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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 타인 지향적 삶과 이별하는 자기 돌봄의 인류학 수업 ㅣ 서가명강 시리즈 28
이현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았더군요. 속해 있는 공동체 안에서 내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남이 보는 나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나를 돌보며 살아야겠다 생각해봅니다. 2023년은 자기 돌봄의 해로 정했습니다. 이렇게 마음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서울대 인류학과 이현정 교수님의 책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제목부터 끌림이 왔습니다. 대한민국은 특히나 생애주기별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15살에는 중2, 20살에는 대학생, 결혼, 출산, 자가 소유 집 한 채. 생애주기에 따라 하지 않으면 이상하거나, 평범하지 않게 보는 타인의 시선들이 있습니다. 15살인데 6학년이라고? 왜? 무슨 문제있어? 라고 묻습니다. 왜 결혼을 안해? 결혼을 하면, 왜 아이는 안 낳아? 아이를 낳으면, 왜 둘째는 없어? 끊임없는 질문 공세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회적 고통을 치유하는 일은
사람을 치유하는 일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하다. 그 해결을 위한 시작은 각자가 타인에 의해 이끌리지 않는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깨닫는 것이다.
15페이지, 여는 글 중에서
혹시, 차별과 혐오에 갇혀 괴로워하고 있진 않나요?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부는 몸, 2부는 가족, 3부는 젠더의 문제를 다루고 4부는 타인 지향적 삶과의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가 타인의 욕망에 따라 사는 삶이 아닌, 자신의 욕망에 따라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삶을 위함이라고 이현정 교수는 말합니다.
우리의 몸은 나와 내 주변 세계를 연결합니다. 몸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자 자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재료이지요. 어떻게 몸을 가꾸고 관리하느냐가 그 사람의 가치, 지위, 성향을 표현하는 지표가 됩니다. 문득, 영화배우 권상우의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매일 아침의 시작을 운동으로 시작하며 서른 개의 턱걸이를 거뜬하게 한다고 하면서 철저한 자기 관리가 배우의 삶에서 중요함을 이야기 합니다. 영화를 찍을 때 대역을 쓰지 않고 액션 연기를 할 수 있으려면 부지런히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대역을 쓰게 되면 배우로서 은퇴를 생각해봐야겠다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책에는 미국의 작가 록산게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록산게이는 헝거라는 작품으로 자신의 삶에서 느낀 배고픔에 대해 자전적 에세이를 썼습니다. 어릴 때 심각한 성폭행을 당했는데 스스로를 없애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몸집을 불리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몸이 다른 사람의 욕망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의 몸을 추하게 만든 것이지요. 그러다 운동을 통해 몸을 날씬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폭식증과 섭식장애를 얻으며 몸이 망가지게 됩니다. 록산 게이의 고백은 사회가 바라보는 몸에 대한 시선이 얼마나 개인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는지를 나타냅니다.
대한민국은 경제 성장 위주의 급속한 발전으로 놀라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안전/관리/감독의 정교화/긴급대피/구난/처치/복구체계면에서는 한없이 부족합니다. 이러한 모습을 울리히벡은 위험사회라고 칭했습니다. 또한 혈연, 지연, 학연을 중심으로 한 가족주의 혹은 패거리주의에 대한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한국은 가족에 대한 중요성이 가장 크다고 답변한 반면에 가족 생활의 만족도는 가장 낮았습니다. 심각한 가족 이기주의, 다른 가족과의 경쟁과 질투, 혐오까지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우리가 진짜 반성해야 할 것들을 돌아봅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4부의 타인 지향적 삶과의 이별이었습니다. 대한민구은 질투와 혐오의 감정으로 둘러쌓여타인 지향적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제는 부모의 기대, 선생님의 기대, 사회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자기 돌봄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자기 돌봄이란 외부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잘 숙고한 뒤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고 더 행복감을 주는 것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자기 돌봄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나왔으면 했습니다. 2023년에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지 말고 자기 돌봄의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타인 지향적 삶을 살고 있는 당신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