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 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
신고은 지음 / 샘터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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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도 아닌 일에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네가 이상한 거야.

어? 진짜 내가 이상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면 그것이 바로 가스라이팅입니다. 가스라이팅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영화 속에서, 삶의 현장에서 다양한 상황의 가스라이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가장 가까운 연인이, 가장 가까운 가족이 치밀하게 다가와서 서서히 나를 병들게 합니다. 저자 신고은은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에 대해서 세밀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스라이팅을 다룬 책은 처음 만났지만 이 책을 통해 가스라이팅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파서 병가를 내야하는 상황에서 "너만 아파? 회사 다니는 사람은 다 아파. 모두 참아가며 일하는 거라고"라며 가시돋힌 말을 내던지는 관리자의 사례도 그러합니다. 실제로 저자가 경험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한 번쯤 들어본 대사들이 가스라이팅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관계에서 갈등은 양쪽에서 서로 반응할 때 일어납니다. 한 사람이 아무리 시비를 걸어도 다른 사람이 받아주지 않으면 갈등이 일어나지 않지요. 이 원리는 가스라이팅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얼핏 보면 한 명의 가해자가 상황을 이끌어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받아주는 사람이 존재하기에 비로소 일어납니다.

- 65쪽 가스라이팅 레시피 중에서 -

가스라이팅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관계를 끊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나이게는 관계를 끊을 결정권마저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전기 충격 상자 속 웅크린 개처럼 그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벗어날 방법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건 아주 작은 성공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164페이지, 준비된 가스라이터 중에서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은 교묘하게 조종합니다. 위해주는 척하면서 말이지요. 반복을 통한 세뇌도 합니다. 듣는 사람은 그러다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문제의 원인을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서 찾기 시작하면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 속에 나오는 소설들이 저 또한 읽었던 부분이라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강화길의 다른 사람, 대불호텔의 유령 등에 나오는 인물들도, 최은영 소설의 밝은 밤에 나오는 주인공도,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합니다.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진아, 그렇게 당하는 사람은 서서히 피가 말라 정신적으로 죽어갑니다.

왜 맨날 그렇게밖에 못 해, 꼭 그런 식으로 말하더라,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네가 그렇지 뭐, 나 정도니까 너를 받아주지..이런 특정 언어 패턴은 모두 가스라이터들이 하는 이야기들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너무나 많이 들었던 말이라 이상하게 생각조차 못했던 제 자신이 바보 같았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가스라이팅에 대해 아는 만큼 대처할 수 있기에 우리는 더더욱 공부하고 알아야합니다.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관계를 끊어내는 것입니다. 끊어낼 수 없다면 용기를 내서 이야기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대의 부정적인 기대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기대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 라는 말 대신 [ 내가 이렇게 멋진 사람인줄 몰랐네!!! ] 라고 생각하라는 저자의 말에 깊은 울림을 받습니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큰 변화를 이루어내는 것이니까요.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내밀하게 가스라이팅에 대해 조근조근 말하고 있는 책은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더 이상 가스라이팅 당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혹시 나도?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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