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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의 정원
아나톨 프랑스 지음, 이민주 옮김 / B612 / 2021년 7월
평점 :
에피쿠로스의 정원.
모처럼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을 만났어요. 책의 저자는 아나톨 프랑스입니다. 드레퓌스 사건으로 유명한 아나톨 프랑스는 '사회 정의'를 위해서 싸우고, 정의로운 신념으로 살아온 비평가이자 소설가입니다. '펭귄의 섬'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습니다 .
그는 아름다운 정원을 사들여 직접 그 땅을 일구었다. 그는 거기에서 자신의 학파를 이루었고, 제자들과 함께 온화하고 마뜩한 삶을 살았다. 그는 정원을 걸으며 또 정원을 일구며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는 온화했고, 누구에게나 정감 있게 대했다. 그는 철학에 몰두하는 것보다 고상한 일은 없다고 확신했다.
-프랑스 철학자 페넬로의 청년 교육용 저서 '고대 철학자들의 생애'중에서 축약
에피쿠로스 학파는 제자들과 함께 정원을 걸으며 철학을 했습니다. 이처럼 아나톨 프랑스도 에피쿠로스의 정원과 같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냈습니다. 철학에 대해, 예술에 대해, 정치에 대해, 역사에 대해, 과학에 대해, 그리고 영혼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고스란히 적어 놓았습니다. 자신의 친구들에게 편지 형식으로 전하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생에 대한 통찰을 함에 있어 '인생이 좋네 나쁘네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인생은 좋기도 하고 동시에 나쁘기도 한 것이라고 말해야 옳다'라고 꼭 집어 이야기 합니다. 아울러 '살아 있기 때문에 행동해야 한다'고 파우스트의 한 구절을 인용합니다. 산다는 것은 행동한다는 것이라는 점이 인상깊습니다. 그저 사색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력을 갖는 것입니다.
그의 지식의 깊이와 넓이가 워낙 깊고 방대해서 어떤 맥락에서 쓴 의미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만큼 공부를 더욱더 많이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는 책입니다. 마지막 부분의 '아리스토스와 폴리필로스 혹은 형이상학적 언어'에 대한 이야기가 그러했습니다. 형이상학에 대해서 헤겔이,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데 철학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아나톨 프랑스의 '에피쿠로스의 정원'을 통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일지라도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철학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들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싶은 그런 책입니다. 그의 세계관이 집약된 명상록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