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예술가들 - 변기에서 바나나까지, 100년의 창작 전쟁
캐슬린 김 지음 / 작가정신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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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탈리아 악동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벽에 테이프로 바나나를 붙였다.

그리고 1억 4천만원에 판매가 되었다. 중국의 한 행위예술가는 테이프로 붙은 바나나를 떼서 다 먹어버렸다. 이것은 재물손괴죄인가, 아니면 예술 퍼포먼스인가.


덕트테이프로 붙은 바나나도 예술품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1억 4천만원짜리 바나나도 당황스럽지만, 그 자리에서 구매한 예술품을 먹어버린 행위예술가도 당황스럽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이 이럴 때 사용되는 걸까. 초반에 이야기 한 재물손괴죄에 해당되는 것이면 중국의 행위예술가는 법정으로 가서 법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예술 퍼포먼스로 본다면 법정에 가지 않아도 된다.


<법정에 선 예술가들>은 한 마디로 말해서 '뜨거운 예술'이 '차가운 법'을 만나는 순간의 기록이다. 뜨거운 예술이 경계를 허물 때, 차가운 법은 경계를 짓는다. "창작의 자유"에 해당하는 예술인가, 아니면 외설인가. 적나라하게 사실주의적인 나체를 그린 화가 에곤 쉴레, 모딜리아니 등은 외설적인 그림을 그렸다고 작품이 창고로 들어가고 장막에 가려지고 대중들에게 외면받았다. 하지만, 현 시대에 에곤 쉴레, 모딜리아니의 예술품은 그 가치를 이루말할 수 없게 되었다. 외설이 아니라 예술 그 자체임을 말해준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법정에 선 예술가들의 고충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걸작들은 법정으로 가서 법의 심판을 받는다. 예술 재판이 이루어지는 법정의 모습을 그린다.



법정으로 간 걸작들,

미술사의 운명을 바꾼

세기의 예술 재판들



<법정에 선 예술가들>은 예술의 영역과 법의 영역의 범주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를 사건 별로 이야기 해 준다. 뱅크시는 세계 적인 미술품 경매장에서 자신의 작품 <풍선의 든 소녀>가 낙찰되자 그림이 저절로 파쇄되는 상황을 만든다. 이윽고 멈춰버린 작품은 뱅크시가 빈곤, 권력,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라고 했지만, 파쇄된 작품은 되레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었다고 한다. 자본주의의 역설을 이야기 했지만, 이것이 개념 예술의 최고봉이라며 사람들을 열광했다.


책의 저자 캐슬린 김은 예술법을 전공으로 한 뉴욕 변호사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2016년부터 신문에 많은 예술 칼럼을 썼다. 여러 신문에 쓴 칼럼들을 엮어 <법정에 선 예술가들>이라는 제목으로 새 옷을 입었다. 이 책의 특장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예술가들이 법정에 가고, 법의 심판 앞에서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것도 예술일까? 하는 물음표가 붙을 때, 또 하나의 개념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개념 예술에 해당하는 사건이 있다. 1927년 미국 뉴욕의 세관 법정. 루마니아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는 '새'라고 표현한 예술 작품을 '주방 도구나 공산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만약 예술 작품이 아니라 '주방 도구나 공산품'에 해당된다면 프랑스에서 사온 '공산품'에 해당하는 세금 40퍼센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수많은 예술가들이 예술 작품이라고 이야기 했고 결국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책은 개념 미술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개념 미술이란 작품을 만든 과정이나 아이디어만 있어도 예술이 된다. 1960년대에 등장해서 예술의 중심을 물질에서 아이디어로 옮겨 놓았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던지는 질문이다. 마르쉘 뒤샹이 (어딘가에서 가져온) 변기에 "샘"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자신의 서명을 남긴 사건이 개념 미술에 해당된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만드는 것. 과연,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루마니아 조각가 콘스틴틴 브랑쿠시와 그를 지지한 수많은 예술가들은 그것은 금속 덩어리가 아니라 '새'라고 표현한 것, 덕트 테이프로 붙인 바나나가 1억 4천 만원에 판매되는 일, 도 황당하지만 개념 예술의 사례에 해당한다.



<법정에 선 예술가들>은 예술 작품을 둘러싼 권리의 충돌도 다룬다. 작품을 소유한 사람은 그것을 파괴할 권리도 가지는가?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이 전시되는 방식에 개입할 수 있는가? 국가는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소유권을 제한할 수 있는가? 천 년 전 약탈당한 문화재는 누구의 것인가?와 같은 질문에 궁금증을 해결한다. 예술 작품이 사라지는 사건들이 꼭 있다. <모나리자>도 도난 당한 적이 있었고, <렘프란트의 초상화>도, 뭉크의 <절규>도 도난이 되었던 적이 있다. 작품이 곧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예술 납치, 예술 테러리즘이라고 한다. 25년에 일어난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도난 사건 또한 법적으로 절도죄가 성립한다.


부록에는 <예술 작품을 접할 때 알아두면 좋을 법률 상식 다섯 가지>, <예술 창작자가 꼭 알아야 할 저작권 관리 노하우>가 담겨 있다. 전시장에서 작품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도 되는가? 답은 미술관마다 촬영 정책이 다르므로 전시장 규정을 반드시 확인할 것, 어떤 특별전은 전체 또는 일부의 작품 촬영이 금지되는 곳도 있다. 작가 사망 후 70년이 지나 저작재산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작품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혹시 내 그림이 도용당했다면? 곧 바로 증거 확보를 해서 "저작권 침해가 확인되므로 즉시 삭제를 요청하며, 불응 시 법적조치를 검토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 작품 삭제 및 이용 중지를 요청한다.


<법정에 선 예술가들>은 예술 관련 실제 사건과 판결에 대한 진실과 전쟁을 솔직하게 말해준다. 특히, AI와 NFT까지 최신 정보들도 담겨 있어 흥미롭다. 예술법 변호사가 들려주는 미술관 옆 법정 이야기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이다. 부록 다음에는 <용어 사전>도 실려 있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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