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엇이 학교를 바꾸는가 - 상처의 교실을 위로의 공간으로 치유하는 한국교육 처방전
이준원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평점 :
대한민국은 상처 투성이다.
우연한 계기로 덕양 중학교 교장 선생님의 강의를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 '내면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상처 받은 아이들, 상처 받은 부모, 상처 받은 교사.. 대한민국은 상처 투성입니다. 누가 그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을까요. 우리가 받은 상처를 누군가에게 대물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이것은 마치 '걷어 찬 고양이 효과'처럼 상처가 여기저기 전파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아내에게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은 교장 선생님이 학교에 와서 선생님들에게 화를 내고,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이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화를 내는 효과라고 설명하면 바로 와 닿을까요. 그렇게 우리는 상처를 누군가에 전가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학교를 바꾸는가.
학교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등장합니다. '어머님, 전적으로 저에게 맡기셔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공부 코디가 등장해서 사교육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고 헬리콥더맘이 자녀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책에는 여러 사례들이 등장합니다. 학교에서 부적응하는 아이들이 나올 때마다 마음이 아프더군요.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아이들을 그냥 두지 않고, 손목에 밴드를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대하는 이준원 선생님의 모습은 천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부모로 부터 받은 상처들이 삶 속에서 일그러진 얼굴로 나타난다는 것이 딱 맞았습니다.
학교에서 부적응하는 것은 아이들만이 아닙니다. 교사들의 경우도 부적응으로 인해 학교를 떠나게 되는데요. 그럴 때 처방은 바로 그들의 내면을 치유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을 통해 회복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교육 공동체 모임'을 강조합니다. 신뢰받는 '서클'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시간을 갖다보면 자신의 아픔이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저자가 덕양 중학교에서 공모 교장으로 선발되어 8년동안 있었던 일들을 엮은 책입니다. 그저 교육학적 내용이 담긴 것이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 있었던 일들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는 점이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공부 또한 일제식 수업이 아니라 '모둠 학습'을 통한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서 스스로 발견해가는 것, 직접 체험하면서 느끼는 시간들이 아이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폐교 위기에 놓였던 덕양 중학교가 교육의 희망이 되고 씨앗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교장의 권위를 내려놓고 교장실이 편한 공간으로 탈바꿈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학교에서 가장 어려운 존재임에도 그러한 권위를 내려놓고 민주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매일 아침 교문 앞에서 아이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하는 교장 선생님, 이거 하나만 꾸준히 해도 '학교의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있을라 생각합니다.