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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ㅣ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2월
평점 :
믿고 읽는 이금이 작가님의 소설집. 벼랑이라는 제목으로 바다 위의 집, 초록빛 말, 생 레미에서, 희수, 늑대거북의 사랑이라는 단편 소설 5개가 담겨 있는 책을 만났습니다. 벼랑이라는 제목과도 잘 어울리는 위태로운 학생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소설집입니다. [ 첫사랑 ]이라는 작품으로 처음 만났던 이금이 작가님은 역시나 [ 벼랑 ]에서도 아이들의 마음을 세밀하게 반영하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표현합니다.
개정판으로 만나게 된 소설집 [ 벼랑 ]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소설은 역시나 [ 벼랑 ]입니다. 영구 임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난주. 잘생긴 남자친구 규완이에게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데이트에 돈이 필요한 난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합니다. 광고지를 돌리면서 100만원을 벌게 되면서 규완이와의 데이트 비용까지 난주가 내게 됩니다. 그러다 스튜디오에 어떤 아저씨를 만나게 되고, 돈을 받으며 스튜디오를 들락날락합니다. 그러다 후배인 경화가 다른 아이들에게 맞는 장면을 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외상값을 갚으라며 재촉하던 경화를 기억하며 난주는 경화를 만나 이십 만원만 가져오라며 협박을 합니다. 그 장면이 난주의 진짜 모습인지 궁금했습니다. 이렇게 해도 될까? 난주의 행동은 거침이 없습니다. 소리를 지르며 경화를 난간으로 밀어버리게 된 난주. 벼랑이라는 제목과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집니다. 난주가 이렇게 변하게 된 것은 누구의 잘못일까요? 열여섯 아이의 인생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공부 대신에 데이트가, 학교보다는 자퇴가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난주입니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린 상황. 아찔하고 무섭고 벼랑 끝으로 떨어져버리는 아이들의 심리를 잘 표현한 소설입니다.
이금이 작가의 말을 읽다보니 고등학생 딸과의 갈등이 있었다고 하네요. 갈등 상황들과 소설 속 인물들이 조우하면서 이렇게 생생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필리핀으로 어학 연수를 오게 되어 죽은 친구 혜림이를 떠올리기도 하고, 기숙사에서 잃어버린 전자 사전을 메이드가 훔쳐 갔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새벽부터 메이드를 따라 나선 일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아이들의 심리를 너무나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나보다 공부를 잘해서 부럽고, 나보다 넉넉한 형편에 좋은 아파트에 살아서 부럽고, 친구 부모님은 우리 부모님보다 더 잘 해주는 것 같아 부럽고.. 부러움과 질투를 기반으로 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어른이 된 지금, [ 벼랑 ]을 읽으며 자연스레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되었고 질투, 복수, 사랑에 대한 추억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벼랑 - 초록빛 말 - 생 레미에서, 희수 - 바다 위의 집 - 늑대거북의 사랑 순으로 읽으시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