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 결심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두번째 선택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문유석의 세컨드 라이프. 

<나로 살 결심>은 말 그대로 법복을 벗고 드라마 작가로 살아가는 두 번째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주의자 선언>을 출간한 지 10년, 다시 글쓰기로 승부를 보는 출발선에 놓인 문유석의 솔직함이 돋보인다.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조직 속에서 개인주의자로 살아남는다는 것은. 그리고 그 싸움은 프리랜서로 산다고 하여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라고 고백한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2020년 법원을 떠난 그 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온전히 나로 분투중인 오늘의 순간들

드라마로, 흐려진 정의를

되묻는 여정을 시작하다!


  

결심이라는 단어의 정의부터 시작한다. 결심에는 마음을 먹는다는 뜻도 있지만 재판을 마무리한다는 뜻의 결심도 있다고 한다. 판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는 일인지는 판사봉을 두드려 본 사람만이 알고 있겠지. 판결을 내리는 과정들이 누군가의 인생을 결정짓는 일이기에 더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문유석 판사가 법원에서 2020년 모든 결심을 끝내고 나오게 된 과정을 읽는 동안 '좋은 판사'가 되기 위해 자기만족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게 발동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타심, 소명의식, 공직자 윤리의식을 기대했다면 잠시 내려 놓아도 좋다. 


두 삶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삶에서 고민하고 경험한 것들이

두번째 삶의 재료가 되었다. 작가로서 내가 써온, 

그리고 앞으로 쓸 글들의 씨앗은 대부분

첫번째 삶 안에 있다. 

문유석 <나로 살 결심>, 23쪽 중에서 


어릴 적부터 온갖 소설, 만화, 영화, 음악에 빠져 살아온 문유석 판사. (똑똑한 사람은 다르구나. 온갖 소설, 만화, 영화, 음악을 들으며 어떻게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싶다. 게다가 그가 초임 때 근무한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행정법원은 판사들 중에도 성적 최상위권자들이 배치되는 곳이라 하니 넘사벽 그 자체다) 두 번째 인생으로 드라마 작가로 새출발하는 것은 어린 시절 꿈으로 다가가는 일이었다. 진짜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을 생각에 하루하루 신나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생존을 위한 글쓰기에 자유 따위는 없었다. 

일단 시작은 되었지만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개스팅에 실패해도, 

편성이 무산되어도,

제작비 조달에 문제가 발생해도 

프로젝트는 엎어질 수 있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문유석 <나로 살 결심>, 93쪽 중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 현실은 냉혹했다. 스페인으로 타파스를 먹으러 갈 생각에 비행기 티켓도 끊었지만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시점이었다. 재테크로 미국 주식에 투자한 명예퇴직금은 녹아 없어지기 시작한다.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이 떠오르는 시점이라 고백한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금전적으로 심리적으로 처맞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현직 판사 시절에는 <미스 함무라비>로 판사일도 하고, 드라마도 쓰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에 성공했다. 막상 판사 일을 그만두고 나니 누워서 OTT 보는 시간이 더욱더 많아지며 글쓰기도 쉽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늘어나는 건 뱃살과 몸무게, 흰머리 . 게다가 거북목과 굽은 등, 유튜브 중독, 독서 불능증까지 종합선물세트로 찾아온다.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좌충우돌 세컨드 라이프다. 3부 매력적인 오답을 쓰는 삶에는 앞으로 꿈꾸는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다. 판사든 작가든,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아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오랜 슬럼프 끝에 이제는 이 또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그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다. 그런 주제에 공부 하나 잘해서 

사회적 존중을 과분하게 받는 직업을 얻었고,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삶을 살았다. 

판사라는 일의 성격상 자연스럽게 사회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에 이어 

젊음이 주는 자신감과

에너지마저 사라지고 나자 

이제는 오롯이 나라는 사람만이 

발가벗은 채 남았다. 

문유석, <나로 살 결심>, 229쪽 중에서 



드라마 계약서를 작성할 때 판사일 때의 경험이 도움이 된다는 에피소드에 문유석 이 분은 진짜 천재 수재가 아닐까 싶다. 드라마 계약 시 모든 조항을 꼼꼼하게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고 어떤 점이 문제이니 어떻게 고쳐야 한다, 재판으로 갈 경우 법적 무효라는 설명도 달아 놓는다고. 재방료, 해외 판매 저작권료에 대해서도 직접 계약서를 작성한다. 업계의 계약 관행 중 불합리한 부분도 바로 잡는 역할까지 하는 모습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드라마 작가인데 전직 판사이니 불합리한 조항들이 눈에 탁 탁 보일 수 밖에. 두 번째 인생인, 드라마 작가로의 삶이 탄탄대로를 걷는다는 보장은 없다. 새로운 여정에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문유석 작가님이 될 수 있기를! 



+ 존경하는 문유석 작가님께! 

<쾌락독서>, <개인주의자 선언>, <미스 함무라비>, <최소한의 선의>에 이어서 <나로 살 결심>도 2쇄, 3쇄, 4쇄 찍을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지금 새롭게 쓰고 있는 드라마도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원합니다. (캔커피 드림) 






#나로살결심

#문유석 

#문학동네 #드라마작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