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미스터 타이거 (반양장) ㅣ 창비청소년문학 148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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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하얼빈은 철도가 만든 도시였다."
나혜림 장편소설, 창비 청소년 문학 148 <안녕, 미스터 타이거>의 첫 문장은 하얼빈에서 시작된다. 그물을 말리는 곳이라는 뜻의 어촌에 철로가 놓인다. 러시아, 일본, 중국인이 들어오며 ‘그 땅에 자리 잡고 살던 중국인들은 문명의 손톱 같은 철길이 저희 터전을 할퀴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나는 그대와 같은 세상을 보고 있어요.‘
<안녕, 미스터 타이거>, 33쪽

아리따운 목소리의 가기(노래를 특기로 하는 기생) 계손향과 보빙 사절단으로 조선에 방문한 미국 사람 노월의 만남은 특별하다. 푸른 눈의 호랑이라고 사람들은 노월을 가까이하지 말라고 한다. 계손향은 네모난 사진을 찍어주는 그의 푸른 눈을 관찰하다가 우정을 주고받는다. 노월은 커피를, 계손향은 늦가을 햇볕에 바짝 말린 조선의 맛인 다디단 곶감을 서로 맛보게 한다. 그날 밤, 계손향은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잘 수 없었다.


“Happy new year, my sweet bright lady.두 사람 머리 위로 설탕 같은 눈이 부스러졌다. 곶감처럼 다디단 조선의 겨울. 계미년 마지막 날이었다.”
<안녕, 미스터 타이거>, 98쪽


노월은 조선말을 배우고 싶었고 계손향은 자신이 아는 한에서 노월에게 조선말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면서 서로의 언어를 공유한다. 서양의 말은 성별을 구분한다는 것, 낮은 남성, 밤은 여성, 책은 남성, 음악은 여성. 계손향은 음양오행을 떠올린다. 천지에는 성별이 없으며 말이란 그저 사람이 임의대로 묶어놓은 매듭이라고 말한다. 꽉 묶어놓은 매듭을 풀었더니 마침내 사랑. 노월과 계손향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다시 고향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노월 앞에서 계손향은 소낙비처럼 엉엉 울고 만다.

“그러나 열아홉의 계손향은 생각한다.
내가 바리라면, 바리가 나라면, 나를 버린 아비보다 나를 택한 무장승 곁에 남았다면 어땠을까.”
<안녕, 미스터 타이거>, 156쪽


<안녕, 미스터 타이거>의 나혜림 작가는 책을 쓰게 된 모티브를 어쩌다 마주한 신문 기사 속 사진이었다고 말한다. ’최초로 카메라 앞에 선 조선의 여인‘이었고 소설 속 허구의 인물 계손향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노월과 계손향의 사랑 이야기는 계미년 1883, 갑신년 1884, 메이지 43년 1910, 쇼와 10년 1935를 통과한다. 손톱 같은 철길이 그들의 터전을 할퀴는 것처럼 조선의 역사를 잔인하게 할퀴지만 계손향과 노월의 사랑 이야기는 여전히 설레고 또 아름답다. 사랑의 영원함을 응원하며 안녕, 미스터 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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