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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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재출간된 책. 백영옥 작가의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를 만났습니다. 저자의 특강을 들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작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옆에서 이야기를 나눠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요. 여러가지 내용의 흐름과 변화를 담아서 재출간이 되었으니 백영옥 작가도 감회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잃어버릴 것이 두려워 가장 좋아하는 것을 여행 트렁크에 넣지 못했'던 젊은 날을 돌아보며 한없이 방황하고 힘들었기에 의미있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소설을 쓰겠다고 노량진에 갔던 일, 무작정 소설에 나오는 공간을 찾아 갔던 일, 카페에 매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같은 자리에서 소설을 썼던 일들..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 잡지 기자 일도 하고, 소설 리뷰 쓰는 일들도 했던 삼십 대의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이 영화 속 추억처럼 자리잡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사람들마다 각기 다릅니다. 영화를 보며 때로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하고, <삼청동>이라는 제주소년의 음악을 들으며 삼청동을 가기도 하는, 결혼기념일에 자신이 결혼했던 결혼식장에서 음식을 먹는 일 등이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다가왔습니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지금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삶의 어느 때는 너무 커 보이기도 한다는 걸

-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중에서


힘들었던 순간들은 그 당시에는 너무나 크게 느껴집니다. 삶을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 그런 순간에서 누군가의 죽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 슬픔의 정도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신춘문예를 계속해서 응모하지만 탈락의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러하겠지요. 백영옥 작가의 솔직하고도 담백한 이야기들은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겪었던 일들을 소설로 풀어내거나,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처럼 저마다의 방식으로 힘듦을 해소합니다. 잡지사 일로, 유명 레스토랑에서 좋은 음식을 먹었지만, 식은 음식을 먹었던 기분, 따끈따끈하고 포슬포슬한 집밥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하다는 이야기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을 모르는 일이겠지요.


책을 읽고 나니, 인천 차이나 타운, 삼청동, 홍대 거리, 군산 '초원 사진관', 제주도 올레길을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무언가를 계산하지 않고 훌쩍 떠나본 적이 언제인가 싶습니다. 자유로웠던 지난 날에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후회가 되더군요. 갈 수 있을 때 많이 다니고, 먹을 수 있을 때 맛있는 걸 먹고,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한 일들을 많이 만드는 것들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알려줍니다.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책의 제목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풍경 속에서 '시간의 주름'들을 보는 일들이 우리에겐 의미있다는 것이지요. 10년만의 재출간을 축하드리며, 지금도 괜찮다고 이야기해주는 백영옥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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