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 - 에리히 캐스트너 시집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에 지칠 때, 사랑이 떠나갈 때, 나이 드는 것이 슬퍼질 때,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 떠들 때. 마음을 치료해주는 처방전이 있다면 받아보시겠어요?

넘어져 아플 때 상처난 곳에 연고를 발라주는 것처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박사님이 있습니다. 바로 에리히 캐스트너인데요. 시로 쓴 가정상비약이 책 한 권에 가득 담겨서 상처 받은 독자들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있습니다. 표지만 봐도 위로가 되지 않으신가요? 어떤 한 노인이 식물에 물을 주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요. 식물을 마주보며 애정이 듬뿍 담긴 물을 주고 있는 느낌입니다. 코로나 19로 힘들어진 마음에 애정이 듬뿍 담긴 물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에리히 캐스트너는 독일 공로십자훈장, 안데르센 문학상, 게오르크 뷔히너 문학상 등 굴지의 상을 수상한 박사님입니다. 그래서인지 글들이 시원시원하고 막힘없는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먼저 책을 열면 <사용 지침서>가 등장합니다. 마음이 이럴 때 여기를 펴서 보라는 처방전이지요. 낯선 곳에 웅크리고 있을 때, 가을이 왔을 때, 어린 시절을 생각할 때, 아플 때, 삶에 지칠 때, 주변 사람들에게 화가 날 때 등등 각각의 상황들을 보면서 내 마음의 상태를 진단해 봅니다.

숙명:

임신과 장례식 사이에 있는 건

고난

- 숙명 -

출처 입력

숙명에 대한 시를 읽어보니 느낌이 딱 옵니다. 임신은 생명의 잉태를 의미하고 장례식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생명의 잉태와 죽음에 대한 숙명, 인간이 갖고 있는 운명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아기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하고. 그렇게 삶이 굴러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탄생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숙명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저 좋은 일들만 일어나진 않습니다. 삶이 때로는 지치고 힘들때가 많지요.

에리히 캐스트너의 처방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느껴집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전에 출간된 시들이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은 삶이기 때문에 그러하겠지요. 가방에 넣어 다니다가 시간 날 때마다 하나씩 꺼내 읽으면서 위로가 되어주는 시를 만납니다. 그렇게 시를 통해 '마주보기'를 하게 되는데 시인과, 삶과, 내 자신과, 타인과, 그리고 세상과 마주보기를 하게 되는 순간이 참 감사합니다. 아플 때 비상약을 갖고 다니듯이 마음을 위로해주는 처방시들이 있어 마음 한 켠이 든든한 요즘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