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 나를 활자에 옮기는 가장 사적인 글방
양다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나를 활자에 옮기는 가장 사적인 글방



뭘 써야 하지? 

A4 용지를 한 장씩 받는다. 새 하얀 종이를 보면서 그저 눈만 끔뻑끔뻑. 3초만 기억한다는 금붕어도 아닌데 모든 걸 다 잊어버린 순간이다. 빨리 뭐라도 써 달라고 재촉하는, 커서만 깜빡깜빡하는 한글 hwp 문서도 그러하다. A4 용지와 한글 hwp 문서의 공통점은 빈 여백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 뭐라도 써야 하는데 어떤 걸 써야할지 고민하다 시간은 흘러간다. 이왕 쓰는 거 잘 쓰고 싶은데. 이내 딴 짓을 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썼지? 글감은 어떤 걸 해야 할까?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다보니 아침 해가 중천에 떠오른다. 그러다 운명처럼 까불이 글방 주인 양다솔의 책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를 만났다. 우리만의 비밀 쪽지처럼 쓰자고. 



글은 어떤 것을 자신의 언어로 단단하게 직조하는 일 같습니다. 

내가 정말 그것을 잘 알고 있는지, 내가 정말 그 이야기로부터 분리되어 있는지 글을 쓰면서 알게 됩니다.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27쪽 중에서, 양다솔



양다솔 작가는 에세이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으로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소유와 소비에 얽매이지 않는 20대 여성의 기쁨과 슬픔을 솔직하게 그려냈다. 궁색하지만 절대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의 소유자 양다솔이 이번에는 사적인 까불이 글방 주인으로 찾아왔다. 까불이 글방은 일주일에 글 한 편 마감, 지각 시 성대모사라는 규칙으로 매주 200페이지 분량의 글이 쏟아지는 커뮤니티이다. 주인장 양다솔은 글감을 하나씩 커뮤니티 멤버들에게 던져준다. 홀로인 시간, 나의 가계부, 오늘 하루의 기록 등등 다양한 글감을 마구마구 던져준다. 도대체 뭘 써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오는 책이다. 



글방의 아름다움은 그 장소가 거의 무형이라는 것에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적은 사람이 둘만 모이면 그곳은 글방이 된다. 나는 그 투명하고 단단한 공간에서 10대 시절을 보냈다. 책을 펼쳐 보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다음 주에 누가 무슨 글을 써올까 궁금해서 글방에 갔다.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프롤로그 4페이 중에서, 양다솔



10대 시절부터 매주 수요일 글방에 A4 용지를 든 사람들을 만난 양다솔. 아무거나 써 갔고 말 없이 읽기만 했고 서로 다른 삶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갓 구운 빵처럼 따뜻하게 종이가 느껴졌다는 표현부터 글에 대한 그녀의 극진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글쓰기 모임을 2개하고 있는 나에게 프롤로그 (답장을 주세요)는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양다솔 작가가 해주고 있어 시원했다. 글자들이 살아 있다 못해 그 자리에서 내가 그 사람의 삶을 겪는 것만 같다고(5쪽).  매주 글을 쓰고, 읽고, 웃기도 하다가 울기도 하는 이상한 글쓰기 모임. 그렇게 글쓰기를 하다보면 마음이 시원해지고 치유 받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잘쓰고 못쓰고를 떠나서 글은 대단한 힘이 있다는 걸 느낀다. 


새로 써주세요. 더 정확한 단어를 찾아주세요. 이거다 싶을 떄까지 절대 그냥 넘어가지 마세요. 단어 사냥을 떠나세요. 사전을 켜십시오. 내가 원래 쓰던 단어들도 다시 검색해보세요. 생각하던 뜻이 맞았는지, 새삼 입에 담지 않았던 단어는 없는지 찾아보세요.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쓰는 것은 힘을 가질 때도 있지만, 마치 같은 옷을 계속 입는 사람처럼 밋밋하고 지루합니다. 단어들이 정확한 곳에 자리를 찾아 들어가 있는 글은, 손님을 맞은 준비가 된 집 같은 느낌이 듭니다. 

퇴고 방법이 궁금한 당신에게 중 175쪽, 양다솔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귀한 이야기를 건져 올리는 사명이다. 양다솔 작가가 글감을 던져주는 한 챕터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우리가 글을 쓰는 일은 말 그대로 사명인 것이다. 사명이라는 용어는 기독교에서 많이 사용한다. 사명의 뜻은 맡겨진 임무이자 calling이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귀한 이야기를 건져 올리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이무라는 것이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 나의 가계부를 기록해보라는 글감처럼 일상 모두가 글쓰기의 주제가 된다. 어디에 돈을 쓰는지는 어디에 마음을 쓰고 있는지와 같다. 소비, 구매, 판매, 거래 내역, 교환 금액 등을 통해 나의 최근 관심사,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곳에서 우리는 쓰기로 마음먹는다(8쪽, 프롤로그). 쓰기로 마음 먹었다면 계속 써라. 양다솔 작가는 우직하게 미련하게 쓰라고 조언한다. 글쓰기를 밥 먹듯 하다보면 슬퍼할 틈도, 외로워 할 틈도 없다. 괴로움도, 외로움도, 슬픔도, 고통도 달아난다. 신나게 글을 써 보자. <이주의 글감>을 던지면서 책 소개도 별책부록처럼 들어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들의 작가로 유명한 비비언 고닉. 러시아 작가 레오니트 안드레예프, 새로운 작가의 이름도 옆에 적어 둔다. 이 책은 글쓰기 동기부여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하고, 글쓰기 모임이 있다면 글감을 던져주는 교재로 활용할 수 있다. 양다솔 작가의 34통의 글감 편지를 읽다보면 쓰고 싶어진다. 흰 종이를 받고 뭘 써야 할지 오늘도 쓰기를 주저하는 당신에게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를 적극 권한다. 






#쓰기로마음먹은당신에게

#양다솔 #한겨례출판사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서평 #책추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