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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ㅣ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가수 겸 책방무사 서점 주인 요조가 자신의 닉네임을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격> 주인공 이름에서 빌려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때 였을까? <인간실격>을 읽게 된 계기가. 요조가 자신의 성격과는 정반대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광대 역할을 했지만 이윽고 생의 비극을 알아차렸을 때, 생을 마감하려고 애인과 함께 강으로 뛰어들었던 강렬한 기억이 난다. 하지만, 애인은 죽고 요조만 살아남아서 반전이었던. 만나는 사람들이 요조에게 영향을 주는 건지, 요조가 만나는 사람들의 영향을 흡수하는 건지 인생이 이상하게 꼬여버리는 인간 실격 이야기. 인간실격은 주인공 요조만큼이나 서른 아홉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고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았던 다자이 오사무의 죽도록 살고자 하는 외침이 담겨 있는 책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속 주요한 문장들을 통해,
그의 내면을 탐색하고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왜 다자이는 끊임없이
자책하고, 사랑하고,
절망했을까요?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프롤로그 중에서
다자이 오사무가 쓴 대표작 <인간실격>, <사양>, <달려라 메로스> 등의 주요 문장을 수록한 책이 출간되었다. 센텐스 출판사에서 <문장의 기억> 시리즈 기획 4번째 책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이 바로 그것이다. 버지니아 울프, 안데르센, 셰익스피어 편도 흥미롭게 읽었던터라 강렬한 빨강색 표지에 매혹되어 바로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었다.
자책에 빠져 얼굴을 움켜쥔 채로 앉은 자세로 무릎을 웅크리고 있는 한 남자의 옆 모습이 측은하고 애처로워서. 그림 밑에는 비참함을 아름답게, 고독을 따뜻하게라고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비참함, 고독, 아름다움과 따뜻함. 짧지만 강렬한 단어들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 준비를 하게 한다. 왜 다자이 오사무는 끊임없이 자책하고, 사랑하고, 절망했을까?
1부 _ 부서진 마음의 언어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_ 사양
나약한 자의 삶은 누가 위로할 것인가
_인간실격
이미 저지른 일은 돌이킬 수 없다
_어쩔 수 없구나
출처 입력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은 4부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사양>, <인간실격>, <어쩔 수 없구나>의 문장을 다룬 1부 부서진 마음의 언어들, <여학생>, <직소>, <달려라 메로스>의 문장이 담겨 있는 2부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깨지기 쉽다. <앵두>, <어머니>, <셋째 형 이야기>의 문장을 수록한 3부 나를 만든,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사랑과 미에 대하여>, <비용의 아내>, <늙은 하이델베르크>에 담긴 4부 희망은 때론 가장 잔인한 거짓말이 된다로 마무리 된다. 다자이 오사무와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의 초상화와 그가 출간했던 책의 초판본 및 <인간실격> 친필 원고 사진, 주요 작품 연대표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다. 다자이 오자무는 알았을까, 후대에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자신의 작품을 만나게 되리라는 사실을. 아마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동에서 올라오는 김에 얼굴을 파묻고, 우동을 후룩 들이키며
나는 지금이야말로 살아 있는 것의 쓸쓸함을 극한까지 맛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다자이 오사무 <사양> 중에서,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을 통해 가장 읽고 싶은 작품은 <사양>이다. 금수저의 장녀로 태어난 가즈코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일본이 패전하면서 궁핍한 생활을 한다. 시골로 이사하면서 현실의 삶에 적응하지 못해 병세가 악화되어 죽음에 이른 어머니, 전쟁에 참전했다가 실종된 남동생 나오지, 결혼을 했지만 남편의 마약 중독으로 가정 파탄에 이른 가즈코의 삶. 이혼 진행 중 임신 된 아이는 사산되고 만다. 가즈코를 둘러싼 인생이 온통 아픔과 상처 투성이가 된다. 과거에만 머물지 않겠다고 결심한 가즈코는 예술가 우에하라와의 만남이 새로운 삶의 전환점이 된다. 카즈코는 아이를 키우며 새 출발을 시작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사양>을 통해 귀족 가문의 삶, 일본 사회의 변화와 상실, 극복 의지를 담았다. 시대와 개인, 개인의 내면 갈등이 함께 담겨 있는 가운데 실패 속에 몰락하지 않고 다시 새롭게 나아가는 가즈코를 응원하게 된다. 살겠다고 뜨거운 우동 국물을 들이키는 가즈코의 독백은 마음을 저릿하게 만든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살아 있는 것의 쓸쓸함을 극한까지 맛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눈물 젖은 빵 대신 눈물 젖은 우동 국물이었으리라.
2부_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깨지기 쉽다
삶은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것 _ 여학생
뒤틀린 사랑이 향하는 곳 _ 직소
가장 인간다운 가치, 신뢰와 신념
_달려라 메로스
2부에서는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깨지기 쉽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2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달려라 메로스>이다. 주인공 메로스는 친구 셀리누티우스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메로스가 제 시간 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친구 셀리누티우스가 대신 사형에 처하게 된다. "메로스는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나는 그와의 약속을 믿습니다."라고 말하는 셀리누티우스. 메로스와의 신뢰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 결국 메로스는 도착했고 "죽임을 당해야 할 것은 바로 자신"이라며 메로스가 처형대로 향하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의 우정과 믿음에 감동해 디오니스 왕은 둘 다 살려준다. <달려라 메로스>는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믿음에 대한 가치를 전달해준다. 다자이 오사무의 "나는 인간이 되지 못했다"는 고백과는 정반대로 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3부_ 나를 만든,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당신의 연약함은 나의 죄 _ 앵두
나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 _ 어머니
고독이 가족을 사랑하는 방식 _셋째 형 이야기
3부에서는 <앵두>, <어머니>, <셋째 형 이야기>에 대한 작품이 실려 있다.
세 작품 중 <앵두>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사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이곳저곳에서 사슬이 얽혀 있어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피가 터져 나온다." 라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주인공 아버지가 가족들 문제로 고뇌에 빠져 있을 때 술집에서 마주한 앵두 한 접시를 보며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생각해보니 앵두를 아이들에게 먹여 본 적이 없었다. 혼자 앵두를 맛본다. 입 속 가득 단맛을 느끼게 해 주는 앵두는 아버지 마음 속에 갈등을 불러 일으킨다. <앵두>는 아버지로서의 죄책감과 책임감 사이를 오가며 무력감을 잘 표현해주는 작품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죽기 한 달 전에 <앵두>를 발표했다고 한다. 다자이 오사무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붙들고 있었던 인간의 본질은 사랑이었다고 말하는 박예진 편역자의 말에 깊은 공감이 간다.
특히 그가 남긴 문장들은 늘 어딘가 균열이 있었습니다. 격식보다는 날 것의 고백에 가까웠고,
아름다움보다는 불편한 진실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그 지점에서 우리는 위로와 동질감을 느끼죠.
- <부록> 인생은 차디찬 고독이다 중에서 -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들은 균열과 불편함 속에서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말로 남아 있다. 죄책감과 불안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며 현실을 깨닫게 한다. 대표작 <인간실격>뿐 아니라 다자이 오사무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한 권의 책으로 엮은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은 독자들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불안하고 예측 불가능한 인생이라는 차디찬 고독 속에서도 끝끝내 버티고 살아가야 할 이유를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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