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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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 잡지 편집장 황경신의 글은 몽환적입니다. 어쩌면 같은 대상도 이렇게 다르게 볼 수 있을까 하는 남다른 감각이랄까요. 언어의 연금술사처럼 느껴집니다. 태일소담출판사에서 출간된 [ 달 위의 낱말들 ]은 언어의 탁월함이 느껴지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는 글에서 이야기하다시피 순서대로 읽지 않고, 아무 페이지나 마구 펼쳐 마구 읽기를 바란다는 말에 침대 머리 맡에 두고 마구 펼쳐 읽게 되었습니다.

1장은 단어의 중력, 2장은 사물의 노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단어의 중력에는 내리다, 찾다, 터지다, 쫓다, 지키다, 오르다, 이르다, 버티다, 닿다, 쓰다, 고치다와 같은 동사들과 함께 선택, 미래, 행복, 막장, 인연, 기적, 안녕, 원망, 공포, 몽매, 단순과 같은 2글자의 단어들이 등장합니다.

인생에는 그런 일이 일어난다.

기대하지 않았던 희망이 찾아와 너의 눈을

들여다보고 미소를 지어주는 일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원하던 그것이 스스로 찾아와 주는 일이.

117쪽 안녕 중에서

1장의 이야기 속에는 황경신 작가가 찾아간 여러 나라에 대한 이국적인 풍경, 기억, 냄새도 담겨 있습니다. 단지, 아이들이 예뻐서 찾아가게 된 라오스. 그들이 원하는 것은 1달러도 아니고 초콜릿도 아닌 다정한 미소였다는 건 더더욱 느껴지는 반전입니다. 그래서인지 <안녕>에서 나온 이야기 속에 느껴지는 라오스의 편안함이 그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해로운 것들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편안하기를 바라는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소망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한낱 사물도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정을 붙이면

사물 이상의 존재가 된다.

그날 이후 내 잠자리에서 떠난 적이 없는

'토끼'가 그렇다.

217쪽 <토끼> 중에서

2장 사물의 노력은 황경신 작가가 얼마나 사물에 대한 애착이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 자동차, 오디오, 쇼파, 토끼(인형), 전화기, 피아노, 카메라, 책, 청소기까지. 처음 만난 컴퓨터와 처음 만난 휴대전화기, 카메라, 오디오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장이 달 위의 낱말들을 오롯이 표현해냈다면 2장에서는 작가의 애착 물건들을 소개하며 어른이 되어 피아노 학원에 다니며 바흐를 연주하게 되는 이야기까지 생생한 노력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토끼 인형과 관련된 이야기는 흔치 않은 인연으로 잠잘 때나 무서울 때나 혼자 있을 때, 늘 옆에서 분홍색 토끼 인형이 지켜줬다는 말에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내 안에 엄살 부리는 아이를 떠올리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언어가 이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는 건지, [ 달 위의 낱말들 ]을 통해서 깨닫습니다. 이 책이 특별했던 것은 삶이라는 건 살아내고 버티는 것,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나를 마주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행간 사이 사이로 황경신 작가를 마주하기도 하고, 나를 마주하기도 하며 달 위에 낱말들을 던져놓게 되는 그런 책입니다. 한 여름밤에 고민이 많은 당신이라면, 이 책과 함께 마구 마구 페이지를 펼치며 낱말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걸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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