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러 나가다 - 개정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표작 1984의 씨앗이 된 숨은 걸작

한겨례출판사에서 조지 오웰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레드, 바이올렛, 네이비 각각의 새 옷을 입은 개정판이 멋스럽다. 양장본으로 3권을 함께 두고 보면 1936년, 1937년, 1939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할까. 조지 오웰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하나씩 독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숨 쉬러 나가다(1939)는 1938년 폐병을 앓다가 요양 차원에서 모로코로 6개월간 지내게 되면서 집필한 소설이다. 하지만 소설 발표 직후 발발한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소설이 묻혔다는 후문이 있다. 처음에 에세이로 생각하고 읽었다가, 뚱뚱한 45살의 보험회사 세일즈맨 과 표지에 나온 조지 오웰의 모습이 사뭇 달라 소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돈 걱정이 가득한 아내와 아이 둘과 함께 살아가는 보험회사 세일즈맨의 모습은 누구를 생각하며 쓴 소설일까?


#그땐 그랬지

주인공 조지 볼링은 앞만 보고 달려온 보험회사 세일즈맨이다. 돈에 절절 매는 아내와 두 아이를 둔 가장이기도 하다. 조지 불링은 우연히 경마를 통해 돈을 벌게 된다. 어떻게 쓰면 잘 썼다고 소문이날까? 20년이 넘도록 못 가본 고향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주일을 보내려고 계획을 세운다. 고향에서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사랑했던 연인, 자기만 아는 비밀의 연못, 그곳으로 숨 쉬러 나갔다 오는 중이다. 특히, 낚시를 회상하는 2부를 재미있게 읽었다. 45살의 뚱보 아저씨가 옛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이 뭔가 짠하기도 하고 아릿하기도 했다. 절대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얼빠진 소리라고 하실 게 뻔하지만, 나는 실은 지금도 낚시를 해보는 게 소원에 가까운 사람이다. 뚱보에 마흔다섯 살이고, 자식이 둘이고, 교외 주택에 사는 처지에 말이다. 왜 일까? 굳이 말하자면 내 유년시절에 대해 '확실히' 감상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략) 낚시는 그런 문명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낚시 생각을 하자마자 지금 현대 세계에는 속하지 않는 것들이 떠오르니 말이다. 한적한 연못가 버드나무 아래 온종이 앉아 있는다는 생각 자체가, 그리고 앉아 있을 만한 한적한 연못가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전쟁 이전 라디오 이전, 비행기 이전, 히틀러 이전의 시대에 속하는 것이다.

<숨 쉬러 나가다> 121쪽 중에서




낚시는 그에게 숨 쉬러 나가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낚시를 해보는 게 소원이 되었을 정도로. 전쟁은 이어졌고 직장을 구하느라 사투를 벌였고 나중엔 직장이 그를 잡았다며 취미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설명한다. 간결하고도 세련된 문장들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슈퍼에서 계산 실수로 무시 당하는 어린 여직원을 보며 드는 통찰은 잘 모르는 타인에 대한 연민과 동시에 그 모든 과정을 지켜 보았다는 것에 어린 여직원이 조지 볼링을 미워하는 장면은 그것이 조지 오웰이기에 가능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묘미들을 살피며 책을 읽다보면 소설의 끝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그렇다면 소설의 제목 숨 쉬러 나가다,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왜 하필 제목이 숨 쉬러 나가다,일까?



숨 쉬러 나간다는 것!

커다란 바다거북이 열심히 사지를 저어 수면으로 올라가 코를 쑥 내밀고 한껏 들이마신 다음, 해초와 문어들이 있는 물 밑으로 다시 내려오듯 말이다. 우리는 모두 쓰레기통 밑바닥에서 질식할 듯 지내고 있는데, 나는 밖으로 나갈 길을 찾은 것이다. 로어빈필드로 돌아가는 것 말이다!

<숨 쉬러 나가다> 중에서



#숨쉬러나가다

소설의 제목 숨 쉬러 나가다는 커다란 바다 거북이가 팔, 다리를 저어 수면 위로 올라가 숨을 한껏 들이 마신 다음 해초와 문어들이 있는 물 밑으로 다시 내려간다는 것에서 나왔다. 이 대목에서 제주도 물질하는 해녀들이 떠오른다. 숨비소리라고 해서 해녀가 잠수했다가 다시 떠오를 때 숨을 내뱉는 소리, 휘파람처럼 삐익 높은 소리를 내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삶을 위한 물질과 숨비소리는 꼭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숨 쉬러 나가다,는 현대 사회의 불안과 소외를 예견한 장편소설로 알려져있다. 질식할 것 같은 삶이 계속 되는 것을 소설을 통해 표현해내고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불안과 소외 현상에 대해 조지 오웰은 1939년에 이미 미래에 다가올, 장차 닥칠 예견된 현실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도 그러하다) 그러기에 <숨 쉬러 나가다>는 1984라는 대작이 나오기 전에 쓴 마지막 장편소설로 브릿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전쟁, 계엄이라는 단어가 과거의 단어가 아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제대로 된 숨을 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조지 오웰의 진면목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 리뷰는 한겨례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숨쉬러나가다 #조지오웰 #한겨례출판사

#하니포터 #하니포터10기 #서평 #책 #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