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소담 클래식 3
제인 오스틴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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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상당한 재력을 갖춘 미혼의 남자라면

틀림없이 결혼을 원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나 다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 오만과 편견, 첫 문장 -



제인 오스틴의 장편소설 오만과 편견의 첫 문장이다. 번역가에 따라 소설의 맛이 달라진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어떤 번역가는 '재산 꽤나 가진 미혼남이 틀림없이 아내를 원하리라는 것은 널리 인정받는 사실이다'라고 번역했다. 유명한 첫 문장이기에 번역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으리라. 소담출판사에서 출간된 오만과 편견(임병윤의 번역)은 세련됨을 갖췄다. 또다시 새로운 소설을 읽는 것처럼 오만과 편견을 만났다.


결혼의 중요한 요건은 무엇일까? 19세기 유럽에서는 계급, 재산, 명예, 외모와 같은 외적 조건이 중시되었다. 결혼 당사자들이 서로 얼굴도 보지 않고 가문과 가문이 만나 정략 결혼을 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외적 조건에 충실한 결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영국은 전쟁의 영향으로 남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상류층으로 갈수록 결혼 적령기의 여자가 많아졌기에 지참금이 없으면 좋은 신랑감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혼에서 서로를 향한 끌림이나 애정, 따뜻한 마음과 같은 부분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은 진짜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1813년에 출간된 오만과 편견은 스스로 자신만의 가치관과 주관을 가지고 살았던 여성 캐릭터를 선택한다. 기존에 갖고 있었던 선입견에 비판할 줄 알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줄 아는 똑똑한 여자 엘리자베스 베넷은 또다른 세계의 남자를 만나게 된다.


마을에 재산 꽤나 있는 미혼 남성이 이사를 온 건 우연일까, 필연일까. 엘리자베스 베넷의 어머니 베넷의 활약도 대단하다. 첫째 딸 제인을 재산 꽤나 있는 빙리의 집으로 갈 때 비가 올 것 같으니 말을 타라고 조언한다. 말을 타고 가면 비를 맞게 되고, 비를 맞고 온 손님을 빙리씨가 돌려보낼 수 없게 될 것이며 집에서 씻고 묵고 가라고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엄마의 말을 잘 듣고 비오는 와중에 말을 타고 간 제인은 감기에 걸렸고 빙리 씨 집에 머물며 제인은 빙리 씨와 가까워진다. 언니의 감기를 걱정한 둘째 엘리자베스 베넷은 빙리 씨 집에 방문하며 우연히 잘 생긴 미남 다아시라는 남자를 운명처럼 만나게 되고 다아시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다아시의 성격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오만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를 반성하고 엘리자베스 베넷의 마음을 잡게 되는 우연인듯 아닌듯 운명적 사랑이 오만과 편견이라는 미묘한 감정들 속에서 소용돌이친다.




엘리자베스는 점점 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다아시 씨든 위컴 씨든 생각을 할 때마다 자신이 사람 보는 안목이 없었고, 편견에 이끌려 쉽게 한쪽 편을 들었으며, 어리석었다는 자책이 그녀를 괴롭혔다.

- 오만과 편견, 306쪽 중에서



엘리자베스는 자기 객관화가 잘 되는 인물이다. 똑똑하다고 자부했지만 자신의 판단만 믿고 쉽게 한쪽 편을 들었고 공연히 남을 불신하고 잘난 체만 했던 것을 반성한다. 혼자서 인생을 살았다면 자기 객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언니 제인과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 놓으며 비로소 자신이 가졌던 오만과 편견에 대해서 반성한다. 누가 관심 가져 주면 그냥 좋아하고, 누가 무시하면 무조건 성질부터 냈던 자기 자신을 말이다. 뭐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부분만 보고 열심히 나댔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우리 또한 사회 생활을 하며 엘리자베스와 같은 모습들을 하고 있진 않은지 오만과 편견을 읽으며 거울 치료가 되었다.


남의 눈을 가리는 오만과 내 눈을 가리는 편견, 책 뒷표지에 나오는 글귀에 마음이 멈춘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 눈에 콩깍지가 씌인다는 표현을 쓴다. 상대방의 단점이 장점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장점이 단점으로 보이기도 한다. 내 눈도 가려져 있고 상대의 눈도 가려져 있다면 제대로 된 진실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결혼의 현실적이고 외적인 조건들을 배제한다면 진짜 사랑이 가능하기나 한 걸까? 제인 오스틴이 오만과 편견을 쓰고 200년 후가 지났지만 소설로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사랑의 진짜 속성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200년 전 제인 오스틴이 우리에게 묻는 소설이다.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필요한 당신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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