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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간의 교양 미술 - 그림 보는 의사가 들려주는
박광혁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9월
평점 :
60일간의 교양 미술 / 박광혁
에두아르 마네를 좋아하시나요? 누군가와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끝도 없이 재미있다면 당신은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박광혁 내과의사의 책 '미술관에 간 의학자' 책을 인상깊게 본 터라 신간 '60일간의 교양 미술'은 기대가 많이 되었습니다. 매일매일 세계 곳곳의 숨은 명화를 찾고, 하루 한 편 그림에 눈뜨는 예술 수다라니! 그림 보는 의사의 관점으로 보는 교양 미술은 더 없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마치 책과 함께 전 세계 미술관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달까요? 프랑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영국, 독일, 네덜란드를 거쳐 아일랜드,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위스, 오스틀아, 러시아를 거쳐 미국까지 숨어있는 명화들을 소개해줍니다. 펜데믹 시대에 이렇게 친절한 교양 미술책이라니!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는 것 만큼이나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는 것이 행복하다는 의사 선생님. 저 또한 미술을 직업으로 하고 있진 않지만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고, 명작들을 해석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의사의 입장에서 해석되는 미술이 또 어떤 것인지 기존의 교양 미술과는 차이점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화가들이 죽는 이유를 분석해주는 장면입니다. 압셍트로 인해서 화가들이 죽고, 매독으로 인해서 페니실린이 없어 치명적인 죽음의 사인이 되는 이야기도 알면 알 수록 그림이 보입니다. 매독으로 인해 화가들에게 발작과 망상, 정신착란을 안겨주어 창작에 도움을 주기도 해지만 결국 생명을 앗아가게 되었다는 것. 마네도 그러했습니다. 인상깊었던 마네의 작품으로는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이었는데요. 종업원의 표정이 초점을 잃은 듯 공허하고 애달픈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렘브란트 판 레인의 작품 <니콜라스 튈프박사의 해부학 강의>라는 명화를 분석하는 능력은 정말 뛰어납니다.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해석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 근육은 엄지와 검지를 움직이는 데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하 듯 움직이고 있는데 해부학적 관점에서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해부용 시신으로 누워있는 남성은 연쇄 노상강도였다는 사실까지, 살아서는 죄를 많이 저질렀지만 생을 마감해서는 좋게 마무리했다는 설명도 나옵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밤샘하는 사람들>은 미국 사회를 지배하던 전쟁의 공허함,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여름>이라는 이름의 작품도 한 여인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인간의 고독이 느껴지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저자가 직접 미술관에서 보았던 명화들이 아닐까 싶었고, 대중에게는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위주로 소개해주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읽는 것이 아까워서 한 장씩 아껴 읽었습니다. 그리고 책장에 두고 60일동안 함께 미술 여행을 떠나는 것이 내내 행복했습니다. 그림 보는 의사가 들려주는 60일간의 교양 미술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조금은 풍요로워지고 아름다워지기를 소망해봅니다. 내과의사가 소개하는 미술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께, 펜데믹 시대에 해외여행을 통해 미술관에 직접 갈 수 없으니 간접체험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