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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새를 먹다 ㅣ 달아실시선 36
이시유 지음 / 달아실 / 2020년 12월
평점 :
죽은 새를 먹다 / 이시유
수십년 전, 이외수 문학관에 다녀왔던 경험이 있습니다. 재기발랄하고 거침없는 그의 세계가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병상에 계셔서 문하생을 더 이상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외수가 마지막으로 택한문하생 이시유의 시집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제목은 [죽은 새를 먹다]입니다. 제목부터 죽음과 소멸에 대한 이야기들이 느껴졌는데요. 이외수 문하생의 모습들이 작품 여기저기에서 묻어 나오더라고요.
시와 가까워지고 싶은 2021년입니다. 소설은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이상하게 시는 가깝게 생각하기 어려웠어요. 시에 대한 난해함이랄까, 해석이랄까, 평론이랄까, 함의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두려움? 이런 것들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시유 [죽은 새를 먹다]를 통해서 시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는 계기가 되었어요. 언어를 가지고 노는 시인처럼 느껴졌어요. 재기발랄함과 당돌함이 작품 곳곳에 있었거든요. 저 또한 저만의 해석으로 시를 해석하면서 마음껏 시를 가지고 놀아야겠네요.
'죽은 새를 먹다'
죽은 새는 닭을 의미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디 있니 수저로 그의 백골을 찌르며'라는 부분에서 백숙?이 생각되었거든요.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라고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날지 못하고 '네게 먹혀 살이 되는 것'을 통해서 '접시 속 그.. 날고 있었다'라고 반어를 택합니다. 최근에 아주 멋진 수탉을 봤어요. 그리고 나서 이 시를 읽었더니 더욱이 닭의 생애를 생각하게 됩니다. 혹은 아스팔트 위에서 죽은 새의 시체를 보고 느껴지는 감각을 쓴 것일수도 있겠지요.
'자작나무 숲 자라나'
<죽은 새를 먹다> 다음으로 인상깊었던 시는 <자작나무 숲 자라나>입니다. 등에서 자작나무 숲이 자라난다는 상상, 달패이의 촉수를 두 눈에 심고, 지구를 바라보는 걸 상상해봅니다. 눈에 심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심장'에 심고 느릿 느릿, 달팽이처럼 바라보는 세상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바쁜 지구와는 대조되는 풍경입니다. 자작나무 숲이 자라나고, 등에서 푸르르 숨이 태어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노라니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빠른 세상 속에서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살고 싶어집니다.
기존의 시문법과는 다른 독특한 형식과 언어들이 새로운 문장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남성 작가라고 생각했던 편견이 있었는데요. 이시유 작가는 여성 작가라는 점들이 '내 취미는 이시유 관람하기',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에 출연하고 싶다'에 나옵니다. 본인의 이야기도 서슴없이 꺼내는 솔직하고 발칙한 시들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따뜻한 봄이 다가오는 요즘, 시와 친구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