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자유
이재구 지음 / 아마존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가족은 애증의 관계이다. 어떨 때는 한 없이 사랑하면서 어떨 때는 한 없이 미워하게 되는 그런 관계. 장편소설 <포기할 자유>의 평산댁에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 부부를 중심으로 5남 4녀, 그리고 자녀들의 이야기까지 세찬 비바람이 불고 가지가 부러지지만 이내 따뜻한 봄이 되어 꽃을 피운다. 아름다웠던 꽃은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시들고 차디찬 겨울을 맞이한다. 평산댁의 삶부터 시작되는 소설 <포기할 자유>에는 평산댁과 남편 상준이 낳은 9명의 자녀 이야기가 얽히고 섥힌다.



평산댁은 가슴에 멍울을 안고 산다. 남편 상준은 운명처럼 만났던 영단을 잊지 못하고 집에 들어오질 않는다. 영단이 폐결핵에 걸렸을 때 약을 구해오겠다고 일본까지 간 상준이다. 하지만 영단은 이내 죽고 만다. 상준은 영단의 시체를 이고 동굴로 들어간다. 평산댁은 이 모든 과정의 상준을 이해하고 덮는다. 상준이 아들과 딸을 편애하고, 자녀들에게 이유없는 폭력을 행사하고, 술을 마시고 노름을 해도 모른척한다. 평산댁의 마음 속에는 활활 타오르는 정미소만 남아 있을 뿐이다.


5남 4녀 중 맏이는 형일이다. 형일의 삶은 술, 그리고 기분이 좌우한다. 형님답지 않게 동생 형구, 형경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일으킨다. 돈이 없는 상태에서 돈을 만지게 된 형일은 흥청망청 써버리고 형경이 사업을 도와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잊은 채 유서를 작성하고 화를 낸다. 형구는 셋째 아들이며 집안에서의 영향력이 크다. 둘째 형남은 형구의 영향력을 인정하지 않고 형제들 모두를 얕잡아 본다. 형구의 조언으로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형남은 그저 자신이 잘해서 일궈낸 것이라고 딱 잡아뗀다.


<포기할 자유>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형남과 형구의 다툼이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주먹과 고성이 오가며 여러 번 반복해서 세세하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돈 앞에서 이기적 욕망이 드러나고 명예 앞에서 가장 애틋하고 고마워해야 할 가족이 보이지 않는다. 애증이 이럴 때 작동한다. 가족 중 누군가에게 받았던 상처를 또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 내뿜는다. 


소설 속 빠른 호흡의 전개로 <포기할 자유>의 1부를 구성했다면 2부에서는 펼쳤던 이야기들을 여러 가지를 뻗어 흐르게 놔둔다. 각 캐릭터 중에서 형구가 제일 마음 쓰였다. 그리고 같은 결을 가진 형경도 생각이 난다. 이기주의의 끝판왕 형남과 이타주의의 끝판왕 형구의 대립이 어쩐지 자본주의 대한민국 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왜 제목이 포기할 자유일까, 제목에 대한 의문을 다시금 되새기며 소설의 400페이지를 덮는다.

#포기할자유 #이재구 #아마존북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