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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사냥꾼
세라핀 므뉘 지음, 마리옹 뒤발 그림, 성미경 옮김 / 분홍고래 / 2025년 12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겨울이다.
문득 상상해본다. 시베리아의 추위는 어떨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인 바이칼의 겨울은? 아마도 우리가 강추위라고 느끼는 체감온도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실제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겨울 그림책이 여기에 있다. 그림책 제목은 바로 『얼음사냥꾼 』이다. 표지에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 얼음 사냥을 하고 있다.
얼음 사냥이라는 단어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2천5백만년이라는 시간을 지내온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에는 얼음 사냥꾼이라는 직업이 있다. 바이칼 호수는 혹독한 겨울이 되면 빙판으로 얼어 붙는다. 긴 겨울을 나기 위해 사람들은 마실 물이 필요해진다. 그들은 우리처럼 생수를 마트에서 구입해서 마시는 것이 아니다. '얼음 사냥꾼'들의 능력은 이 때 발휘된다. 바이칼 호수의 거대한 얼음을 잘라 옮겨 마실 물로 바꿔야 한다. 꽁꽁 언 얼음을 자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얼음 사냥꾼'이다. 물은 마시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다. 바이칼 호수에서의 사냥은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얼음 사냥인 것이다.
유리가 사는 시베리아는
새로 이사 오는 사람이 없어요.
거기서 태어나 쭉 살거나,
아니면 떠나가죠.
- 『얼음사냥꾼 』 중에서
시베리아에서 살고 있는 유리. 마을의 전경이 그려진다. 너무나도 추워서 새로 이사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태어나 쭉 살거나 아니면 떠나가는 사람들이 전부이다. 시베리아의 겨울은 하루가 무척 짧다. "내린 눈은 너무나 새하얘서 눈과 마음을 아프게 하죠." 시베리아에 내린 눈은 너무나 새하얗게 반짝인다. 새하얀 눈은 우리의 눈과 마음을 아프게 할 정도로. 표현이 너무나 아름답지 않은가.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인간의 신체인 눈을 대비해서 멋지게 대비시켜 놓았다.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의 눈은 얼마나 새하얄까?
수백 년을 사는 자작나무
가을에 노랗게 물들었다가
겨울이면 바늘잎을 떨구는 낙엽송
사시사철 가시처럼
뾰족한 잎이 달린 전나무
곰 몇 마리 지나갈 수 있게
엎드려 자라는
삼나무 덤불
- 『얼음사냥꾼 』 중에서
『얼음사냥꾼 』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바이칼 호수에 살고 있는 생명들의 이야기이다. 바이칼 호수에 살고 있는 세계 유일한 담수 물범, 신성한 물고기라 이야기하는 오물, 수백 년의 시간을 살아온 자작나무 숲, 바늘잎을 떨구는 낙엽송, 뾰족한 잎이 달린 전나무, 곰 몇 마리 지나갈 수 있게 엎드려 자라는 삼나무 덤블, 긴 날개를 가진 황제 독수리를 만날 수 있다.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의 순환을 겪으며 살아 숨쉬는 생명들을 마주한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모습들을 『얼음사냥꾼 』안에 세밀하고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빌딩 숲, 동물원, 수족관이 아니라 원시의 모습에 가까운 자연 그 자체를 표현해내고 있다.
『얼음사냥꾼 』의 배경은 꽁꽁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그림책 색채는 노랑, 주황빛으로 인해 따뜻함이 느껴진다.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에 살고 있는 유리는 외롭고 고독할 때도 있지만 얼음 사냥꾼인 아버지, 몇 안 되지만 정 깊은 마을 사람들, 그리고 동물과 식물의 자연이 함께 있기에 내일을 향해 희망찬 하루를 살아간다. 마리옹 뒤발의 그림체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한 참을 멍하니 보게 된다. 신비롭고 경이로운 그림책이다. 오늘도 유리와 유리 아버지는 얼음 사냥을 떠났을까?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에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으로 『얼음사냥꾼 』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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