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에디터스 컬렉션 1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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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의 인간 실격의 리뷰를 볼 때 마다 요조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고 그와 함께 뭔지 모를 거부감도 느껴졌다. 마치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는 책의 제목처럼, ‘읽고 싶은데 읽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일본의 문예평론가 오쿠노 다케오에 의하면 인간 실격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더불어 일본 근대문학의 양대 소설로 평가받는 작품이라고 한다.

 

얼마 전 읽은(들은#윌라오디오북) 마음에서 주인공의 스승인 교수님은 믿었던 큰아버지의 배신으로 인해 인간의 탐욕에 경멸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 또한 친구를 배신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평생을 타인과 단절된 삶을 자처한다. 이와 반대로 요조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소통을 하는(보통 사람들이 당연하게 하는) 모든 것들이 유발하는 극도의 불안감을 우스갯 소리 또는 우스운 행동’(완전히 다른 가면을 쓰는 방법)으로 무마하려 한다. 강박적으로 도덕적인 삶을 지향했던 교수님과 불안함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온갖 자기 파괴적 행동을 한 요조는 참 다르지만 같은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다.

 

이 작품은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인물이 쓴 서문과 후기, ‘요조라는 인물이 일인칭으로 구술하는 세 편의 수기로 나뉜다. , 처음 등장하는 와 작품의 중심을 차지하는 수기 속 ’, 이렇게 주인공이 둘이라 볼 수 있다._옮긴이의 말 중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쏙 빼닮은 삶을 사는 요조.

이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임이 틀림없지만, 단순히 한심한 자신을 분석한 소설로만 볼 수는 없다. 오쿠노 다케오는 기득권층과 서민층을 아울러 지배계층과 일반 사람들 사이에 어떠한 타협도 없이 격변해간 국가 제도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요조는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배고픔을 알지 못했습니다.

세 끼를 챙겨 먹어야 한다는 말만큼 난해하고 협박조로 들린 말은 없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잔소리가 내겐 청천벽력과도 같이 큰 충격이었고,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말대꾸는 언감생심, 그 잔소리야말로 천하에 둘도 없는 인간의 진리, 내겐 그 진리를 행할 능력이 없으니, 인간과 함께 살 수 없는 거 아닌가라고까지 생각했습니다.

인간에게 언제나 공포를 느꼈으며, 한 인간으로서 나 자신의 언동에 전혀 자신을 갖지 못해서, 그래서 나의 고뇌는 가슴속 작은 상자 안에 깊숙이 숨겨두고 그 우울함, 초조함은 철저히 숨겨, 겉으로는 언제나 즐거운 낙천주의자로 가장하고, 해학적이고 유머러스한 괴짜로 차츰 나 자신을 완성해갔습니다.

 

11남매 중 열 번째 아들이니 알뜰살뜰 보살피지 못했으리라. 그렇다 해도 어찌 아이가 기괴한 표정이나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로만 타인과 소통한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꽤 나이든 요조라면 연기가 늘어 능숙하게 모두를 속아넘겼겠지만, 좀더 어린 요조였을 때라면 분명 알아차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녀에게 강간을 당하고도 아무말 하지 못하던 아이는 결국 자기 아내가 강간을 당하는 모습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친구라기 보다는 벼룩같은 존재인 호리키와 가까워지지 않았다면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자기만의 색깔있는 그림을 그리는 괴짜 화가로 조용히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요조의 삶의 어떤 결정적인 순간마다 쫓아가서 뜯어말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요조의 삶은 처참하게 우울하다. 오늘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에 소독하고 온 마음에 쿰쿰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을 정도로.

 

실제 자살시도(그것도 동반 자살)를 여러번 했던 다자이 오사무처럼 요조도 그랬고 결국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알콜 중독에 약물 중독까지, 충격적인 사건들..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죽으면 과연 완전한 끝일까? 행복이 보장될까? 아무도 알 수 없다. 부디 힘든 삶에 지친 분들이 자살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둡고 우울하지만, 그의 문장은 특별하고 매력있어서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패전 후 몰락한 귀족의 비극과 허무를 그린 소설이라는 사양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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