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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강박 - 행복 과잉 시대에서 잃어버린 진짜 삶을 찾는 법
올리버 버크먼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7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노래 가사는 행복을 강요하고 있나. 우리는 행복 과잉 시대를 살고 있다. 행복하라는 말을 들으면 슬픈 생각도 우울한 마음도 숨겨야 할 것 같다. 억지로 미소를 지어야 할 것 같다. 행복해지라는 말을 자주 들으면 정말 행복해질까? 진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행복에 대한 생각들이 궁금하다. 영국의 논픽셔니스트 올리버 버크먼은 말한다. "행복해지려고 하지 마라! 그 생각이 당신을 불행하게 할 것이다" 즉, 행복에 집착할수록 더욱 불행해진다는 뜻이다. 올리버 버크먼은 행복 과잉주의에 대한 냉정한 비판을 던지고 있다. 행복 과잉 시대에서 잃어버린 진짜 삶을 찾는 법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책 <행복 강박>에 과연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자기계발서에는 긍정 확언이 넘쳐난다. 100번 긍정 확언을 필사하면, 그대로 이루어진다고. 부자가 되고 싶다면 긍정 확언을 통해 부자가 된 자신을 상상하라고 한다. <더 시크릿>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우주의 기운을 모아 당신의 꿈을 이루어준다는 말에 사람들은 솔깃했다. 부정적 사고보다는 긍정적 사고가, 불행해지기 보다는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들이 모였던 것이 아닐까. 올리버 버크먼은 한국어판 서문의 제목을 <행복으로 가는 조금은 괴상하지만 확실한 길>이라 이름했다. 나쁜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을 속이는 일이 불가능해지는 이때 '긍정적 사고'가 얼마나 효과 없는 일(7쪽)인지를 역설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안정과 불안감, 비관론과 슬픔 앞에서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 행복에 집착할수록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불확실성 즐기기, 불안정 포용하기, 긍정적 사고방식이 아닌 실패에 익숙해지기, 심지어 죽음에 가치 두기 등이 있다. 한마디로 그들은 정말 행복하려면 부정적인 감정도 기꺼이 경험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소한 그 감정들로부터 너무 강박적으로 달아나려 애쓰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 1장 행복 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 23쪽 중에서
올리버 버크먼은 실제로 행복해지려고 발버둥칠수록 불행해지는 사람들을 보며, 그 사람들을 집요하게 추적하기 시작했다. 미국 크리스탈 교회 로버트 쉴러 목사의 예를 든다. 나는 할 수 있다(I can do it)의 긍정의 힘을 많은 이들에게 전파한다. 그러나 그 끝은 몰락이라는 두 글자로 마무리 짓게 된다. 만약 당신이 한결같이 낙관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면, 실제로 상황이 나빠졌을 때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왜? 모든 일이 잘 되고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게 잘 되는 법은 없다. 낙관주의적 사고를 지닌 사람이 받는 괴로움과 충격은 더욱더 크게 다가온다. 지나친 낙관은 깊은 침울 속으로 빠져들 뿐이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크지 않다고 했던가. 예전에 만난 지인이 그러했다. 인생에게 좋은 일이 있을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되레 최악의 상황을 떠올린다고. 막상 일이 생각과 반대로 잘되면 잘되는 거고, 잘 안되면 최악의 상황을 떠올렸던 그걸 생각하라고. 이러한 생각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스토아 철학자들의 생각과 비슷한 맥락을 지닌다. 상황이 나빠질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라. 가족,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을 언제든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가족, 소중한 것들을 더욱더 사랑하게 됨과 동시에 잃었을 때의 충격이 감소하게 된다. 이렇게 행복에 대한 '부정적'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정한 한 가지 비전을 열성적으로 추구하는 것에 대한 경고로 1996년 에베레스트 사건을 사례를 살펴보자. 열일곱 명의 등반가가 미국이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오르는일에 도전한다. 심리학자들은 그들에게 성격 검사를 한다. 미국 등반대는 베이스캠프로 가던 중 두 팀을 갈리진다. 정상에 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이 달랐고 인원 수가 좀 더 많은 무리는 강품이 몰아쳐 비교적 눈이 적은 길, 사람들이 주로 선택하는 경로가 낫다고 생각했다. 소수 무리는 아무도 시도해 본 적 없는 길을 통해 올라가기를 원한다. 심리학자는 소수 무리에게 자신의 선택에 대해 일기에 기록해줄 것을 부탁했다. 소수 무리의 일기에는 비관적 마음과 불안함이 강했으나 자신이 선택한 전략에 더욱더 집착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목표를 지나치게 추구하면 그것에 강박적으로 사로잡힐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1996년은 에베레스트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 수를 기록한 해였다고 한다. 목표에 대한 열정이 불러온 참극이었다.
틸링해스트는 "일종의 훌륭한 레스토랑에 가는 일처럼 생각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럴 때 우리는 그 식사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죠. 꼭 그래야 하는 게 맞는 건지, 앞으로 그런 식사를 더 많이 해야 하는 건지 혹은 그 식사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 분하게 느껴지는지 등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그저 한 번의 식사를 하는 것뿐이에요. 그러니 그 진수를 충분히 맛보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을까요? 풍미에 집중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 8장 반드시 죽기에 반드시 죽음을 기억하라, 285쪽 중에서
죽음에 관한 견해는 인생의 유한성을 의식할수록 그만큼 인생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반드시 죽기에 반드시 죽음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메멘토 모리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이다. 필멸성을 직시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삶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가 바뀌는 것임을 강조한다. 틸링해스트의 말처럼 맛있는 식사를 음미하듯 인생의 맛을 음미해보는 것이다. 인생의 맛을 음미하는 삶을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여든 살이라고 상상하며 "~을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을 하는 데 시간을 덜 썼으면 좋았을 것을."하고 문장을 완성해보는 것이다. 삶을 충만하게 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문장 안에 모두 들어 있다. 이왕이면 충만하고 의미하게 사는 것이 인생의 맛을 음미하는 것이다. 책은 중국의 사상가 노자의 말로 맺음한다. "훌륭한 여행자는 계획에 연연하지 않는다. 목적지에 닿는 것만이 여행하는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행복 강박에 사로잡힌 당신에게 <행복 강박>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