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존재들
팀 플래치 지음, 장정문 옮김, 조홍섭 감수 / 소우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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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존재들

#팀플래치

#소우주

'인류세'라는 말이 이제 익숙해질 정도로 흔히 사용된다. 학계에서는 정확하게그 기간을 정하지 못

했으나 대체로 산업혁명 이후 인간 활동이 지구환경이나 지구 역사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시기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지칭한다. 인류세의 대표적 특징은 지나친 개발로 인한 자연 생태계 파괴와 기후

변화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생물들은앞으로 볼 수 없게 될 확률이 높다. 사람으

로 치자면 이 책에 수록된 사진이 그들의 영정사진이 될지도 모른다는 의미다.북부흰코뿔소가 멸종

하든,보노보가 모두 잡아 먹히든, 샴악어인지 쿠바악어인지 구분도 못하는 악어가 절멸종이 되든

관심이 없을 수 있다. 하나로 연결된 지구, 우리 생태계에서 어떤 변화는 돌고 돌아 인간에게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언젠가내차례가 된다해도 상관없다 할 수 있는가?

「이 책을 작업하면서 나는 현대 보전주의자들이 말하는 거대한 가속, 즉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른 소비

및 배출량의 지속적이고 기하급수적인 성정, 그리고 그 결과 야기되는 자연 자원과 동물 개체 수의

기하급수적인 감소에 대해 훨씬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라져가는 존재들』에 등장하는 동물

들에 관한 여러 이야기는 자연 세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제 나는 데이비드

애튼버러경이 말한 "자연 세계를 해치는 것은 우리 자신을 해치는 일이다"라는 말의뜻을 마음속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_p11

내성적이고 사색을 즐기던 소년이었던 팀은 옥수수밭에서 벌의 에너지와 교감했던 신비로운 경험을,

자연에 완전히 몰입된 느낌을 사진작가로서 늘 다시 발견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모든 사진

속 생명의 눈빛과 몸짓에서 그들의 말이 들리는 것 같다. 공감의 마음을 비워둔 후, 눈을 밝히고 귀를

기울여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북극곰 : 취약종>

바다얼음이 사라지면서 북극곰이 사냥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길고양이처럼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의 사진을 한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성추적장치를 단 12일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685km를 헤엄쳤는데 그 과정에체중이 22%감소했고 새끼를 잃은 한 암컷 북극곰의 이야기는

모르는 이가 더 많을 것이다. 중간에 쉴 수 있는 얼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수영을 잘해. 하지만 내 아이는 나처럼 오래 견디기 힘들어. 바다얼음이 왜 없어졌는지 혹시 아니?"

<쟁기거북 : 위급종>

생후 15년이 지나야 번식기에 도달하는 희귀종 쟁기거북은 1984년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마다가스카르 북서쪽에서 다시 발견된 이후 포획됐다. 한 단체의사육 프로그램을 통해 100마리의

쟁기거북을 야생으로 돌려보냈지만, 희귀동물의 등껍질은 사람들에게 장식용으로 인기가 좋았고

밀렵이 심해져 현재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시도는 모두 유보된 상태이다. 밀렵꾼들이 쟁기

거북을 훔쳐가는 것을 막기 위해 개체 식별 번호를 세겨 의도적으로 등껍질을 훼손한 사진이다.

환경보전론자는 경찰이 아니므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내 등에 뭐라고 쓰여 있어? 예쁜 이름이 쓰여 있으면 좋겠어"

<아프리카 흰등독수리 : 위급종>

큰 동물이 죽으면 빙빙 하늘 위를 빙빙 도는 독수리 무리를 볼 수 있다. 이 행동은 이들에게는 서로

에게 새로운 사체 발견을 알려 다함께 만찬을 즐기기 위함일뿐이지만, 산림 관리자에게 밀렵꾼의

위치를 노출시키기도 한다. 야비한 밀렵꾼들은 복수를 위해 청산가리를 뿌린 코끼리 한마리로 수백

마리의 독수리를 죽음으로 몰고간다. 얼굴과 발에 피칠갑을 하고 살을 뜯어먹는 독수리의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무수히 많은 공동체와 생태계에서 질병이 확산되는 것을 억제하고 밀렵꾼의

사냥 장소를 알려줌으로써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뭘봐! 우리는 그냥 식사를 하고 있을 뿐이야! 인간들 너희도 고기 먹잖아? 피도 먹잖아? 간도 먹잖아?"

