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 붕괴
해도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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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진공 붕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검색해보니 진공 붕괴는 우주 종말 이론 중 하나이며, 과학자 해도연이 쓴 SF소설 <진공 붕괴>를 통해 과학적 개념과 도덕적 딜레마 사이에서 고민하는 과정들을 발견한다. 소설의 무대는 우주로 나아갔다가 실험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 타운을 거치며 부유하는 입자들처럼 퍼졌다가 다시 수렴한다. 소설 속에는 딜레마 상황이 빠르게 찾아온다. 인간은 수많은 선택들 중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도덕적 딜레마가 찾아오면 엄청난 고민에 휩싸인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6편의 단편들 속에서 인상적이었던 소설 2편을 소개한다.


타임루프를 깨고 현실로 나와야 할 것인가, 타임루프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인가. 주인공이 타임루프를 경험하는 <안녕, 아킬레우스>는 영화 속 한 장면들처럼 생생하다. 타임루프 속으로 빠져들고 싶을 정도로. 영화 <어바웃 타임>이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같이 반복되는 경험들, 이미 익숙한 그 때 그 사건이 등장한다. 나는 알고 있지만 상대방은 모르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와 같이 복잡한 상황 속에서의 고민.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도 거북이와 달리기 시합을 하더라도 앞 서 출발한 거북이를 이길 수 없다는 제논의 역설을 이용한 소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참고로, 소설 속 카페이름도 러닝터틀(달리는 거북이)이다.


<에일-르의 마지막 손님>는 오징어 먹물 파스타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누군가 잊지못할 환상적인 맛으로 먹었던(!) 먹물 파스타가 되레 그것을 먹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위협하는 외계 생명체로 변한다는 점. 외계 생명체는 인간을 흡입하고 또 다른 모습으로 다음 손님을 기다린다. 주인공이 처음 잊지 못할 환상의 파스타를 먹었을 때 물도 마시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액체가 나온다는 것과 입을 닦은 냅킨마저 먹고 싶었을 정도였다는 표현이 와 닿지는(!) 않았다. 소설을 읽고 난 후유증은 이제 오징어 먹물 파스타를 보면 <에일-르의 마지막 손님>이 생각나면서 포크를 조심스레 내려 놓아야 될 것 같다.


과학자가 쓴 SF소설은 남다르다. 우주, 진공붕괴, 타임루프, 양자역학 등의 개념을 넘나들며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한다. 요즘 읽고 있는 <코스모스>에 나오는 창백한 푸른 점도 생각났다. 과학이 발달하고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류에게 다가오는 미래가 장밋빛 미래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섬뜩하고 두렵기도 하다. 영화 <Her>처럼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고, 영화 <미키17>처럼 프린팅된 대체인간이 현실이 될 것만 같다. <진공붕괴> 속 장면들이 SF영화들을 버무려 6편의 단편으로 펼친 미래의 상상이지만 부디 현실에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소설 속 이야기로만 존재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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