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스트는 TV 진행을 하며 정신없이 일에 빠지게 되자 아내와 (심리적, 물리적으로) 멀어지고, 이것이 진짜 행복일까? 라는 고민이 빠졌습니다. 그리곤 평온의 오아시스를 찾기 위해 수도원을 가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수도원에 들어가면서 호르스트 리히터가 느끼는 솔직한 심경들을 일기 형식으로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허나, 기존에 생각했던 수도원에 대한 고정관념(거룩하지만 한편으로 다정한)과는 달리 무뚝뚝한 수도원 사람들의 환영과 아무 표정 없는 사람들의 반응에 실망을 합니다. 아침식사를 할 때도 지정된 자리에서 말없이 밥을 먹어야 하고요. 호르스트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말을 겁니다.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서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고 말입니다.
책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될까. 호르스트가 수도원 생활을 하면서 계속해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마음과 수도원 프로그램에 대해서 비판하는 모습들이 <수도원,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느낌입니다. 말도 되지 않는 자세의 요가를 하고, 그저 동그란 원을 그리며 산책을 하는 기초 프로그램이 바보처럼 느껴지는 순간! 호르스트는 자전거를 타고 수도원을 달립니다. 바람을 맞고, 시냇물이 흐르는 것을 보며 다시금 깨닫습니다. 침묵의 시간을 위해 수도원에 들어왔으니 이왕 지내는 거 잘 지내보자고 말입니다. 커피 마시며, 청소하며 이것을 깨닫습니다.
루헤의 시간, 독일식 침묵의 시간을 갖는 것을 말합니다. 내면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오아시스라고 할 수 있지요. 평화롭지 않은 마음을 다스리며 나를 둘러싼 온갖 소음에서 벗어나는 것이야 말로 인생에서 중요한 작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것을 가졌고, 행복하다고 생각했고, 최고의 시청률로 인기를 얻었다는 사실은 뒤로하고 이만 조용해지겠다고 호르스트는 다짐합니다.
<루헤의 시간>은 조용하게 연말을 맞이하고 싶은 분들에게, 혹은 새해에 침묵하기를 목표로 정하신 분들에게 적극 추천드립니다. 책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호르스트의 말발에 금방 빠져드는 건 시간 문제라는 점은 비밀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