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의 생가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만주 북간도 허허벌판에 외롭고 쓸쓸하게 자리잡고 있는 집. 마당에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적어놓은 돌이 있었습니다. 윤동주가 어린 시절에 살았던 곳이라고 생각하니 울컥해졌습니다. 올해는 윤동주 서거 77주년, 탄생 105년이 되는 해입니다. 스타북스에서 출간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뉴에디션 윤동주 전 시집은 더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초판본을 그대로 닮은 책 표지, 윤동주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이 책이 특별한 점은 윤동주 서거 77주년을 기념해 보기 쉽도록 편집과 디자인을 새롭게 한 점입니다. 서문과 발문을 합쳐 8장으로 싣고 정지용, 유영, 강처중 등의 추모 글 또한 수록되어 있습니다. 원문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표기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얼굴을 얼골, 코스모스를 코쓰모쓰로 표기된 것이 그러합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서시>는 윤동주의 대표 시입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처럼 윤동주 시에는 <부끄러움>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의 앞에서 느꼈던 참회, 반성, 부끄러움이 그러했겠지요. <쉽게 씌어진 시>에도 인생이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고백합니다. <자화상>에도 그러한 모습들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라는 고백 속에 윤동주 스스로를 바라봅니다. < 헤는 > 쓰며 일본에 저항해서 말과 글로 싸운 윤동주 시인의 고뇌는 여기저기에 남겨졌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전집에 담긴 윤동주의 시를 한 편씩 읽으며 일제강점기에도 나라를 빼앗긴 설움 속에 온전히 괴로워하며 말과 글로 싸웠던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나는 이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부끄러워하며 살고 있는가? 끊임없이 물으며 앞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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