꼭 거북이 등껍질로 장식하고 맨드릴 고기를먹어야 하나?

사랑스런 레서판다를 내 품에 안아야만 하나?

사사로운 욕심과 돈에 눈이 먼 자들은 자연 속에 있는 생물들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나 보다.

눈에, 마음에 소독약을 왕창 뿌려 칫솔로 박박 씻어 욕심과 탐욕을 씻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눈을 뗄 수 없는 경이로운 생명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고 그들이 처한 상황에 가슴이 아팠다.

우리의 어깨가 참으로 무겁다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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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돈 공부 골든타임 - 현직 교사가 전하는 우리 아이 '슈퍼리치 만들기' 부자 선행학습 필독서 초등 적기 교육 시리즈 1
윤지선 지음 / 더디퍼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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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공부의 시작은 ‘돈’에 대해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는 것」 _p12

#초등돈공부골든타임

#윤지선

#더디퍼런스

저자는 가난이 대물림되는 이유를 ‘부모의 금융문맹’ 때문이라고 단언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이어서 질문 폭격을 퍼붓는다.

·당신은 경제적 자유인인가?- 아니요

즉, 일하지 않아도 내 삶이 지금처럼 유지되는 삶을 살고 있는가? - 아니요

·당신은 오늘 새로운 돈벌이 수단을 찾기 위해 얼마나 공부했는가? - 음.....

·당신은 자녀의 경제적 자유를 위해 어떤 목표를 세웠는가? - 주니어 펀드(신랑이 함)

·당신의 가정은 자녀의 경제적 자유를 위해 어떤 목표를 세웠는가? - 음.....

·마지막으로 당신은 자녀에게 경제 공부를 시킬 수 있는 현명한 부모인가? - 아마도...? 」 _p9

아이의 경제 교육에 대해 이미 잘 실천하고 계신 몇 분을 제외하면 처음부터 조금 언짢아지거나

아이를 잘 못 가르치고 있다는 자책감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살짝 언짢았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금융문맹’ 쪽이기 때문이다. 자기 아이가 ‘경제적 유목민’으로 살길 바라는 부모는

없다. 나 역시 아이들이 ‘경제적 자유인’이 되어, 경제적 여유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는 삶을 살길

바라므로 약간의 ‘언짢음’ 따위는 넣어두기로 했다.

평소에 나누는 삶과 의미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는 하면서도 ‘돈’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따지고 보면 우습기도 하다. 뭐가 있어야 나눌 것 아닌가? 돈만 많은 부자가 아닌 ‘선한 부자’가 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돈은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라는 저자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 아이들에게 돈 공부를 시켜야 할까?

내 아이 경제 천재 만들기 첫걸음은 ‘너는 아직 어리니 돈을 모을 수 없어’라며 암묵적으로 낙인하지 않고,

영수증을 함께 살펴보는 것, 소비가 필요한 때와 불필요한 때, 저축과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는 가정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part 2~6에서 ‘돈 잘쓰는 아이로 키우기, 소비/ 돈 잘 모으는 아이로 키우기, 저축과 투자/ 돈 가치 있게 쓰는

아이로 키우기, 기부/ 바로 실천하는 우리 집 경제 교육’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두 가지 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아직 아이들 용돈을 따로 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딱히 밖에서 간식을 사 먹을 시간과 이유가 없고,

학교에서 필요한 소소한 학용품들은(요즘은 학교에서 많이 준비해주기 때문에 큰 돈 들일이 없다)필요할 때

같이 사러 간다. 꼭 갖고 싶은 것은 생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를 이용해서 받도록 유도하고,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면 그 물건의 가치나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같이 고민한 뒤에 사주거나 명절 용돈에서 저축하고

남겨둔 돈을 활용하게 한다. 용돈이 필요 없지만 스스로 돈을 관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늘 해왔는데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했었다. part4에 <용돈으로 경제 교육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고 용돈계약서

양식도 수록되어 있어 매우 유용하다.

