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 - 숲에서 만나는 마음 치유 Self Forest Therapy
최정순 지음 / 황소걸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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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친구들이 나를 손뼉 치게 하고,

자기보다 훨씬 큰 내 몸과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들로 데워진 마음과 그들에게 보내는 박수가

나를 건강하게 합니다.

그러니 이들이 작은 거인입니다.] _p161

 

 

 

 

#우리는모두꽃그저다른꽃

#최정순 글과 사진

#황소걸음

 

 

 

 

 

나는

벌레는 싫어하지만 숲이 좋다.

어둠을 싫어하지만 숲이 만들어주는 그늘이 좋다.

모기는 싫지만 숲을 거니는 것이 좋다.

수풀이 우거진 길이 무서워서 선뜻 발을 넣지는 못하지만

수풀이 뿜어내는 숲의 향기가 좋다.

이쯤되면 숲을 좋아한다고 말하기 애매해진다.

숲을 좋아한다면서 숲이 품고 있는 생명들을

차별대우 해왔으니 자격미달인가 싶다.

 

 

 

 

인간의 잣대로 잰 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생명의 경중 따위는

무시한 저자의 숲 사랑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는 죽은 어치에게 낙엽을 덮어주고,

삶을 다하고 끝을 맞이하는 산제비나비를

손우물에 담아 산국 더미에 올려주고,

다람쥐 둥지를 노리는 구렁이를

해치지 않고 쫓으면서도 미안해 한다.

 

청동색 금파리와 구더기가 들끓고 있는

두더지의 사체를 발견하고

반사적으로 조금 놀라지만 이내 이성을 찾는다.

누군가 놀라지 않게 두더지를 사람 눈길과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옮겨놓고 작별인사를 한다.

 

방금 차바퀴에 깔려 죽어 혼도 떠나지 않았을 뱀을 두고

뱀은 죽어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을 확 물어버리고 싶었'(p179)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나는 혼자 미친 사람처럼 웃는다.

왠지 그 사람에게 눈을 흘기고 속으로 저 생각을 하는

저자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언제, 무엇이, 어떻게, 왜 그를 숲으로 이끌었을까?

 

 

 

 

20년 전, 피 흘리는 허깨비의 모습으로 무작정 산에 올라

커다란 둥치에 기대 쪼그리고 앉아서 얼굴을 무릎에 묻었던 그 날.

두 시간쯤 지나자 마음 밑바닥부터 차오르는 편안함과 고요함을

경험했고 저자는 왜 그런지 궁금하고 알고 싶었다고 한다.

대책없이 직장을 그만두고 숲으로 떠나 차근차근 배우고 풀면서

인도의 생명 철학이자 전승 의학인 아유르베다를 알게 되었고

아유르베다를 통해 스스로 더 단단해졌다고 한다.

 

 

 

[내 삶과 20년 숲 공부에서 얻은 깨달음을 풀고자 했습니다.

내가 만난 숲의 풍경과 생명현상을 떠올리면서

그때의 느낌이나 감동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단순한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이론적 근거를 가지고

우리의 감성과 영성을 어떻게 채울지 돌아봤습니다.

숲에 들면 가장 먼저 오감이 움직입니다.

숲의 여러 모습에 몰두하고 교감하게 됩니다.

누구나 이런 과정을 거칩니다.

'스스로 그러하다'라는 자연의 이치가 그대로 이뤄집니다.

숲이 자연이고 나 또한 자연이기 때문입니다.] _머리말 중

 

 

 

 

 

숲에 들어서서 "아 짜증나!"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만해도 평소 눈에 거슬리던 아이들의 행동이

산 속에서는 웃어 넘겨지고.

그냥 지나치던 아이들의 작은 몸짓도

사랑스럽게 보아지는 경험을 자주 한다.

신비로운 자연 현상이나 생물들이라도 볼라치면

자연스럽게 재잘재잘 대화가 이어지고 자꾸 웃게 된다.

얄미운 마음에 한 대 쳐주고 싶던 누군가의 뒤통수도

쓰담쓰담 해주고 싶게 예뻐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

 

책은 제목처럼 사람도 나무도, 꽃도, 벌레도, 새도, 뱀도

모두 그저 다른 꽃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르쳐 준다.

고요한 마음으로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자연을 경외하는 마음,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솟아나고 그 자연에 속한 나 또한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개인적으로 이 경이로운 자연을 창조하신 그분의 크심을 또 새삼 깨닫는다.

 

 

도시에서 매미 소리가 더 소음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도시의 소음 속에서 자기 소리가 짝에 닿게 하느라 더 크게

소리를 내고, 도시 환경이 매미 수에 비해 나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매미 여러 마리가 한 나무에 붙어 울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미는 무죄.

 

 

가끔 때아니게 핀 꽃(막핀꽃)은 옛날보다 따뜻해진 겨울에 따뜻한 날이 이어져(이상기후)

식물에 적산온도(꽃을 피워도 된다고 나무 DNA에 저장된 온도)가 때아니게

입력돼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막핀꽃은 바보가 아님.

 

 

저자가 쭉정이(자기 일을 끝낸 식물의 가지나 열매)로 만든 작품들의 사진과

그에 얽힌 스토리를 보는 재미가 참 좋다. 나도 당장 숲에 뛰어나가 쭉정이를

주어와서 슬픈 낙타를 만들며 낙타의 맘을 위로해 주고 싶어진다.

 

마음이 팍팍하고

기분이 우울하고

자신이 싫어지는

분들에게 좋은 처방약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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