 게임 아니면 연예인이나 유튜브 이야기라는 사실이 서글픔을 넘어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독서 토론만한 해법이 있을까 싶다. 이미 쇼트 영상에, 자극적인 게임이 주는 도파민에 중독된 아이들을 어떻게 읽게 할지, 생각하게 할지 그것이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인생이 팍팍해

남을 살필 여유를 잊은 이들에게

 

훈훈한 옛 정이 그리운 이들에게

 

낯선 우리말을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70~90년대 대한민국의

사회를 엿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추천합니다!

 

 

 

 

#세계사 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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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 어느 여성 청소노동자의 일기
마이아 에켈뢰브 지음, 이유진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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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가장 재미있는 일은 글을 쓰는 것이다._116

 

 

 

 

#수없이많은바닥을닦으며

#마이아에켈뢰브 지음/ #이유진 옮김

#교유서가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쓴 이 일기를 한국의 어느 독자()가 저자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읽고 있다는 사실을 마이아 에켈뢰브가 알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한편으론 그가 그토록 바뀌길 바랐던 전쟁과 노동자와 여성의 권리, 차별, 환경 등의 문제가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일부는 더욱 극을 향해 치닫고 있는 현실만은 그가 몰라서 다행이기도 하다.

 

 

 

한 여성 청소 노동자의 일기를 통해 1965~1969년 세계정세를 알 수 있다. 어떤 전쟁이 일어났고 입에 담기 힘든 학살이 자행되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는지, 왜 가난을 벗어나기 힘든지, 가난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어떻게 버텨왔는지도.

 

 

 

문장이 수려하거나 묘사가 치밀하거나 어휘가 새롭지도 않은 일기지만, 좋다. 왜 좋을까?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5남매를 키우기 위해 청소 노동을 하지만,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의 일기. 아이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빚은 자꾸 늘어나고 그 와중에 아이는 자꾸 아프고 일은 고된 속에서도 글쓰기가 가장 재미있다는 사람의 일기. 자기 코가 석자이면서 요르단 난민을, 베트남의 민족해방전사들을, 한반도의 위기, 홍콩 마약 문제, 극한의 상황에 생사를 오가는 사람들을 걱정하느라 가끔 있는 기쁜 일에도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는 사람의 일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타인의 고통을 오롯이 흡수해서 저절로 체감해버리는 사람이다. 그래서 세상 모든 고난의 짐을 마음으로 함께 지고 가는 사람이다. 에켈뢰브가 고단한 자기 삶 속에 침잠되지 않고, 더 힘든 사람들을 돌아보고 마음 쓸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의 힘이다.

 

 

 

나는 일기를 계속 쓴다. 내가 글을 쓸 수 있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내 삶은 좀더 편안해질 것이다._49

 

 

꾸준히 쓰고 독자 투고를 하면서 청소 노동자이기만 했던 그는 작가의 길로 조금씩 나아간다. 결국 52세의 나이에 일기 소설로 데뷔를 하고 성공한다.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또 나는 그녀가 소원하던 아파트에 살게 됐을지가 너무 궁금하다. 일기에 수도 없이 등장하는 5남매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도.

 

 

 

교훈은 이렇다. 너무 편하면 절대로 좋은지 알 수 없다. 그러면 아무것도 아쉬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_169

 

-더 편리함만 추구하는 삶이 옳은가? 우리는 이제 좀 그만 편리해도 되지 않을까? 일기 속에서 개인의 자동차 소유권이 생기고 도로에 차가 늘어나자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발전에는 항상 부작용이 따른다. 나는 요즘 AI가 무섭다. 그 부작용을 우리 인류는 감당할 준비가 되었을까?

 

 

 

글쓰기가 세상을 구원하지는 못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어 간절히 쓰는 사람만큼은 구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한 명 한 명의 구원이 더해질 때 세상도 조금씩 움직인다는 사실을, 이 책은 믿으라는 말도 없이 믿게 만든다._이문영(기자·작가)

 

이문영 기자의 추천사에 공감 백 개를 보낸다.

 

 

 

 

 

#교유당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그러나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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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용어의 탄생 - 역사의 행간에서 찾은 근대문명의 키워드
윤혜준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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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근대문명의 키워드인 말의 역사를 다룬다._머리말

 

 

 

#근대용어의탄생

#윤혜준 지음

#교유서가

 

 

 

늘 느끼는 거지만 이번에도 교유서가의 책표지는 세련미가 넘친다. 조금 묵직한 이지미를 풍기는 제목과도 썩 어울린다. 근대문명의 키워드를 선정한 기준이 뭘까 궁금했는데 머리말을 펼치자마자 친절하게 알려준다.

