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을 느껴봅니다.
그곳이 어디든 바람은 우리에게 평온함을 전해줍니다. 어른들에게도 어린아이들에게도, 강아지에게도, 달팽이들에게도 바람은 공평합니다. 바람의 흐름을 느끼고 있으면 움직이는 구름도 보이고, 눈송이들의 흩날림도 보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인데요.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시리즈 제6회 상상만발 책그림전 수상작 [ 바람을 만났어요 ] 책에는 그러한 바람을 느끼는 달팽이가 한 마리 있습니다.
작은 숲속 마을, 팽이와 가족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팽이는 어느 날 이상한 소리를 듣습니다. "나처럼 움직여 봐."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건 바람이었습니다. 팽이도 바람처럼 자유롭게 움직여봅니다. 유연한 달팽이도 더 유연한(!) 바람 앞에서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건 어려웠습니다.
오오. 바람이 팽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미국에 가면 횃불을 들고 있는 아줌마가 있고, 그 아줌마는 거인 아줌마라는 걸 말입니다. 듣기만 해도 솔깃한 이야기들입니다. 이집트에 가면 산 만한 미끄럼틀이 있고, 한국에 가면 동물들이 집을 지키고 있다고 말입니다. 프랑스에는 철사로 만든 커다란 기린도 있다고 하네요.
바람의 이야기는 그동안 작은 숲속 마을에서만 지냈던 팽이를 더욱더 넓은 곳으로 데려갑니다. 미국, 이집트, 한국, 프랑스, 이윽고 달나라까지.. 팽이는 바람을 만나서 이곳 저곳으로 자유롭게 여행을 함께 합니다. 친구들을 만난 팽이는 친구들에게 바람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나도 너희에게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줄게"
펜데믹 시국에서 가장 자유로운 것을 생각해보니 바람이 아닐까 싶군요. 바람은 어디든지 갈 수 있으니까요. 머물고, 다시 떠나고, 머물고, 다시 떠나고. 팽이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요. 팽이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여기저기 다니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을 만나 바람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나눌 때 팽이의 모습은 그 어떤 상황보다 더 신나게 느껴졌습니다. 바람이 종종 찾아와 팽이에게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팽이는 바람처럼 날아갈 순 없었지만 새로 이야기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며 자유롭게 하루하루 보내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