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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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한겨레출판사

2025.05.01. 발매



<1984>, <동물 농장>의 저자 조지 오웰의 29편의 에세이를 만났다. 왜 이제 만났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이제라도 읽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에세이 제목은 <나는 왜 쓰는가>이다. 조지 오웰의 경험치가 상상 이상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다. 영국의 식민지 버마 경찰 간부를 지내기도 하고 안정된 경찰 간부직을 포기하고 노숙자를 위한 임시 무료 수용소 스파이크에서 노숙자로 지내거나 접시닦이를 하기도 했다. 스페인 내전에 참가해 파시스트에게 부상당하고 공산주의자들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한다. 런던 북러버스코너 헌책방 직원으로 잠깐 일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경험들이 모여 생생한 에세이를 완성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지 오웰의 문체는 간결하고 명쾌하며 그 와중에 유머와 독설이 반짝반짝 빛난다. 특히,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는 1946년 여름에 게재한 것으로 조지 오웰의 작가론(문학론)과 정치론이 가장 잘 녹아 있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짧은 자서전이지만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도 4가지로 요약해서 설명하는 부분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글 쓰는 목적이 뚜렷하고 분명함을 일깨워준다.


첫째, 순전한 이기심 때문이다. 똑똑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어린 시절 자신을 푸대접한 어른들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은 등등의 욕구라고 말한다. 조지 오웰의 표현력은 이렇게 직설적이고 솔직하다는 것에 있다. 지적인 허영과 자기 중심적 생각이 글을 쓰게 한다고 말한다.


둘째, 미학적 열정이다.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또는 낱말과 그것의 적절한 배열이 갖는 묘미에 대한 인식이다. 소설 <1984>에 나왔던 언어의 통제, 감시는 이러한 생각이 근원이 아니었을까. 어떤 소리가 다른 소리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 매력의 끝판왕은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것에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정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정치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죄수가 웅덩이를 피하느라 몸을 비키는 것을 본 순간,

한창 물이 오른 생명의 숨줄을 뚝 끊어내는 일의

불가사의함을, 말할 수 없는 부당함을 알아본 것이었다.

<교수형>, 25페이지 중에서



셋째, 역사적 충동이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두려는 욕구를 말한다. 에세이 <코끼리를 쏘다>에는 1936년 가을에 발표한 작품으로 어느 한 줄이건 직간접적으로 전체주의에 맞서고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일에 힘썼다는 것을 증명한다. 도시를 해집고 인명피해까지 낸 코끼리를 쏠 생각은 없었지만 조지 오웰 뒤를 따라오는 군중 2000명이 있다는 건, (풀밭에서 풀을 먹고 있는) 코끼리를 쏘게 만들었다. 손에 소총을 들고 서 있는 그 순간을 조지 오웰이 솔직하게 말한다. 그 순간 나는 백인의 동양 지배가 공허하고 부질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군중 2000명이 나를 지켜보고 있고, 나는 소총을 들고 있고, 코끼리는 내 눈 앞에 있고.


넷째, 정치적 목적이다.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조지 오웰의 표현이 시원하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라고. 조지 오웰은 안 맞는 직업(버마에서 인도 제국경찰)을 5년 동안 하고 그 뒤로 빈곤과 좌절을 겪으며 권위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고 고백한다. 처음으로 노동계급의 존재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은 에세이 <스파이크>에 잘 나타나있다. 노숙자를 위한 임시 무료 수용소에 머물게 되면서 배가 고프기 때문에 영혼 문제를 생각할 여유 조차 없었던 일들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다음 끼니가 확실한 경우가 거의 없고, 이도 들어가지 않는 딱딱한 빵을 먹으며 살아야 한다. 모두 다 쓰레기니까,라고 말하는 스파이크에서의 생활이 그러한 노동계급의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이 되었다. 히틀러의 등장과 스페인 내전의 발발로 인해 조지 오웰은 어디에 서 있는지, 왜 글을 써야 하는지 더욱더 확실하게 알게 된다. 조지 오웰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들어내는 일에 성공했다.


<나는 왜 쓰는가>는 조지 오웰의 투명함이 그대로 보이는 에세이다. 그래서인지 조지 오웰이 더욱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처음에는 천재로 느껴져서 다가가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생계를 꾸리기 위해 쓴 저술들이 어마어마한 양이었다고 한다. 소설 여섯 권, 르포 세 권, 에세이집 두 권을 포함해 수백 편의 서평과 칼럼을 포함한 에세이를 썼다고 알려진다. 이쯤되면 영국 새뮤얼 존슨 이후 최고의 에세이스트라는 미국 평론가의 찬사가 딱 맞다. 조지 오웰의 소설을 읽은 당신에게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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