또 한 가지 유용한 내용은 ‘아이와 함께 시작하는 해피코인 프로젝트’이다. 아이는 책만 읽어도, 숙제를 해도,

휴대 전화를 안 봐도, 운동을 해도, 정리정돈을 해도 해피 코인을 획득할 수 있고 해피 코인을 모으면 코인 1개당

10분 휴대 전화를 보는 등 다른 좋아하는 활동에 사용할 수 있다. 우리 집 문화에 맞게 조금씩 내용을 수정하여

잘만 활용한다면 아이의 생활습관을 잡아주면서도 경제활동 예행연습도 되는 일거양득의 기회가 될 것이다.

「아이들이 소비를 위한 돈에 집중하지 않고 평생을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삶을 살기 위한 ‘돈’에 대해 공부했으면 한다.

또, 돈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부자가 되어야 남을 돕고 세상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선한 생각을 키워나가길

바란다.」 _p13

저저의 바람처럼 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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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에디터스 컬렉션 1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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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의 인간 실격의 리뷰를 볼 때 마다 요조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고 그와 함께 뭔지 모를 거부감도 느껴졌다. 마치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는 책의 제목처럼, ‘읽고 싶은데 읽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일본의 문예평론가 오쿠노 다케오에 의하면 인간 실격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더불어 일본 근대문학의 양대 소설로 평가받는 작품이라고 한다.

 

얼마 전 읽은(들은#윌라오디오북) 마음에서 주인공의 스승인 교수님은 믿었던 큰아버지의 배신으로 인해 인간의 탐욕에 경멸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 또한 친구를 배신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평생을 타인과 단절된 삶을 자처한다. 이와 반대로 요조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소통을 하는(보통 사람들이 당연하게 하는) 모든 것들이 유발하는 극도의 불안감을 우스갯 소리 또는 우스운 행동’(완전히 다른 가면을 쓰는 방법)으로 무마하려 한다. 강박적으로 도덕적인 삶을 지향했던 교수님과 불안함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온갖 자기 파괴적 행동을 한 요조는 참 다르지만 같은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다.

 

이 작품은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인물이 쓴 서문과 후기, ‘요조라는 인물이 일인칭으로 구술하는 세 편의 수기로 나뉜다. , 처음 등장하는 와 작품의 중심을 차지하는 수기 속 ’, 이렇게 주인공이 둘이라 볼 수 있다._옮긴이의 말 중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쏙 빼닮은 삶을 사는 요조.

이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임이 틀림없지만, 단순히 한심한 자신을 분석한 소설로만 볼 수는 없다. 오쿠노 다케오는 기득권층과 서민층을 아울러 지배계층과 일반 사람들 사이에 어떠한 타협도 없이 격변해간 국가 제도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요조는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배고픔을 알지 못했습니다.

세 끼를 챙겨 먹어야 한다는 말만큼 난해하고 협박조로 들린 말은 없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잔소리가 내겐 청천벽력과도 같이 큰 충격이었고,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말대꾸는 언감생심, 그 잔소리야말로 천하에 둘도 없는 인간의 진리, 내겐 그 진리를 행할 능력이 없으니, 인간과 함께 살 수 없는 거 아닌가라고까지 생각했습니다.

인간에게 언제나 공포를 느꼈으며, 한 인간으로서 나 자신의 언동에 전혀 자신을 갖지 못해서, 그래서 나의 고뇌는 가슴속 작은 상자 안에 깊숙이 숨겨두고 그 우울함, 초조함은 철저히 숨겨, 겉으로는 언제나 즐거운 낙천주의자로 가장하고, 해학적이고 유머러스한 괴짜로 차츰 나 자신을 완성해갔습니다.

