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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곳에서도 안녕하기를 - 삶의 곳곳을 비추는 세 사람의 시선 ㅣ 문학인 산문선 2
김지혜.이의진.한정선 지음 / 소명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안녕하세요? 라는 말의 안녕은 간밤에 별고 없으십니까? 라는 말을 의미합니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시간 속에서 별일 없으셨냐는 말이 더욱 의미있게 들립니다. 생과 사를 오고가는 상황 속에서 물가는 상승하고, 기후 위기는 찾아오고, 삶은 더 팍팍해졌습니다. 희망과 기대를 바라는 새해가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의 삶은 암울하고 먹먹하기만 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살말한 걸지도 모릅니다. 김지혜, 이의진, 한정선이 쓴 [ 어떤 곳에서도 안녕하기를 ]을 읽으며 한 줄기 희망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꼴찌도 잘살 수 있는 세상도 중요하지만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의
자존을 회복하는 것 역시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189쪽 중에서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각 다른 저자가 글을 썼지만 공통점은 여성들의 목소리라는 점, 사회와 정치, 교육과 경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이 살아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3부에 나오는 내용들 중에 삶의 조각들이 연결되어 있고 무수한 죽음들이 나와는 상관없이 일이 될 수 없다,는 한정선의 이야기에 동의합니다.
설거지를 전투적으로 하는 이유는
이렇게 생각이 끊임없이
숨은 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숨은 말은 말이 되어 나오지 못해서 글로도 숨어 버린다.
목이 아픈 것만이 상태를 드러낼 뿐이다.
술렁이는 마음이 목 아래로 가라앉는다.
282쪽 <평등> 중에서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대한민국 사회에 찾아온 많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온라인 개학으로 학교에서도 비대면 수업을 준비하며, 다양한 문제상황 속에서도 교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선생님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이의진의 이야기가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영상 시대를 살면서 문해력이 부족해진 학생들, 사흘을 4흘로 생각하는 성인 문맹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뭣이 중헌디,라고 묻는 질문에 반성이 저절로 되었습니다.
3부 킨츠키 같은 삶들에게, 에서 킨츠키라는 말이 생소했습니다. 킨츠키는 무용함의 재구성으로 깨지거나 부서진 도자기에 새롭게 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삶이 킨츠키처럼 재구성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문제 상황을 이야기하고 조금이나마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결국, 우리의 삶이 지구 반대편의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느슨한 연대를 통해서 작은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더 성숙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21세기형 시민의 자격과 역할에 대해 담담하게 서술된 [ 어떤 곳에서도 안녕하기를 ]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