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탈출 구역
김동식 외 지음 / 책담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나요, 안전하게 안주하고 싶은가요?

코로나 시국인지라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가득합니다. 지구는 이제 여러가지로 힘들어지고 있으니 우주로 가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요. 이제 소설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제 SF의 반경이 더욱 더 커지고 있습니다. 우주, 로봇, 인공지능AI, 유전자 조작 등 다양한 소재들이 소설 속으로 들어옵니다. 진짜 우주로 가는 건 힘드니 소설로 우주 여행을 해 봅니다. 소소한 일상 밖을 탈출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엮은 소설집 <일상 탈출 구역>을 읽고 나니 재미있는 여행을 하고 돌아온 기분이랄까요. 소설집의 이야기는 총 5개로 되어 있습니다.



<하늘 문 너머> , <로봇 교장> 은 김동식 작가의 글입니다. <회색 인간>에서 보여준 상상력이 죽지 않았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진짜 세상이 따로 있다고 이야기하는 <하늘 문 너머>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문 너머로 떠나게 됩니다. 기자로 일하는 김남우는 남은 사람들을 취재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수능을 보기 위해 남아야 하는 학생,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2등을 했는데 1등이 문 너머로 가는 바람에 1등이 되어 신곡을 홍보해야 하는 장진주 등 김남우 또한 문 너머로 가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하면서 고민을 합니다. 마치 <트루먼 쇼>와 같은 이야기 구성인데요. 결국 하늘 문 너머로 떠나기로 결심을 합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시대에 있을 법한 이야기 <로봇 교장>은 유쾌하고 황당하고 허무합니다. 지우와 환희는 캡슐형 로봇 교장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로봇 교장이 이야기하는 교칙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지우개를 필통 밖으로 꺼내 두면 안된다, 동물 형태의 소지품을 금지한다, 상시 가죽 허리띠를 착용한다 등등 이해가 되지 않는 교칙들 때문입니다. 지우는 이러한 교칙이 납득되지 않기에 교칙을 어기기로 합니다. 로봇 교장은 데이터를 분석해 주당 교칙 준수를 가장 잘한 학생과 못한 학생을 발표하는데요. 지우가 교칙을 가장 많이 어긴 학생으로 선정이 됩니다. USB를 꽂아 두면 교칙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지우는 교장에게 안기는 척 하면서 USB를 뽑으려는 순간! 하하하. 이야기의 결말은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로봇교장과 같은 진짜 황당한 일들이 일어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은 무엇일까요. 김동식 작가의 유쾌함이 여기저기 들어 있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단편은 <구름이는 어디로 갔나>입니다. 우주 유람 우주선 스페이스 보이저 33호의 관리자 하드리아누스는 휴가를 떠나기 위해 전수조사를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구름이라는 이름을 가진 로봇 한 대가 보이지 않습니다. 과연, 구름이는 어디로 갔을까요. 구름이와 접촉했던 여러 로봇들에게 구름이의 동선을 묻습니다. 구름이의 행방을 찾는 스토리는 <일상 탈출 구역>에서 가장 어울리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주선 스페이스에서 지내면서 답답함과 일탈이 로봇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집니다. 그래서 귀여운 강아지처럼 보이는 구름이 로봇은 소아 병동에서 일하면서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아이 나나를 따라 가게 되는군요.



마르커스: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애초에 왜 휴가를 가려고 하셨나요?

하드리안누스: 사실은, 그래서 휴가를 얻은 거야. 인공지능은 몸이 없으니까 로봇과 감정을 느끼는 방식이 다르다는 말들을 많이 하잖아.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인공지능이 인간이나 로봇과 다르다는 의견은 있어. 그래서 신체를 가지면 느끼는 감정이 정말 다른지 확인하고 싶었어.

<구름이는 어디로 갔나> 170쪽 중에서



<우주를 건너온 사랑>, <아라온의 대모험>도 유쾌하고 엉뚱하지만 생각해 볼 거리가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SF소설을 통해 우주로 여행 다녀온 기분이 듭니다. 청소년 추천도서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좋습니다. 혼란스러운 시국에서 편안하게 머물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합니다. 때로는 일상 탈출이 도전이고, 변화이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뒤표지의 말처럼 일상에서 벗어나 상상의 세계로 가보시는 것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그런데도 문 너머로 가는 이유는?

그걸 선택하기로 한 내 의지는 내가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진짜니까.

지금 내가 이렇게 주절주절 혼자 떠드는 것도,

이 세상이 가짜라면

저 밖의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야 .

생각이다. 혹 내 가족이 보게 된다면, 내게 평온한 안식을 주기를.

그게 내가 내 의지로 결정한 내 선택이니까. - P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