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은 동방견문록을 지은 마르코폴로 이야기는 마치 그와 함께 세계여행을 한 기분이 든다. 마르코폴로는 베네치아를 떠나 중국, 인도, 일본 등지를 여행한 최초 유럽인이다. 무사히 여행을 다닐 수 있었던 것도 여행 서류 덕분이었다. 실크로드에서는 먼 길을 오가는 사람과 물건의 이동을 통제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때 필요한 여행 서류는 "패자"이다. 중국어로는 파이자라고 하며 나무나 청동, 은, 금으로 만들어진 패였다. 특별히 칸이 발급한 공식 황금 패자는 마르코 폴로에게 수여되었다. 황금 패자는 칸의 영토 전체, 실크로드 다른 모든 관할 구역으로 갈 수 있는 허가증이었다고 한다. 지금의 하이패스였던 셈이다.
3장 근대 국가와 근대의 시민에서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위조된 여권을 사용하려 했던 도즈/더글러스이다. 여성이었던 도즈는 신원을 더글러스로 탈바꿈해 위조된 서명과 위조된 여권으로 프랑스나 독일로 가려고 했다. 여권 발급처에서의 속임수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여행을 허가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화 간, 젠더 간 여행을 위해서였다."고. 19세기 여권 신청자는 남성이었고 여성들은 '그'의 신청서에 기재되는 식이었다. 여권에서도 반영된 남성과 여성의 위계가 있었다는 것, 여권의 불평등성을 알 수 있다.
4장은 현대식 여권의 등장에 대해서 다루며 유명한 인사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다.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무국적자로 출국비자 없이 스페인 국경을 넘지 못하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생존을 위해 본인과 얼굴이 유사한 친구에게서 빌린 여권으로 프랑스 파리까지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 유대계 독일인 한나 아렌트(해나 아렌트)는 여권 없이 10년이 넘도록 무국적 상태였다. 무국적 상태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히 다룬다. '언젠가 유명해질 여자'인 한나 아렌트는 비밀 조직의 도움으로 뉴욕행 여객선에 탑승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로지 명성"만이 안전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테슬라 회장 일론 머스크는 어떤 사람인가? 남아공(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캐나다 여권으로 미국으로 향한다. 이어 외국인 취업 비자로 성공한 미국 이민자, 억만장자 사업가, 나아가 화성 이민자가 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패트릭 빅스비는 코로나 펜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영국, 미국에서 시작해 독일, 러시아, 중국, 프랑스의 사례까지 광범위하게 흥미로운 일화를 제공하며 여권이 갖고 있는 강력한 힘과 역설적인 측면도 동시에 설명해내고 있다. 방대한 자료를 어떻게 수집했는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해외여행을 하며 입국장이나 출국장에서 여권을 볼 때마다 패트릭 빅스비의《여행 면허》가 떠오르게 되리라. 특히, 여권의 여정과 정치적 접점에 대한 관심이 많은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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