 

11남매 중 열 번째 아들이니 알뜰살뜰 보살피지 못했으리라. 그렇다 해도 어찌 아이가 기괴한 표정이나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로만 타인과 소통한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꽤 나이든 요조라면 연기가 늘어 능숙하게 모두를 속아넘겼겠지만, 좀더 어린 요조였을 때라면 분명 알아차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녀에게 강간을 당하고도 아무말 하지 못하던 아이는 결국 자기 아내가 강간을 당하는 모습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친구라기 보다는 벼룩같은 존재인 호리키와 가까워지지 않았다면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자기만의 색깔있는 그림을 그리는 괴짜 화가로 조용히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요조의 삶의 어떤 결정적인 순간마다 쫓아가서 뜯어말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요조의 삶은 처참하게 우울하다. 오늘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에 소독하고 온 마음에 쿰쿰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을 정도로.

 

실제 자살시도(그것도 동반 자살)를 여러번 했던 다자이 오사무처럼 요조도 그랬고 결국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알콜 중독에 약물 중독까지, 충격적인 사건들..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죽으면 과연 완전한 끝일까? 행복이 보장될까? 아무도 알 수 없다. 부디 힘든 삶에 지친 분들이 자살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둡고 우울하지만, 그의 문장은 특별하고 매력있어서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패전 후 몰락한 귀족의 비극과 허무를 그린 소설이라는 사양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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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 - 숲에서 만나는 마음 치유 Self Forest Therapy
최정순 지음 / 황소걸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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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친구들이 나를 손뼉 치게 하고,

자기보다 훨씬 큰 내 몸과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들로 데워진 마음과 그들에게 보내는 박수가

나를 건강하게 합니다.

그러니 이들이 작은 거인입니다.] _p161

 

 

 

 

#우리는모두꽃그저다른꽃

#최정순 글과 사진

#황소걸음

 

 

 

 

 

나는

벌레는 싫어하지만 숲이 좋다.

어둠을 싫어하지만 숲이 만들어주는 그늘이 좋다.

모기는 싫지만 숲을 거니는 것이 좋다.

수풀이 우거진 길이 무서워서 선뜻 발을 넣지는 못하지만

수풀이 뿜어내는 숲의 향기가 좋다.

이쯤되면 숲을 좋아한다고 말하기 애매해진다.

숲을 좋아한다면서 숲이 품고 있는 생명들을

차별대우 해왔으니 자격미달인가 싶다.

 

 

 

 

인간의 잣대로 잰 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생명의 경중 따위는

무시한 저자의 숲 사랑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는 죽은 어치에게 낙엽을 덮어주고,

삶을 다하고 끝을 맞이하는 산제비나비를

손우물에 담아 산국 더미에 올려주고,

다람쥐 둥지를 노리는 구렁이를

해치지 않고 쫓으면서도 미안해 한다.

 

청동색 금파리와 구더기가 들끓고 있는

두더지의 사체를 발견하고

반사적으로 조금 놀라지만 이내 이성을 찾는다.

누군가 놀라지 않게 두더지를 사람 눈길과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옮겨놓고 작별인사를 한다.

 

방금 차바퀴에 깔려 죽어 혼도 떠나지 않았을 뱀을 두고

뱀은 죽어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을 확 물어버리고 싶었'(p179)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나는 혼자 미친 사람처럼 웃는다.

왠지 그 사람에게 눈을 흘기고 속으로 저 생각을 하는

저자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언제, 무엇이, 어떻게, 왜 그를 숲으로 이끌었을까?

 

 

 

 

20년 전, 피 흘리는 허깨비의 모습으로 무작정 산에 올라

커다란 둥치에 기대 쪼그리고 앉아서 얼굴을 무릎에 묻었던 그 날.

두 시간쯤 지나자 마음 밑바닥부터 차오르는 편안함과 고요함을

경험했고 저자는 왜 그런지 궁금하고 알고 싶었다고 한다.

대책없이 직장을 그만두고 숲으로 떠나 차근차근 배우고 풀면서

인도의 생명 철학이자 전승 의학인 아유르베다를 알게 되었고

아유르베다를 통해 스스로 더 단단해졌다고 한다.

