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으로 만들어갑니다 - 차곡차곡 쌓인 7년의 기록
김수경 지음 / 지콜론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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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주는 고마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동안 돌보지 않았던 구석구석을 살피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신축 아파트가 아니라 작은 아파트에서 7년 동안 생활한 기록들을 모아 저자 김수경이 책을 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어디에서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집을 돌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방 세 개 25평 아파트, 네 식구가 살면서 집을 돌보는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나 고민도 많이 했지만,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꾸려 나가는지에 집중하며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오래된 2층 아파트의 치명적 단점은 베란다에 물이 많이 샌다는 것이었는데요, 여름 휴가를 다녀오니 비가 가득 찬 웅덩이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맙니다. 작은 틈 사이로 빗물이 흘러 들어오고, 곰팡이 꽃까지 생기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지만 침착하게 작업에 돌입합니다. 빗물이 새는 곳을 단단하게 막아주는 코킹 작업을 하고 바닥을 다 드러내서 깨끗하게 말립니다. 그렇게 다용도실을 멋진 공간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침실, 서재, 옷방, 신발장, 다용도실, 커피에 대한 이야기들이 모여 아늑하고 포근한 우리 집을 만들어나갑니다. 하나씩 돌보는 손길이 누구보다 큰 정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 안 곳곳을 보듬고 매만지며 작은 아파트에 정을 붙여가는 시간들이 총 7년이나 되었습니다. 머문 곳에는 흔적들이 남습니다. 마치 식물을 키우는 것과도 같아서 돌보지 않으면 금방 티가 나는 것고 그러하지요. 냉장고를 비우고, 정리가 안 된 서랍 한 켠을 비우며 집을 돌보는 건, 어지러운 마음을 돌보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쉬운 점은 집의 모습들을 중간중간에 보여줬으면 더더욱 집중이 잘 되었을 것 같습니다. 맨 마지막에 작게 등장하는 집의 사진들이 아쉽다고 해야할까요? 작고 동그란 헬멧을 엎어놓은 장난감처럼 생겨 구슬을 당겨서 또각또각 작동하는 스탠드도 궁금했는데 사진에는 보지 않았습니다.





집은 친구를 만드는 것처럼 시간을 두고 오래 사귀어 보아야 안다. 짧은 대화만으로 그 세세한 성격을 알아차리기는 어렵다. 봄과 여름을, 가을과 겨울을 지내며 '유난히'라는 수식이 붙는 계절의 세세한 고비들을 함께 손잡고 겪어보아야 한다.

41쪽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며 계절의 고비를 겪는 것처럼 집을 돌보며 생겨나는 이야기들은 우리와 함께 합니다. 집 이야기 뿐 아니라 사람이 사는 이야기도 들어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살면서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처럼, 집을 돌보며 비워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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