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일러스트 에디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정윤희 옮김 / 오렌지연필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정여울 작가가 사랑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직접 미국 콩코드 보스턴에 위치한 월든 호숫가와 오두막을 보고 쓴 책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에서는 월든에서 사온 엽서를 서랍에 두고는 이렇게 표현했다. 남몰래 서랍 속에 우주를 숨겨놓은 기분이라고. 오렌지연필 출판사에서 출간된 국내 최초 영구 보존판 수록 <월든(일러스트에디션)>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책 중간 중간에 월든과 관련된 호수, 새, 나무, 오두막 등 아름다운 삽화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진으로만 봤지만) 마치 월든 호숫가에서 산책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생생한 일러스트 에디션과 함께 월든 호숫가를 걷고, 오두막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는 기분으로 <월든>을 마주했다.



1854년에 출간된 책. 지금은 2025년이다. 약 180년 전에 28살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지은 책이다. 2년 2개월 동안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들어가 자급자족하는 삶을 산다. 멕시코 전쟁에 사용되는 세금을 납부하지 않겠다는 불복종의 표시다.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무언의 제스처이기도 하다. 2년 2개월 동안 어떻게 하면 가장 적게 노동하고, 가장 적게 자연을 파괴하며, 가장 열정적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삶을 살 것인가(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표지 수록 글 중)에 대한 고민을 한다.



철학을 가르친다는 자체만도 칭송받을 일이지만,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난해한 사상을 만들어 학파를 세운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지혜를 사랑하고 그 가르침에 따라서 소박하고 독립적인 삶, 즉 관용과 신뢰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나아가 이론적인 것만이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삶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도 포함된다.

- <월든>, 29쪽 중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




경제에 대한 이야기로 <월든>을 시작한다. 물질 만능주의, 소비 사회에서 소로가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는 굉장하다. 옷이 낡아서 해지면 그저 묵묵히 뒤집어 입으면 된다고 말한다. 어떤 옷을 살까 다양한 옷들을 골라 입어보며 거울을 봤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옷과 집도 간소하게 입고, 간소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발을 털 수 있는 깔개를 친구가 선물해주려고 했는데 거절을 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그에게는 발 깔개조차 필요하지 않다. 세 개의 의자, 침대, 글을 쓸 수 있는 책상 하나면 충분하다. 자발적 가난, 명랑한 은둔자였던 소로의 모습을 보며 욕심을 부리지 않고 간소하게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닫는다. 소박한 식단으로도 건강과 체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옥수수밭에서 쇠비름을 캐서 소금을 뿌려 살짝 데친 것만으로도 충분히 한 끼 식사가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오랫동안 어디에도 구속받지 말고

살아가라 당부하고 싶다

-<월든>, 136쪽, 헨리 데이비드 소로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에서 소로는 말한다. 최대한 오랫동안 어디에도 구속받지 말고 살아가라고. 소로가 살았던 월든 호숫가도 구속 받지 않기 위한 행보였다. 하버드 기숙사에서 기숙사비를 내는 것보다는 월든 호숫가에서 사는 것이 훨씬 좋다며 주변에 있는 새, 나무, 식물, 달, 별에 시선을 옮긴다. <월든> 곳곳에는 고전이 등장하는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가 그것이다. 간소한 삶과 동시에 고전을 읽으며 영혼의 양식을 채웠던 소로의 모습을 그려본다. 매일 찾아오는 아침은 자연처럼 소박하고 순결하게 삶을 살아가라고 나를 초대했다(142쪽)는 표현이 너무나도 감동적이다. 아무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야 말로 현대인들이 꿈꾸는 것 아닌가. 월든 호숫가로 간 이유도 그러하다. 빈곤하게 살기 위한 것도 호화스럽게 살기 위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으면서 살기 위함이었다고. 농장을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유주의 아내가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꿈은 무산되고 조그만 텃밭을 가꾸며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


월든을 다녀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방문객>이 인상적이었다. 소로와 소로의 집을 보기 위해 물 한 잔만 달라고 청할 때가 많았다고. 그럴 때 소로의 대답이 기발하다. "그러면 나는 호수를 가리키며 저기서 물을 떠 마신다고 대답하고, 필요하면 물을 떠 마실 수 있도록 통을 빌려주겠노라 말한다.(247쪽)"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유명세(!) 덕분에 그리 되었다고 서술한다. 어느 날, 월든에 가난한 남자가 찾아와 소로처럼 살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그와 나눈 대화들을 기록한다. 또 한 번은 찾는 사람들이 많으니 방명록을 준비하는게 어떻겠냐는 방문객의 제안도 단박에 거절하는 칼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딸기를 따러 오는 아이들과 숲을 찾은 정직한 순례자들에게 만큼은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소로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방문객들과의 시시껄렁한 얘기에 지쳐갈 때 소로는 호숫가를 산책한다. 호수의 색깔이 그날의 하늘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미묘한 변화도 알아차린다. 월든 호수는 콩코드 지역의 왕관에 박힌 가장 빛나는 보석과도 같다(296p)는 극찬을 남긴다.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산책이 아닐까 싶다. 산책하는 그곳이 새들이 지저귀고 호수 위의 잔물결이 있는 곳이라면 더더욱 좋겠지만 빌딩 숲 산책이어도 좋으니 두 발을 땅에 딛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1845년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2옆에서 단순하게 살아, 자연과 함께 사색을 해 봐,라며 건네는 소로의 악수처럼 느껴진다. 아름다운 삽화와 함께 <월든>을 읽은 보통의 여름날을 기억하고 싶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한 당신에게 <월든(일러스트 에디션)>의 일독을 권한다. 휴가지에서 읽어도 좋고, 혼자 만의 시간에 읽어도 좋다.



#월든 #월든(일러스트에디션) #헨리데이비드소로

#번역정윤희 #정윤희옮김 #오렌지연필

#소로 #고전 #책 #서평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