 

 

 

[내 삶과 20년 숲 공부에서 얻은 깨달음을 풀고자 했습니다.

내가 만난 숲의 풍경과 생명현상을 떠올리면서

그때의 느낌이나 감동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단순한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이론적 근거를 가지고

우리의 감성과 영성을 어떻게 채울지 돌아봤습니다.

숲에 들면 가장 먼저 오감이 움직입니다.

숲의 여러 모습에 몰두하고 교감하게 됩니다.

누구나 이런 과정을 거칩니다.

'스스로 그러하다'라는 자연의 이치가 그대로 이뤄집니다.

숲이 자연이고 나 또한 자연이기 때문입니다.] _머리말 중

 

 

 

 

 

숲에 들어서서 "아 짜증나!"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만해도 평소 눈에 거슬리던 아이들의 행동이

산 속에서는 웃어 넘겨지고.

그냥 지나치던 아이들의 작은 몸짓도

사랑스럽게 보아지는 경험을 자주 한다.

신비로운 자연 현상이나 생물들이라도 볼라치면

자연스럽게 재잘재잘 대화가 이어지고 자꾸 웃게 된다.

얄미운 마음에 한 대 쳐주고 싶던 누군가의 뒤통수도

쓰담쓰담 해주고 싶게 예뻐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

 

책은 제목처럼 사람도 나무도, 꽃도, 벌레도, 새도, 뱀도

모두 그저 다른 꽃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르쳐 준다.

고요한 마음으로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자연을 경외하는 마음,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솟아나고 그 자연에 속한 나 또한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개인적으로 이 경이로운 자연을 창조하신 그분의 크심을 또 새삼 깨닫는다.

 

 

도시에서 매미 소리가 더 소음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도시의 소음 속에서 자기 소리가 짝에 닿게 하느라 더 크게

소리를 내고, 도시 환경이 매미 수에 비해 나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매미 여러 마리가 한 나무에 붙어 울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미는 무죄.

 

 

가끔 때아니게 핀 꽃(막핀꽃)은 옛날보다 따뜻해진 겨울에 따뜻한 날이 이어져(이상기후)

식물에 적산온도(꽃을 피워도 된다고 나무 DNA에 저장된 온도)가 때아니게

입력돼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막핀꽃은 바보가 아님.

 

 

저자가 쭉정이(자기 일을 끝낸 식물의 가지나 열매)로 만든 작품들의 사진과

그에 얽힌 스토리를 보는 재미가 참 좋다. 나도 당장 숲에 뛰어나가 쭉정이를

주어와서 슬픈 낙타를 만들며 낙타의 맘을 위로해 주고 싶어진다.

 

마음이 팍팍하고

기분이 우울하고

자신이 싫어지는

분들에게 좋은 처방약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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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만물관 - 역사를 바꾼 77가지 혁명적 사물들
피에르 싱가라벨루.실뱅 브네르 지음, 김아애 옮김 / 윌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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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고 소소한 사물들이 제 혁명적 역사를 찾아가는 특별한 만물관,

세계사 만물관으로 어서 입장하시라.]

#세계사만물관

#싱가라벨루 #실뱅브네르 엮음

#김아애 옮김

#윌북

음악이나 예술품에 얽힌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날 때면

늘 흥미롭고 즐거웠기에 우리에게 친숙한,

또는 낯설기도한 사물들의 이야기에도 호기심이 인다.

[엉뚱한 형태로 진화할 발명품부터

동네에서 해외로 번진 의외의 유행 아이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변신해온

77가지 물건이 <<세계사 박물관>>에 모였다.]

책 날개에 적힌 글귀들은 책을 빨리 펼치고 싶게 만든다.

'흥미로운 사물과 이야기가 큐레이션된 박물관'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샴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샴퓨>

샴퓨는 마자지라는 뜻의 힌디어 '샴포'에서 따온 것이고

영국 남부 해안가에서 스파를 운영하던 인도인 사케 딘 마호메드는

영국 상류 사회와 왕실 사회에 샴퓨 사랑을 꽃 피우게 했다.

