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해냄 / 202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적게 소유하고도 진정 풍요로운 삶을 가꾸는 법, 통장 잔고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면서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알려주는 멘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발적 가난, 명랑한 은둔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바로 우리에게 그러한 답을 알려줍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저서 [ 월든 ]을 토대로 직접 콩코드에 있는 오두막을 찾아가는 여정이 그려진 정여울의 신간 [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를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정말, 읽고 싶었던 책이었습니다. 월든이라는 작은 오두막에서 살게 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삶이 궁금했고, 정여울이라는 인문학자의 렌즈를 통해 보는 소로의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가 되었거든요.




아무런 장식 없이도 찬란히 반짝이는 사람


헨리 데이비드의 소로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아무런 장식 없이도 찬란히 반짝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더 많은 옷을 사기 위해 애쓰고, 더 좋은 집에 살기 위해 대출을 하지요. 옷에 대한 욕심, 집에 대한 욕심,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우리에게 소로는 말합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스스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보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힘든 건 타인의 시선입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너무나 신경쓰는 나머지 남들에게 보여지는 나를 더욱더 화려하게 포장하진 않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도 방해받지 않는 오두막과 월든 호수가에서 산책하며 보낸 2년 2개월이라는 시간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게는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당신만의 월든은 어디입니까?


김정운 박사가 말한 퀘렌시아(. 정신과의사 김지용 선생님이 말한 심리적 안전지대, 삶의 피난처가 당신에게는 있습니까? 당신만의 월든은 어디입니까? 코로나로 인한 펜데믹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피난처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반려 식물을 키우고, 산책하기 좋은 곳을 찾고, 사람이 없는 인적이 드문 곳을 발견합니다. 초록이 주는 싱그러움, 산책을 하며 들리는 새소리, 사계절 아름답게 옷을 바꿔입는 나무들, 호수가 주는 잔잔함이 무엇인지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도시에서의 삶이 아니라 자연 속으로 다시 들어가게 되는 모습을 봅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그러했습니다. 흑인 노예를 착취하고 인디언을 차별하고 학살하는 미국 정부에 저항했던 소로. 그러한 이유로 인두세를 내지 않았고 세금 납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갑니다. 그곳에서 [ 시민불복종 ]이라는 책을 저술함으로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적으로, 비폭력적으로 정의에 항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마하트마 간디도, 마틴 루서 킹 목사도 소로의 영향을 받게 되었지요. 그렇게, 부단히 깨어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열정, 산책, 용기, 고독, 거리두기, 친구, 존엄,

자기집중, 해방, 저항, 간결함, 치유, 희망 속으로


정여울이 바라보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 간결함 ]입니다. 복잡하거나 엉켜있거나 어지러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간소한 삶을 살았습니다. 월든 오두막을 보면 얼마나 간소한 삶을 살았는지 보입니다. 세 개의 의자, 책상, 침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야기하는 간결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발을 털 수 있는 깔개를 친구가 선물하려고 하자 그것조차 거추장스럽다며 선물을 거절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진정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자발적 가난을 택한 산책자, 자연탐구자였습니다. 숲의 생태를 파악했고, 산책하면서 나무가 몇 그루가 있는지 숫자를 세며 자연에 대한 애정을 과시합니다. 하버드 대학을 다녔던 소로는 기숙사비를 내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하고, 오두막을 지어 사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 대신에 혼자서 사색을 하고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밀고 나간 소로의 끈기와 실천력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고민이 있으신가요? 월든으로 오세요


[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온도를 찾다 ]를 읽고 있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월든으로 달려가고 싶다는 마음이 일렁입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에머슨, 루이자 메이 올콧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월든으로 오라고 손짓합니다. 특히, 가을철에 단풍으로 물들 때 가면 좋겠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호숫가를 걸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나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마지막 부분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맥락을 같이 하는 스콧 니어링과 헨렌 니어링, 타샤튜터, 베아트릭스 포터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나침반이 되어주었습니다. 책 속에는 70여컷의 이승원 사진작가의 월든을 담은 사진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생생하게 그곳을 여행하는 기분이 듭니다. 정여울 작가에게 고맙습니다. 어떻게 하면 적게 자연을 파괴하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삶을 살 것인지 알려주셔서.

소로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단지 그의 문장이 아니라 그의 세계관 전체에 매혹된다. 나는 소로의 수줍은 미소, 고색창연한 어휘력, 고전에 대한 탁월한 독해력, 그리고 무엇보다 탐욕으로부터 무한히 자유로웠던 그의 놀라운 소박함이 좋다. ‘옷장에 옷이 가득한데, 왜 이렇게 입을 만한 옷이 없나‘라는 투덜거림이 솟아나올 때, 나는 소로의 속삭임을 생각하며 웃음을 터뜨린다. 그는 [ 월든 ] 에서 옷차림에 지나치게 신경쓰고 돈을 많이 쓰는 우리 문명인의 과도한 낭비심을 단칼에 날려버린다. 옷이 낡아서 해지면, 그저 묵묵히 뒤집어 입으면 된다고.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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