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브릭스 일러스트레이터 3
니콜레트 존스 지음, 황유진 옮김 / 북극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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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미사일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겨누는 일이 아니에요.

-16쪽 레이먼드의 말 중에서-

포근한 느낌의 '눈사람 아저씨'로 유명한 레이먼드 브릭스. 그의 생애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던터라 북극곰에서 출간된 일러스트레이터 3편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눈사람 아저씨가 따뜻하게 우리를 안아줄 것 같은 표지에 레이먼드 브릭스 아저씨의 서명도 너무 멋지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역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술가구나 싶었어요.

대표작으로 <눈사람 아저씨>, <산타 할아버지>, <괴물딱지 곰팡 씨>, <바람이 불 때에> 등이 있습니다. 작품 속에 계급, 가족, 사랑과 상실이라는 주제를 반복적으로 다룹니다. 유쾌하면서도 재미와 우울감 사이의 균형을 잃지 않는 작가입니다. 알고보니 등장인물 속 성격은 작가 자신의 사회적 자아를 닮기도 했습니다. 겉모습은 퉁명스럽지만 그 안에는 온화하고 친절하고, 호의적인 모습들이 담겨 있으니까요. 그의 유산은 학생들에게 보낸 격려와 지지입니다. 레이먼드가 가르친 학생들은 '구름 위를 걷듯 행복한 마음으로' 수업을 마쳤다고 기억합니다.

초기작에서는 이미지를 만드는 실험 방식이 드러납니다. 혼자서 글과 그림 작업을 다 해낸 첫 작품 [한밤중의 모험]이 바로 그것입니다. 지역 골프장에 침입했다가 경찰에 붙잡혀 집으로 돌아온 경험을 소재로 모험심 넘치는 소년이 골프장에 침입하는 도둑을 막아내는 내용이 됩니다.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책 속에 넣는 작업들을 통해 레이먼드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자유자재로 이미지를 만들며 스타일을 바꾸는 예술가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영국에서 연재만화와 그래픽 노블의 위상을 높인 장본인이었던 레이먼드. 아울러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산타(선물을 만들어내는 공장주)와는 달리 '할아버지' 측면에 주목하여 아버지 어니스트의 성격을 바탕으로 노동자 계급의 산타 할아버지를 그려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슬픔을 견디며 작업한 '산타 할아버지'는 위대한 결실을 맺습니다. 벽돌공처럼 한 컷 한 컷 그려나가며 공을 들입니다. 결국 그러한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지요.

레이먼드는 오래된 연인 리즈가 파킨슨병과 치매로 고통받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정성껏 그녀를 돌봅니다. 그때 짧은 단편 모음집을 작업하는데요. 익살스러우면서도 서글프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솔직하게 노화와 죽음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가 만든 모든 그림책들 속에는 그의 삶이 녹아 있습니다. 훗날 대영제국 훈작사(특별한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주는 영국의 훈장)를 받고 영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아이들에게 많은 감동을 선물해주고 있습니다.

그의 생애와 사상을 통해 보니 작품들이 다시 보이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레이먼드 브릭스의 일대기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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