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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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삼소? 우주를 삼킨 소년의 줄임말인데요.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자꾸 이야기하다보니 익숙해지네요. 오랜만에 외국 장편 소설을 읽었습니다. 2021년을 맞이해서 여러 작가의 소설을 접하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데요. 하나씩 해내고 있습니다.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뒷표지에 적혀 있는 글귀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상처 준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상황일까 너무나 궁금해지더라고요. 책을 열자 주인공들에 대한 친절한 소개가 나와있는 덕분에 따로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과 함께 긴 장편 소설을 단숨에(5일정도) 읽었습니다.

'엘리 벨'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의 상황은 제제와 비교해 볼 때 좋지 않은 것 투성입니다. 가정환경을 살펴볼까요? 말을 하지 못하고 허공에 손으로 글을 쓰는 한 살 많은 형 오거스트, 술 마시는 것으로 삶을 보내는 아빠, 마약에 빠진 엄마, 엄마를 마약에 빠지게 하고 닷 엄마를 구원해주는 새 아빠 라일,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엘리 벨의 베이비시터 슬림 할아버지. 너무 딱하지 않나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엘리 벨은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바로 '신문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함이지요. 베이비시터 슬림 할아버지는 옆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해 주는 동기부여가이자 조력자입니다. 엄마, 아빠보다 더욱더 훌륭한 역할을 해 냅니다. 슬림 할아버지의 탈옥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흥미롭습니다. 엘리 벨은 '세세한 것까지 모두 다 기억'하거나 '세세한 것들을 모두 다 보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이야기를 할 때 그가 입은 티셔츠의 모양을 세세하게 기억하고, 그 풍경과 상황을 정확하게 스캔한다는 점이지요. 이 능력은 엘리 벨이 신문기자가 되는 데 아주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되지요.

평범하지 않은 가정형편 속에서 엘리 벨은 오거스트 형이 허공에 쓴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라는 말과 '케이틀린 스파이스'라는 이름의 의문을 갖고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엄마를 마약에 빠지게 한 새 아빠 라일에 대한 불편한 마음도 열 세살 소년답게 욕으로 표현합니다. 어느 날, 벙커(?)같은 공간에서 받은 의문의 전화. 그리고 이어지는 마약 중개에 관여하게 되는 일까지. 새 아빠 라일이 마약을 중개하는 일을 알게 되고 타이터스 브로즈라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열세 살이면 친구들과 뛰어 놀고 공부해야 할 나이이지만 오스트레일리아 마약 사업의 이모저모를 알게 되는 엘리 벨. 새 아빠 라일에게 마약을 왕창 사 둔 뒤, 묵혀 두었다가 가격이 오르면 재판매하는 방식을 이야기 하고 라일은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조직의 쓴맛을 보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엘리 벨은 검지 손가락이 절단되는 일을 맞이하게 되지요.

시간이 흐르고 엘리 벨은 신문 기자로 맹활약하고 있는 케이틀린 스파이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의 답을 찾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책의 서술 방식은 디테일한 묘사가 가장 많이 차지합니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죠.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처럼 때로는 시적으로 느껴지는 아름다운 문장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감옥서 오랜 시간 있었던 슬림 할아버지가 엘리 벨에게 가르쳐주는 삶의 지혜는 이 시대를 바쁘게 정신없이 사는 우리들에게 해 주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세세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면 그 시간을 영원히 지속시킬 수 있어.' '시간에 당하기 전에 시간을 해치워 버릴 것(128페이지)' 이라는 점입니다. (번역이 조금은 어색(?)하다는 생각도 들지만)우주를 삼킨다는 것도 시간을 해치워 버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요? 시간을 조종하고 이끌어가는 것도 우리가 스스로 해내야 할 부분입니다. 시간에 당하는 삶은 시간에 끌려가는 삶이겠지요.

우주를 삼킨 소설은 저자 트렌트 돌턴의 경험이 담긴 자전적인 소설입니다. 그래서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어린 나이에 혹독한 경험을 통해 삶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의미있는 것인지 '신문 기자'나 '소설가'로 계속해서 글을 쓰며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겠지요.

트렌트 돌턴 작가의 [우주를 삼킨 소년]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제제와 비교를 하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오스트레일리아의 감옥을 배경으로 하는 '굴드와 열두 마리 물고기들'의 내용 전개 방식 및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우삼소를 다 읽으셨다면 그 다음 소설로 '굴드와 열두 마리 물고기들'도 추천드립니다. 2021년 엘리 벨과 함께 다시금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엘리 벨이 자주 하는 이야기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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