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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사이 여전히 나인 것들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20대에 연애-결혼-임신-출산이라는 과정을 모두 끝낸 사람이 있다. 한 때 SBS 아나운서였고 퇴사 후 2022년 첫 아이를, 2024년에는 둘째 아이를 낳고 지금은 로스쿨 합격생인 김수민. 남들이 볼 때는 걱정 없이 아무런 두려움 없이 산다고 하겠지만 김수민에게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울고 웃고 감정이 요동치고, 그 때마다 책을 펼치고 두 아이를 키우는 와중에 작은 공간에서 글을 썼다. 책의 제목은 <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이다. 책 표지에는 폭죽이 터지듯 축복의 순간을 표현하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암울했던 삶의 이면이 보인다. 나만 그렇게 보이는 건 아니겠지.
깊이 외롭고 넘치게 충만한 우리에게 김수민은 우리에게 글로 말을 건다. 그녀 또한, 결혼해보니 어때, 육아해보니 어때? 라는 주변의 질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솔직하게 말해줘? 출산과 육아는 내 모든 것을 가져갔어, 외로움과 고독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내 길을 걷고 있어. 눈물 닦고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는 김수민이 보였다. 아이 두 명이 그녀의 바지 가랑이를 붙잡고 있는 건 블러처리하고.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사이에 여전히 나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을 책에 가득 가득 담았다.
"SNS 속 너는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던데?" 묻는다면 다행이다. 그렇게라도 비춰졌다니 좋다.
"SNS 속 행복은 모두 거짓이냐" 물으면 그건 또 아니다. 뭐가 진실일까? 두 가지가 다 진실이다.
참과 거짓이 모두 참으로 존재하는 세계가 있다.
바로 육아인의 인생이다.
어쩌면 육아인에 인생을 이리도 잘 표현했을까. 20대에 인생의 과업을 속성과정으로(!) 마친 이의 솔직함이 느껴진다. 연예인들의 육아는 쉬워보인다. 그저 행복하게만 느껴진다. 짜증도 없고 웃음만 가득해보인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 속 김수민과 현실 김수민은 별반 다르지 않다. 남들이 보기엔 아이가 저절로 크는 것처럼 보인다. 실상은 죽도록 힘든 육아인의 일상. 육아를 경험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본래의 나와 엄마인 나 사이에서 이리로 갈까 저리로 갈까, 도망치고 싶은 것이 육아인의 인생이기에 솔직한 기록이 돋보인다.
남편 직장에서 주는 여주의 30년 된 아파트 관사에서 삶이 녹록치 않다. 옥색 타일의 화장실, 체리색 나무 무늬의 주방을 보고 깜짝 놀랐다. 2년만 살다 갈 집이지만 새 조명으로 바꾸고 커튼도 달고 에어컨도 달며 정을 붙여본다. 싱크대 호스가 터지고, 전기가 부족해 에어컨을 켜면 오븐이 돌아가지 않는 불편과 결핍이 가족들을 더욱 부지런하게 했고,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 있었다는 교훈.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두번째 인생의 비밀을 엿보는 시간이었다.
1인분이라는 개념이 책에 등장한다.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핵개인 시대에 요즘 사람들은 결혼과 육아에서도 1인분을 찾는다. 반반이 성립할 수 없는 영역에서 길을 잃고 1인분 이상을 해내는 것을 손해라고 느끼고 주체성을 훼손받기도 한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핵개인의 시대에 1인분이라는 개념이 육아에서는 사라지고 함께 하는 기쁨으로 1인분이 넘치는 일이다. 육아가 여성의 전유물이 더이상 아니라는 것이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육아이다. 남녀가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그 가족에게 기쁨이 넘친다는 세 번째 비밀을 알았다.
두 아이를 육아하는 여성은 외롭고 고독하다. 그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 김수민의 트레바리 책 모임에서 나혜석을 읽고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 가운데서를 만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삶이 그럼에도 의미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외롭고 고독한 그 길을 혼자 가지 않는다는 것, 등불을 밝혀주는 누군가가 있기에 삶의 의미를 찾는다. 고독이 축복으로 느껴질 수 있는 건 마음 가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엄마를 이해하는 김수민과 엄마가 쓴 육아 일기를 봤을 때의 벅차오르는 눈물은 감출 수가 없다. 그렇게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이해하면서 진짜 엄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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