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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안녕을 말할 때
이명희 지음 / 샘터사 / 2025년 12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내 아이가 나아지지 않고 영원히 아플 거라는 사실과 그 애의 엄마가 나라는 사실, 이 두개의 수정될 수 없는 사건은 내가 맺고 있던 관계들을 골고루 건드렸다. 가정 먼저 변한 건 사건의 전날까지 내가 나라고 믿었던 나와의 관계다.”
카페에 가서 온종일 책 읽고 싶은 날이 있다. 어떤 책을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너에게 안녕을 말할 때>를 가방에 담았다. 따뜻한 카페라떼 한 잔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앞 띠지에 적힌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움직이지도, 보지도 못한 채 열세 살이 된 아이를 마침내 사랑하게 되는 동안 수없이 물었던 관계에 관한 질문들”이라고 적혀 있다.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의 엄마가 이명희 작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책장을 펴기 전에 먼저 마음이 먹먹해지는 순간이다.
커피가 나왔다. 카페라떼 한 모금을 마신다. <너에게 안녕을 말할 때>를 읽기 전에 심호흡 같은 의식이다. 슬픈 이야기가 나오면 눈물을 닦을 수 있도록 화장지도 이미 준비되어 있다. 엉엉 울 준비를 마친 상태다.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거라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다. 대뜸 이명희 작가가 오래된 친구 두 명에게 손절 당한 이야기로 책의 첫 장을 장식한다. 아무런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관계를 끊을 수 밖에 없었던 당혹스러움이 담겨 있다. 한 편으로는 손절한 친구의 용기(?)에 감탄을 했다고 하는데, 질질 끄는 관계가 아니라 결단력이 있는 용기를 높이 산다는 맥락이었다. 아, 이 분의 내공이 상당하구나 싶었다. 저자 약력을 보니 대학에서 경영학,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했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능력이 있구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인생이 뭐 하나는 감당해야 하는 밸런스 게임인 줄도 모르고>에서는 이명희 작가는 친정 엄마의 눈동자를 읽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2박 3일 춘천 여행을 함께 가기로 한 날에 친정 엄마는 여행을 안 갈 거라고, 안 가도 괜찮다고 말한다. 친정 엄마는 감기에 걸려 있었다. 괜히 춘천 여행을 가서 안 그래도 약한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원망의 대상이 될테니 안 가도 괜찮다고 말한 것이다. 엄마의 의중은 반대였다. 가방에는 이미 2박 3일을 보낼 여벌옷이 들어 있었다. 결국 친정 엄마의 마음을 알아차린 딸은 누구를 탓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무얼 선택하고 무얼 책임질지 따져본 뒤, 하나를 선택하고 그것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고 사고를 단순화 하는 것.”
인생이 참 어렵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걸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늘 찾아온다. 인생은 밸런스 게임. 하나를 선택하면 뭐 하나는 꼭 감당해야 한다. 친정 엄마와의 관계도 밸런스 게임이다.
<보이는 것 그 너머에> 마지막 장에서 카페라떼 옆에 두었던 화장지를 사용했다. 장애 정도를 재판정 받아야 한다는 구청에서의 우편물. 중증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가서 재판정 받는 장면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퇴원 후 집중재활치료를 위해 재입원을 하기 위해 드나들었던 병원의 공기, 온도, 상황들은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다시는 오고 싶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와, 명준이 정말 많이 컸네요. 네, 선생님. 어떻게 지내요.” 아는 얼굴이 보이고 우리 모두 답을 알고 있는 질문들을 던진다. 평가를 위해 질문을 하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 “묻는 사람도 답하는 사람도 답을 알고 있을 때의 평화는 놀라울 만큼 달콤한 것.”이라는 표현에서 눈물이 주루룩 흐른다. 명준이의 안녕, 어머니의 안녕이 병원에서 확인되는 순간이다. 신생아 때와는 달리 몸집이 제법 커진 명준이가 할아버지 품에서 잠이 들어 병원을 나오는 순간을 머릿 속으로 그려본다. 그렇게 안녕.
“살면서 단 하나의 단어만 말할 수 있다면, 안녕을 고르겠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이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가 흔히 묻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가 불확실성이 가득한 앞날에 함축적인 축복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안녕, 두 글자에 혐오와 사랑을 반복하며 스스로를 용서하게 되는 시간들. 손절한 친구와의 우정도 안녕, 명준이를 잘 키워낸 저자 이명희에게도 안녕, 주변 사람들에게도 안녕. 그렇게 안부를 하나씩 확인한다. 카페를 나오니 찬 바람이 온 몸을 감싼다. 눈물을 흘려서인지 개운하고 시원한다. 책을 읽으며 치유 받는 시간, <너에게 안녕을 말할 때> 덕분이었다. 12월에는 주변을 돌아보며 안녕이라는 안부를 자주 물어보기로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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