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현상 - 이금이 동화집읽고나면 눈물이 나는 책이 있습니다. 분량이 길지 않아도 짧지만 그 안에 기승전결의 내용이 다 담겨 있어서 여운도 오래 남는 그런 책 말입니다. 이금이 동화집 [금단현상]이 그렇습니다. 다섯 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만 하나하나 각각의 별들이 반짝입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나오는 눈물은 이 책이 저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등장하는 단편 [꽃이 진 자리]는 스웨터를 짜고 있는 할머니를 우연하게 만나는 꼬마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날에는 놀이터에서 나가는 아이. 분홍 스웨터를 짜고 있는 할머니가 말을 겁니다. 너와 비슷한 손녀가 캐나다에 있는데 스웨터 사이즈를 맞춰보고 싶다고.. 그렇게 알게 된 할머니. 그리고 스웨터. 어느 날 갑자기 할머니는 놀이터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꽃이 진 자리엔 어떤 아주머니가 들고 계시는 스웨터만 남아 있네요. 그 스웨터를 입고 할머니를 추억합니다. 벚꽃이 피는 봄밤에 읽으면 딱 좋은 동화집입니다. [한판 붙어 볼래?]에서는 시골에서 도시로 이사를 간 최영훈이 나옵니다. 전학을 온 도시에서 도통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시골에 있을 때 함께 놀았던 광식이 생각만 나네요. 그러다 피시방에 가게 되는데요. 거기서 같은 반 장수가 있는게 아니겠어요. 장수랑 같이 게임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시골촌놈과 장수와의 만남. 이사를 오고 맘 붙일 곳이 없는 영훈이는 광식이의 마음이 그랬을까 생각해봅니다. 광식이가 영훈이에게 다가오려하면 거들떠 보지 않았거든요. 어느 날, 장수 할머니가 떡을 파는 것을 보고 장수의 비밀 하나를 알게 됩니다. 그렇게 영훈이와 장수는 친구가 되네요? 한판 붙어 볼래? 싸움도 게임도 한 판 하면서 친해지는 남자 아이들의 이야기가 정겹습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 <금단 현상>입니다. 오빠의 잘못으로 인해 인터넷 사용이 금지되어버린 상황. 동생도 함께 인터넷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요. 아뿔사!! 좋아하는 남자 아이에게 이메일을 보내놨는데 어떤 답장이 왔는지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이럴 때 금단 현상이 일어나네요. 인터넷 대신 전화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전화가 온 게 아니겠어요?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아니라 다른 아이가 건 장난전화였던 겁니다. 그래도 그 아이와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남네요. 인터넷이 원활하지 않았던 시절, 전화통화를 하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풋풋해졌어요. 지금은 이루어지기 힘든 동화같은 이야기라 더욱 좋았습니다. [임시보호]라는 제목의 마지막 단편을 읽고 나니 눈물이 마구마구 흘렀습니다. 원래 포포라는 말티즈를 임시보호하기로 했는데 예상과 달리 진구라는 마음에 들지 않는 개가 오게 된 겁니다. 너무 속상한 나머지 마음도 주지 않는데요. 임시보호하는 내내 엄마, 아빠, 딸 사이에서는 갈등이 생깁니다. 결국에는 진구가 미국으로 입양을 가게 됩니다. 진구의 처지를 생각하니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요. 개를 키우려면 사지 말고 임시보호와 입양을 택하라는 말이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이 세상에 사고, 팔고, 버려지는 개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진구가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합니다. 마지막 동화까지 감동 그 자체네요. 고학년 동화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생각할거리가 참 많은 동화집 <금단현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