 

 

여기서 말하는 근대문명의 키워드는 전문학자들에게 중요한 용어가 아니라 문명을 구성하고 살아가는 모든 일반인이 자주 쓰는 말,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말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표현이다._7

 

 

키워드는 열쇠가 되는 말을 뜻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말들을 근대문명의 내력과 내면을 살펴보고 탐색할 수 있게 해주는 열쇠라고 말한다.

 

 

-America(아메리카)

-business(비즈니스)

-capitalism(자본주의)

-competition(경쟁)

-constitution(헌법)

-consumption(소비)

-currency(통화)

 

-democracy(민주주의)

-empire(제국)

-enlightement(계몽)

-freedom/liberty(자유)

-industry(산업)

-law/justice/equity()

-machine/engine(기계)

 

-president(대통령)

-progress(진보)

-project(프로젝트)

-reasonable(합리적)

-reform/reformation(개혁)

-review(리뷰)

-revolution(혁명)

-transportation/traffic(교통)

-university/college(대학)

-utopia(유토피아)

 

 

대부분 흥미로웠지만, 꼭 소개하고 싶은 키워드는 진정한 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law/justice/equity()’, 요즘 대한민국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president(대통령)’, 이제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review(리뷰)’ 세 가지다.

 

 

 

#law/justice/equity()

 

저자는 법의 사전적 정의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 국가 및 공공 기관이 제정한 법률, 명령, 규칙, 조례 따위이다.’를 언급하면서 국가와 공공 기관 권력을 잡은 이들일 법을 자기들 뜻대로 주무를 여지를 열어 놓았다고 말한다. 17세기 초 국왕 찰스 1세가 영국의 공통법을 무시하는 것의 불만으로 국왕에게 권리청원을 제출하는데 가장 주도적이었던 에드워드 쿡 경의 일침이 정말 사이다다.

 

전하께서는 학식이 훌륭하고 타고난 역량이 뛰어나시지만 영국의 법을 깊이 공부하여 전하의 백성들의 생명, 상속, 물권, 운명 등과 관련된 문제들을 훤히 알고 계시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자연 이성이 아니라 인위적 이성과 법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법을 파악하는 수준에 이르려면 오랜 공부와 경험이 요구됩니다._157

 

 

이 에드워드 쿡 경의 반박문을 보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듣기 좋은 사탕발림의 아부 말고 이렇게 쓰지만 옳은 소리를 해줄 누군가가 절실한 요즘이다. ‘을 정치 권력의 통치 행위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지만, 사실 고대 그리스에서 법을 이르는 말에는 정의의 뜻을 포함하고 있으며 로마에서도 의 또다른 이름은 정의를 뜻하는 ‘ius’였다고 한다. 우리 법은 과연 정의롭게 시행되고 있는 걸까?

 

 

 

 

#president (대통령)

 

대통령의 한자가 큰 대, 거느릴 통, 거느릴 령이 합쳐져, ‘크게 거느리고 다스린다는 의미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메이지시대에 일본인이 영어 ‘president’大統領로 번역해서 옮긴 말이라고 한다. 라틴어 praesident/praesidens는 조직을 대표하는 행위를 뜻하지만 다스리는통치의 의미가 아니라고 한다. ‘president’는 선출된 대표자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인 의장정도의 이해하는 것이 옳다는 거다. 대통령이 국민을 존중하고 두려워하지 않고 마치 대통령을 왕권으로 착각하는 것이 일본이 만들어 놓은 대통령大統領이란 이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review (리뷰)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일이 일상이 된 나는 리뷰라는 키워드에 단연 끌렸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리뷰의 첫 대상은 인쇄 출판물이었다. review는 원래부터 비평이나 평가의 뜻을 포함하지 않았고 저자 스스로가 자기 글을 검토하고 다시 수정하는 의미였다고 한다. 18세기 초 대니얼 디포가 출간한 정기간행물 <프랑스 상황 리뷰 및 국내 사건들에 대한 관찰>로 인해 사람들에게 리뷰라는 말이 사람들에게 친숙해졌다는 거다. 뒤에 이은 <먼슬리 리뷰>와 그 라이벌로 부상한 <크리티컬 리뷰>에서는 신간을 소개하고 비평하는 글을 실었다. 20세기에 들어서 review는 책이 아닌 다른 문화 상품에 대한 평가도 review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각 키워드마다 큰 역사적 사건과 연결되어 있거나 사회적인 큰 변화를 겪으며 다른 의미를 포함하게 된 다양한 이야기가 엮여 있고, 문학 작품들 속에서 그 키워드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발췌해준 문장들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세계사적 지식이 부족해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같은 인물이나 같은 사건, 같은 단어들이 반복해서 나와서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존 로크나 애덤 스미스, 윌리엄 호가스, 샤를 드 몽테스키외란 이름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역사와 언어,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굉장히 흥미롭게 읽을 만한 책이다.

 

 

 

#교유당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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