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버 취준생 분투기 ]로 2021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분 수상을 한 이순자 할머니. sns와 여러 커뮤니티에 실버 취준생 분투기를 읽고 공감하는 댓글들이 많았습니다. 그녀를 응원하는 댓글과 함께 삶에 대한 2막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순자 할머니는 작년 8월 30일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삶에 대한 위트, 연민, 사랑이 담긴 수필들이 책으로 남았습니다. 제목은 [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로 작가의 꿈을 안고 마지막까지 써 내려간 노트북 속 글들을 딸이 읽고 유고 산문집으로 엮었습니다.
은행나무 그루터기에 깨꽃 피었네
어쩌다 알게 된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부. 어디서 날아왔는지 몰라도 조금 있으면 깨가 영글텐데, 꼬순 냄새 풍기고 가버릴꺼지? 여기에서 같이 살아라, 살아라 하며 이사온지 반년 된 이순자 할머니에게 건넨 이웃집 할머님의 말 한마디가 마음을 울립니다. 하지만, 심장 통증으로 구급차에 실려 서울로 가게 되니 할머니가 허리춤에서 만원 짜리 석 장을 꺼내 쥐어줍니다.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첫 수필부터 마음이 잔잔해집니다.
실버 취준생 분투기
3부에는 이순자 할머니의 명작, 실버 취준생 분투기가 실려 있습니다. 62세에서 65세에 겪은 이야기. 처음으로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수건을 개는 일을 하게 됩니다. 몸이 견디지 못해 닷새 만에 그만두지만 일한 임금은 영영 받지 못합니다. 그러다 백화점 지하 청소부 자리, 건물청소, 어린이집 주방 선생님을 하게 되면서 일의 면면을 살피게 됩니다. 특히, 어린이집 원장이 상한 고등어, 채소는 오래되어 물렀으며, 누런 쌀을 해서 커피색 밥을 아이들에게 먹이라고 할 때에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마지막으로 아이 돌봄을 하게 되었던 일까지.
세상에!!! 실버 취준생에게는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순자 할머니는 4대가 함께 사는 종갓집 맏며느리로 결혼 생활을 시작해, 20년 넘게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했지만, 실버 취업이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처럼 다가옵니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몰려옵니다.
문학이 있기에 이순자 할머니가 있었다
황혼 이혼을 하고, 미디어 문예 창작과에 지원을 하고, 대학을 다니면서 문학을 통해 이순자 할머니는 진짜 자신을 찾습니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시간만한 35년 동안 밥순이로 살다가 진짜 이순자로 살아가는 시간이 아니었을까요? 더 이상 세상에 계시지 않다는 이야기를 먼저 듣고 수필집을 읽다보니 가슴 한 구석이 저릿저릿해집니다. 할머니가 살아계셨으면 더 많은 이야기들을 깨꽃처럼 주옥 같은 글을 쏟아내셨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희망하고, 사랑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당신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