19세기 초 유럽에서는 머리에 물을 바르면 두통이나 치통이 생긴다고 생각해

머리카락을 감는 대신 밀기울이나 전분을 발라 빗질을 했다.

이 충격적인 내용을 보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간지러워졌다.

다행히 1860년대부터 두미 마사지와 세정이라는 개념이

샴퓨라는 용어와 연관되기 시작했고, 1875년부터 1900년까지

샴퓨하는 행위가 널리 퍼져나갔으며 같은 시기 도시에는 미용실이

늘어나고 수도 시설이 발전했다. _p19

최근엔 화학 성분이 덜 첨가된 천연 제품에 대한 관심과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샴퓨를 살 때마다 생기는 커다란 플라스틱 통은 늘 죄책감을 들게 했는데,

이제 통이 남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상품 위주로 구매할 예정이다.

경구 피임약>

1910년부터 원치 않는 임시으로 피해를 겪는 사람들을 목격하고 산아제한 활동에 뛰어든

마거릿 생어의 노력으로 1956년 푸에르토리코에서 대규모 경구피임약 임상 실험이 실시되었다.

경기 피임약 개발 과정 중에 있었던 정신병동 환자들에게 동의 없이 실행 된 록의 임상실험이나

마거릿 생어의 대규모 실험이 개발도상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부분에 유독 시선이 간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루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개발도상국의 여성들도 먹고 살기 힘드니까, 돈을 벌 수단이 없으니까 선택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실험 과정에서 그 여성들에게 어떤 부작용이나 피해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는지

기록하지 않은 부분이 아쉽게 느껴진다.

츄잉 껌>

[1869년, 실각한 멕시코 대통령 산타 안나가 축출당해 뉴역에 도착했다.

안나의 가방에는 치클 250킬로그램이 들어 있었다. 치클은 수지의 일종으로,

마야족이 예식을 치를 때 씹던 것이다... 우기가 되면 원시림의 사포딜라 나무에 올라가

껍질을 베고 거기서 나오는 수액을 모은다. 어느 정도 모이면 열을 가해 굳힌 뒤

덩어리로 만들어 운송한다.] _p111

안나는 치클로 고무를 대체할 수 있다면 집권 중인 멕시코 정부를 전복시킬 해방군에

자금을 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뉴욕에서 발명가 토머스 애덤스에게

치클에서 고무대체재를 추출해달라고 의뢰했고 애덤스는 치클을 가공할 훌륭한 아이디어를

발견했다. 여러 가지 맛을 더해 알록달록한 종이로 포장한 최초의 현대적 츄잉 껌은 이렇게 등장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제조사들은 수많은 나라에 공장을 세웠고 합성원료로 만든 껌을

해외시장에 판매하기 위해 소비 사회의 새로운 유통망을 활용했다...

오늘날 대체로 비닐수지나 미세 결정 왁스로 껌을 제조한다.

그러나 현재도 멕시코에서는 1000여 명 이상의 치클레로스(치클을 채취하는 사람들)가

계속해서 사포딜라 나무의 수액을 채집한다. 생산량이 많이 줄었지만 아시아 중에서도 특히

일본으로 많이 수출하는데, 일본 소비자들은 천연 껌을 씹기 위해 더 비싼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기 때문이다.] _p115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껌은 결국 석유에서 추출한 플라스틱이나 마찬가지로 결국 우리 환경에

오염을 부추긴다. 반면 우리가 천연 껌을 씹는 일은 사폴딜라 목재 개발로 위협을 받는 멕시코 산림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늘 좀더 나은 선택을 할 기회가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통조림, 음려수 캔, 피아노, 축구공, 아편 파이프, 우리 등과 관련된 스토리를 통해

환경 문제, 동물 멸종 문제, 노동 문제, 인권문제 등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는 부분이 좋다.

역사는 우리의 거울이다.

우리는 이제 좀더 현명한 선택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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